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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회리를 지난 남파랑길 73코스는 들판길을 걷다가 두원운석길 도로를 따라 걷고, 중간에 좌측 산길로 진입하여 작은 언덕을 넘어 농로를 통해 용산천에 닿는다. 용산천을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없으므로 다시 도로까지 올라와서 하천 둑방길을 돌아서 간다.

 

예회 마을을 지나 언안산을 넘어온 길은 방조제 둑방과 논 사이 있는 저류지를 따라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물 댄 논들은 거울처럼 반질반질하다. 모내기가 절정인 계절이다. 

 

둑방 옆 저류지 길을 벗어나면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이 지역도 광활한 간석지가 펼쳐진 지역이다. 갯벌과 바다 너머로는 고흥의 과역과 남양면이다. 이런 간석지를 보면 누군가는 또 간척해서 농지를 만들겠다는 유혹을 받지 않을까 싶다.

 

간석지가 넓어지면 갯벌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의 작업 범위도 그만큼 바다 쪽으로 멀리 나가게 될 것이다. 갯벌 위에 놓인 가늘고 기다란 콘크리트 길이 해파리 촉수처럼 보인다.

 

길을 돌아서 갯벌 길을 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위성 지도에서 거리를 측정해 보면 5백 미터가 넘는 길이다. 저 길을 뻘과 씨름하며 걸어갈 것을 생각하면 작업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체력이 방전되지 않을까 싶다. 전동 스쿠터를 몰고 가면 금방일 테니 이곳에서 삶을 일구어 가시는 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길이다.

 

길은 들길을 따라 예회리 끝자락으로 이동한다.

 

언덕을 내려가 두원면 예회리와 성두리 사이의 계곡으로 흐르는 작은 수로를 지나면 성두리로 넘어간다. 이곳도 넓은 간석지에 내륙에서 내려온 작은 수로의 물이 작은 물길을 내면서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작은 방조제의 둑방길을 지난 길은 도로가 지나가는 방향으로 해안을 뒤로하고 내륙으로 들어간다.

 

들길에서 잎이 아까시나무와 비슷하지만 꽃은 전혀 다른 모양인 족제비싸리나무를 만났다. 콩과 나무인데 꽃이 족제비 꼬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가지를 꺾으면 나는 느끼한 냄새도 족제비가 풍기는 냄새라고 한다. 북미 원산으로 제방길이나 하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까시와 함께 사방 식물로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키가 크지 않고 햇빛이 좋은 곳에서 잘 자라는 나무다. 줄기로 소쿠리도 만들고 염색도 하며 잎과 줄기를 혈압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이름의 이 나무는 외래종이라고 지금은 찬밥 신세라 한다.

 

작은 야산을 지나는 들길은 갖가지 식생을 만나는 즐거운 길이다.

 

붉은빛이 도는 독특한 꽃을 만났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한해살이 풀인 미국 쥐손이풀이다. 그런데 창처럼 길게 뻗어 나온 것은 꽃이 아니라 다섯 장의 꽃 잎을 가진 하얀 꽃이 지고 그 자리에 맺힌 열매, 씨앗이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골치 아픈 잡초라고 한다. 늘 그렇듯이 누군가에게는 잡초이지만 누구에게는 귀한 약으로 쓰이는 식물이다.

 

길은 830번 지방도 두원운석길 도로로 올라가 도로변을 걸어 남쪽으로 내려간다. 길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도로는 운석과 연관성이 있다. 이 지점에서 반대 방향으로 5백 미터 정도 가면 일제강점기인 1943에 운석이 떨어진 위치로 갈 수 있다. 2Kg이 조금 넘는 운석으로 현재는 모형만 있고 실물은 대전 지질 자원연구소에 있다. 일본인이 본국으로 가져갔다가 1999년 한일 정상 회담으로 통해 영구 임대 형식으로 반환되었다고 한다. 공룡 멸종의 주요 요인으로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 또는 소행성을 꼽는 것이 정설화 되고 있는 모양이고 운석 자체로도 우주의 신비를 풀어가는 중요한 자료이다. 

 

대금리의 금산지에서 내려오는 하천을 건너 길을 이어간다. 해변으로는 긴 방조제와 함께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물 댄 논들이 이어진다.

 

도로가 중간에 오수 마을로 가는 교차로를 만나지만 길은 언덕길로 직진한다.

 

두원운석길 도로를 걷던 길은 산 중턱에서 도로를 벗어나 숲길로 진입한다.

 

작은 언덕을 넘는 숲길을 걷는다.

 

향기로운 찔레꽃이 여전한 것을 보니 아직 봄이 모두 지나가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덕에서 내려오면 농로를 통해 동쪽으로 이동하여 해변으로 나간다. 이곳의 논들은 모내기할 기미도 없다. 비싼 농기계를 가지고 최대의 효율을 내려면 많은 농지들을 시간차를 가지고 넉넉한 기간으로 순차적으로 일을 해야 될 것이다. 자급자족 수준의 농업이 아닌 농업 경영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해변으로 나오면 두원면 곳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합류하여 바다로 내려가는 용산천 하구를 만난다. 어찌 보면 이곳의 갯벌은 용산천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길은 용산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이곳에는 다리가 없으므로 도로가 있는 곳까지 둑방길을 따라서 거슬러 올라간다. 두원면 영오리에서 용산리로 넘어간다.

 

용산천 하구 갯벌은 게 구멍들이 마치 달 표면의 크레이터(Crater)처럼 보이기도 한다. 

 

용산천을 따라 올라가는데 하천변의 일정 지점부터 갈대가 등장한다. 아마도 저 지점부터가 염분이 덜한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갈대가 염분도 견디는 염생 식물이라고는 하지만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에서 잘 자랄 뿐 염도가 아주 높으면 자라지 못한다. 0.4% 정도의 염도까지 견딘다고 한다. 간척지에서 벼나 사료 작물을 키우려면 염도는 0.3% 이하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길은 용산천을 건너기 위해서 두원운석길 도로까지 올라와야 한다. 와룡 마을 입구인데 버스 정류장 뒤편의 정자에서 김밥 도시락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지금은 용산천 둑방으로 있어서 둑방 주변으로 논이 자리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와룡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와룡교 다리를 건너서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용산천 반대편 둑방길은 큰금계국 천지다.

 

큰금계국이 보기에는 좋지만 이미 일본은 2006년부터 퇴치에 나서고 있고 우리나라도 국립생태원에서 외래식물 유해성 2등급으로 지정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고 생명력도 강하다 보니 무한정 퍼지는 것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예쁘다고, 관리하기 쉽다고 심고 방치하면 다른 식물들은 뿌리를 내릴 공간도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논 인근에 있는 큰금계국은 제초제 샤워를 하고 말라가고 있었다. 농부들 입장에서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용산천 하구에 둑이 있었는데 둑 옆으로는 어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물이 제대로 흘러가는 어로였다. 많은 하천의 어로가 형식적인 곳이 많았는데 이곳에는 제대로 된 어로를 만들어 놓았다.

 

제초제 샤워를 하고 말라가는 큰금계국을 보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농부의 심정을 헤아릴 수도 있어서 할 말이 없었다. 씨앗으로도 퍼지지만 뿌리로도 번식을 하니 행정기관은 주의가 필요하겠다 싶다. 실제로 큰금계국이 자리한 곳에는 다른 식물들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다. 예쁜 꽃과 다르게 무서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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