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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반도의 북쪽으로 이동하며 신흥 마을을 지난 길은 도로와 농로를 오가며 용당리 내당 마을을 지난다. 내당 마을에서 고개를 넘으면 대전리 연강 마을에 닿고 송정 마을을 거쳐 대전 해수욕장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대금리 신흥 마을을 지나온 길은 도로를 따라서 작은 고개를 넘는다.

 

고갯길이지만 울창한 나무 그늘이 오후의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니 고개를 벗어나기 싫다. 고개를 넘으면 대금리에서 용당리로 들어간다. 작은 갯벌이 있는 해안을 만난다.

 

도로 옆으로 모래 해변과 갯벌이 있는 해변이 펼쳐지지만 이곳은 커다란 새우양식장들이 해변을 차지한 모양새다.

 

길은 내당 마을을 앞두고 도로를 벗어나 해안 둑방길과 농로로 돌아간다. 길은 다시 도로로 돌아온다.

 

갯벌에 그려진 물길을 보면서 둑방길을 걸어간다. 전면으로 보이는 산은 아주 작은 산이지만 소두방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둑방길에서 바다 건너를 바라보면 득량만 방조제가 아주 희미하게 시야에 잡힌다. 물이 빠지고 있는지 갯벌 끝자락에서는 전동 스쿠터를 몰고 오신 한 아주머니가 허리를 숙이고 작업에 열중이시다.

 

둑방길이 끝나면 양식장을 지나 산 아래 농로를 따라간다.

 

모내기가 한창인 농로를 따라가면 다시 도로로 올라가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요즘은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니 1~2주 사이면 이 동네 모내기도 모두 끝날 모양이다.

 

도로를 걷던 남파랑길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농로 안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남파랑길 화살표 표식이나 리본을 보면서 걸었는데 이곳에는 전봇대에 남파랑길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멀리 내당 마을을 보면서 농로를 걷는데 논에서 처음 보는 물건을 만났다. 이름하여 준 영구 논두렁이라 부르는 콘크리트 논두렁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봇대처럼 미리 만들어진 것을 논에다 설치하는 것인데 농민들은 트랙터로 매년 논둑을 다질 필요도 없고 제초제를 뿌리거나 예초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 좋아한다고 한다. 문제는 시멘트와 콘크리트 제작 시 사용하는 화학약품의 독성인데, 일 년 내내 땅에 박혀 있고 특히 벼 성장기에는 항상 물에 접하고 있으니 그 독성이 토양이나 벼에 흘러드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인 것이다.

 

마을길을 따라 내당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길 모퉁이 그늘에 동네 분들이 모여 앉아 계셨는데 인사를 건네니 모두들 사투리 섞인 말로 인사를 받아 주신다. 그분들을 뒤로하고 걸어가는데 등뒤로 그분들끼리 하는 말씀을 들으니 "장흥 지나서 해남까지 가는 거여!" 하신다. 아마도 남파랑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양이었다.

 

버스 정류장 뒤편의 작은 정원에서는 분홍 달맞이꽃들이 화사하다. 야생 달맞이꽃은 이름처럼 밤에 꽃을 피우지만, 관상용 분홍 달맞이꽃은 지금처럼 낮에도 꽃을 피운다.

 

내당 마을에서 기억나는 또 한 가지는 많은 집 대문에 걸려 있던 노란색 편지함으로 고흥 유자를 소재로 해서 만든 모양이었다. 자신 고장 특산물을 소재로 편지함을 만든 아이디어는 훌륭했다. 농촌 주택들은 많은 집에 변변한 편지함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집배원들을 위해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었다. 고개를 넘어 연강 마을로 향한다.

 

고개를 넘으면 두원면 용당리를 지나 대전리 연강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입구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물도 하나 구입하고 아이스바도 구입하여 오늘 여정의 막바지 에너지를 충전했다. 

 

반백이 넘은 사람들이 얼음사탕 입에 물고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조금은 쑥스럽지만, 이 더위와 갈증을 식히는데 체면은 아무런 쓸데가 없다.

 

연강 마을을 빠져나온 길이 도로를 만나지만 이번에는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도로를 횡단하여 건너편 농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그렇지만, 산 아래 농로를 따라가던 길은 다시 도로로 올라와 송정 마을 정류장을 만나는데 이번에도 도로를 횡단하여 정류장 우측의 길로 송정 마을 방향으로 이동한다.

 

송정 마을은 마을 아래쪽 산기슭에 소나무가 정자처럼 우거졌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송정 마을은 내일 걸을 73코스에서 지나가고 72코스에서는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좌회전하여 대전 마을로 나간다.

 

송정 마을로 들어가다가 죄회전하여 해변을 보며 진행한다. 멀리 송림이 줄지어 있는 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 앞에 큰 밭이 있어 대전이라 불렸다는 대전 마을의 들판은 다른 곳보다는 모내기가 많이 늦을 모양이다. 이제야 소먹이 풀을 잘라서 말리고 있으니 앞으로도 풀을 둘둘 말아 옮기고, 논을 갈고, 흙탕물을 가라앉히고, 모내기를 해야 되니 아직도 일이 한참 남았다. 그렇지만, 늦어도 이모작이다.

 

드디어 대전 해수욕장에서 71, 72코스를 걷는 긴 여정이 끝났다. 다행히 버스가 오는 시간에 늦지 않게 맞출 수 있었다. 오후 5시 30분에 이곳에서 회차하는 버스를 탔는데 버스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잠시 쉬고는 정확한 시간에 출발했다. 고흥군의 군내 버스는 안내 방송만 빼면 훌륭하다.

 

서쪽 풍경은 대전 마을 포구 너머 보성 땅이 보이는데 석양이 지며 감성적인 그림을 선사한다.

 

물 빠진 갯벌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빨간대야를 끌고 뭔가를 캐시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넓은 백사장과 병풍처럼 늘어선 소나무들이 무슨 조경 작품 같다. 나무가 한 줄인 것이 아쉬워 보이기는 하다. 백사장을 보면 물이 어디까지 들어오는지 가늠할 수 있는데 깊지 않은 물에서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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