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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걷고 있는 서해랑길 함평 35코스는 영광군으로 넘어간다. 손불방조제를 지난 길은 백옥마을 포구를 지나고 월천 방조제길을 걷는다. 안악해수욕장을 지난 길은 함평항을 지나면서 함평을 뒤로하고 영광군으로 넘어간다. 예전에는 바다였던 곳이지만 지금은 방조제 길을 따라 칠산대교가 있는 향화도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35코스는 향화도의 칠산타워에서 마무리한다.
3Km가 넘는 손불방조제 중간에 쉼터가 있어서 방조제 안쪽의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바다 쪽으로는 금값이라는 실장어 잡이 그물들이 물길을 따라서 차곡차곡 설치되어 있다. 인공부하로는 아직 채산성이 맞지 않고 잡으면 금값이니 저렇게들 실장어 잡기에 열심인 모양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공부를 해서 양식에 도전해 볼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물론 생물을 다루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방조제 바깥의 넓은 갯벌과 안쪽의 담수호와 들판을 번갈아 감상하면서 길을 이어간다.
기나긴 손불방조제를 지나온 길은 어느덧 월천항에 이른다.
월천항에 이르니 함평과 영광 지명이 동시에 등장하는 서해랑길 표식을 만났다.
길은 월천항에서 인도교로 월천제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하천을 건너서 월천방조제 쪽으로 향한다.
함평과 무안군 해제면 사이의 바다와 갯벌을 바라보면서 월천방조제 위를 걸어간다.
'ㄴ'자 형태로 꺾어진 월천방조제 끝자락에 이르면 멀리 안약해변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안악마을과 월천방조제 기념비가 세워진 작은 공원을 지나면 돌머리 해수욕장과 함께 함평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안악해변에 닿는다. "섬마을 선생님" 노래비와 조각상을 세워 놓았는데 작품 설명을 보면 함평만의 부드러운 곡선과 노래에 나오는 섬처녀를 형상화한 것이라는데......
포구와 모래 해변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아직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 아빠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안악해수욕장이었다. 넓은 모래사장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작은 수영장도 있어서 여름이면 더 많은 가족들이 찾는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땅꼬마들은 부모님이 입혀준 두꺼운 옷을 입고, 날씨가 추운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분주한 부모님의 모습이 고생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 좋을 때다 하는 속이야기를 하면서 솔숲을 지난다.
안악해변을 지난 길은 계속해서 해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휴일이라 그런지 이따금씩 안악해변으로 향하는 자동차들이 있었다. 날씨가 흐려서 시야가 흐리지만 멀리 칠산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다 건너로는 32코스로 걸었던 해제면의 산들이 보이고 북쪽 정면으로는 35코스 종점인 영광칠산타워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의 여정도 끝을 향하여 가고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길을 걷지만 목적지가 조금씩 다가오니 힘을 더 내본다. 오늘은 코스를 끝내면 버스를 타고 영광 읍내로 나가서 하룻밤 쉬고 돌아와서 내일 다음 코스를 이어 걸을 예정인데 종점 도착 예정 시간을 보니 아슬아슬하다. 이럴 때는 항상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조금 서둘러서 걸을지, 아니면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서둘러도 눈앞에서 버스를 놓칠 수도 있다. 옆지기님에게 상황을 설명드리니 나름 걸음 속도가 빨라지신다. 긴 시간을 기다리거나 택시를 타는 것보다는 서둘러서 버스를 타는 것이 좋겠다는 결단이시다.
걸음을 빨리 한다고 속도가 그렇게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함평항으로 향하는 포장 해안길은 마음이 급한 걷기족에게는 조금의 도움은 된다.
큰 규모로 만들어진 함평항을 지나니 넓은 공원과 함께 학산어촌체험휴양마을이라는 표지석도 만난다. 칠산대교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함평군의 농어촌버스도 함평항이 종점이니 이제 함평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이제 방조제 하나를 지나면 함평을 떠나 영광군으로 진입하고 많이 가까워진 칠산대교와 칠산타워도 눈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학산마을과 향화도 섬을 잇는 방조제를 걸으며 함평군에서 영광군으로 들어간다. 서쪽 하늘에는 노을 대신 짙은 구름을 뚫고 잠깐 얼굴을 내민 태양이 작별 인사를 하는듯하다. 찰나의 햇빛이지만 눈부시고, 환상적인 세상 풍경을 만든다.
함평군과 영광군을 잇는 방조제 길을 걸으며 갯벌과 푸른 들판을 번갈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린다. 같은 하늘, 같은 시간대인데 방향에 따라 한쪽은 흑백사진이고 다른 한쪽은 컬러사진의 그림을 선사한다.
칠산대교 인근에 이르니 흐린 하늘을 뚫고 오후의 태양이 잔잔한 은빛 바다를 만들고 있다.
비록 지금은 섬이 아닌 존재가 되었지만 길은 향화도에 입성하여 칠산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칠산대교는 공사 중에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2019년에 정상 개통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칠산바다라는 이름은 어릴 적 읽은 동화책에서 처음 접했었다. 그저 동화 속 지명으로 스쳐 지나갈 인연인데 그 장소를 바다를 가로지른 다리와 함께 만나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
서산으로 내려가는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조금 서둘러 걸은 덕택에 칠산타워 앞에서 영광 읍내로 가는 버스를 제시간에 탈 수 있었다. 그것도 조용한 전기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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