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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만 방조제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72코스는 3Km가 넘는 방조제를 지나면 해안선 인근으로 북쪽으로 이동한다. 방조제를 지나면서 도덕면에서 두원면으로 넘어간다. 풍류리의 풍류, 상촌, 월하 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풍류리를 지나면 대금리의 신흥 마을을 지나는데 이곳에서는 경로와 다르게 그냥 해안 도로를 걸었다.

 

고흥만 방조제 공원을 지나 방조제 둑방길에 들어선다. 방조제 끝이 아득하다.

 

고흥만 방조제 공원에는 페 항공기도 전시해 놓았는데 주차장도 있으니 사람들이 피크닉 삼아 이곳에 와서 아이들과 인증숏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직선으로 뻗어나간 방조제 길은 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배운 원근법의 정석 같은 그림이다. 고흥만 방조제의 건설로 엄청난 크기의 농지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농지와 함께 거대한 담수호와 습지도 생겼다.

 

길은 방조제를 지나면서 고흥군 도덕면에서 두원면으로 들어간다. 길을 걷다 보니 자동차가 개구리 주차되어 있는 곳에서 한 중년부부가 나무 그늘 아래에 남편은 누워 쉬고 있고 아내분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낚시를 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낚시보다 낮잠이 좋았나 보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방조제 길에서 그들이 부럽긴 했지만, 그들을 밀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인근에 있는 작은 나무 아래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늘이 거의 없는 태양 아래의 휴식이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해창만 방조제의 담수호처럼 고흥만 방조제의 담수호에도 수상 태양광 설치가 한창이었다. 길은 방조제 끝에서 풍류 해수욕장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방조제 끝에서 좌회전한 길은 해안 도로를 따라서 풍류 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계절은 무심히 잘만 흐른다. 이른 봄 보라색 꽃을 피웠던 살갈퀴는 5월 중순에 벌써 열매가 익어서 꼬투리가 검게 변했다.

 

콩과 식물이기는 하지만 잎과 줄기가 연해서 씨앗이 아주 작을 것이라 상상했는데 살갈퀴의 꼬투리를 열어보니 거의 쥐눈이콩에 견줄만한 크기다. 살갈퀴를 다시 보게 된다. 콩처럼 식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얼치기완두라고도 부른다. 

 

풍류 마을 어항에 이른 지점에서 서쪽을 보니 고흥만 수변 공원과 리조트도 이제 아련하게 보일 정도다.

 

길은 풍류 해수욕장으로는 가지 않고 우측으로 꺾어져 풍류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해수욕장으로는 풍류어촌체험마을이 자리하고 있고 멀리서 보아도 송림이 우거진 아담한 모래 해변이다.

 

사계절 풍경이 좋다 하여 이름 붙은 풍류 마을은 마을 뒷산으로 풍류 오솔길이라는 이름의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모양인데 남파랑길은 가지 않고 마을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산 사이의 계곡을 따라서 마을길은 이어진다. 산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계곡에 마을이 형성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길은 상촌 마을 앞을 지난다.

 

상촌 마을을 지나며 작은 고개를 넘는데, 마을 이름이 상촌인 이유도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라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풍류로 도로를 따라 걷는 길, 상촌 마을 고개를 지나면 월하 마을이 시작된다.

 

월하 마을의 이름은 반월산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고 붙여진 이름인데 포털 지도에는 반월산은 없고 백 미터가 조금 넘는 반덕산이 있다.

 

월하 마을을 빠져나온 길은 농로를 따라서 북쪽 해변으로 이동한다.

 

논 옆 감나무에 꽃이 달렸는데 연한 노란색의 감나무 꽃이 이렇게 예쁜지 처음 알았다. 꽃이 여러 개 매달린 것은 보통 수꽃이라고 하는데, 품종에 따라 암꽃만 달리는 감나무도 있다고 한다.

 

농로를 따라 해변으로 이동하는 길은 풍류리를 지나 대금리 신흥 마을로 진입한다. 마을 앞으로는 넓은 해안이 있고 뒤로는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마을이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신흥 마을을 가로질러 가지만 우리는 그냥 마을 앞을 해안도로를 걷기로 했다. 도로를 걷는 대안이 나쁘지 않고, 한참 농번기인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부담이기도 했다.

 

신흥 마을 앞의 도로를 걷는 길은 마을 앞의 넓은 갯벌을 볼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갯벌 너머로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는 득량만 바다와 보성땅, 그리고 멀리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어려있는 득량도가 아련하게 보인다.

 

소먹이풀의 독특한 냄새를 맡으며 해안도로를 걸어간다. 차가 많지 않은 길이라 부담은 없었다.

 

거대한 방조제도 없는 해안 바로 옆으로 작은 돌들로 둑을 올리고 논과 밭을 만든 풍경은 이곳만의 독특한 그림이다. 낮은 두렁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논과 밭이고 다른 한쪽은 갯벌이니 이런 풍경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신흥마을에서 내려오는 원래의 길과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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