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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반도의 끝자락을 향해 북쪽으로 이동하던 남파랑길은 두원면 대전리에서 막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두원면의 동쪽 해안을 따라 송정 마을과 예회 마을을 지난다. 마을 사이의 고개를 지나거나 해안둑방길, 농로를 걷는다.

 

어제 72코스를 끝내고 군내버스로 고흥 읍내로 들어가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고흥 버스 터미널에서 대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대전 해수욕장으로 돌아와 73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7시 차를 탔는데 7시 15분에 도착할 정도로 버스 이동은 정시 출발에 빠르고 훌륭했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적막함이 감도는 대전 해수욕장을 출발한다. 일단 해수욕장 끝자락으로 이동한다. 어제저녁에는 물이 많이 빠져서 갯벌도 보였는데 오늘 아침은 물이 모래 해변까지 들어왔다. 

 

해수욕장의 소나무가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왠지 허전한 느낌은 왜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 나무들이 어릴 적부터 이곳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 저 큰 나무들을 설마 옮겨다 심은 건가? 하는 추측까지 든다. 나무는 넉넉한 숲에 있을 때 편안해 보인다. 해수욕장 뒤로 마늘밭에서는 우중에서도 밭에서 잘 말려둔 마늘들을 묶어서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득량만 바다는 늘 잔잔하게 호수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를 보니 바다는 바다다.

 

길은 대전 해수욕장을 빠져나와 전면으로 보이는 용등산 앞을 가로지르는 길을 통해 둑방길로 나간다. 이날은 월요일이었는데 산 아래에 있던 전원주택의 아침 출근 및 등교 풍경을 스쳐 지나가며 보게 되었다. 고흥 읍내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니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는 엄마인 모양이었다. 정장 차림이니 회사원일수도, 학교 선생님 일수도, 의사나 기타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일 수도 있을 텐데 젊은 여성이 읍내에 있는 그 수많은 아파트를 마다하고 아이들과 함께 농촌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멋져 보였다.

 

둑방길로 나오면 여기서 보는 바다 건너 땅은 고흥 땅이다. 바로 앞으로 보이는 작은 섬은 서도라 불리는 섬이다. 둑방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길은 전면으로 보이는 산 아랫자락을 크게 돌아서 간다. 산을 돌아가는 길에는 송정 마을을 들러서 간다.

 

두원송정길이라는 길 이름처럼 두원면 송정 마을의 마을길을 가로질러서 간다. 돌을 쌓아서 만든 밭과 길을 보니 장구한 역사를 가진 마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송정 마을의 고개를 넘어 해변으로 나간다.

 

고개를 넘어 해안으로 나가서 우회전하여 해안길을 따라가는 길이다.

 

바람개비를 닮은 하얀 꽃을 피운 백화등 진한 향기로 발걸음을 붙잡는다. 밭 경계로 백화등이 가득하다.

 

좀 더 내려가니 분홍 달맞이꽃이 화사하게 길을 밝혀준다.

 

이 꽃이 야생 달맞이꽃이었다면 이 시간에는 꽃을 보지도 못했을 텐데, 흐린 날씨에도 화사한 꽃 덕택에 마음도 가벼워진다.

 

길은 해안 둑방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자연스럽게 갯벌 풍경이 많아진다.

 

산 아래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걸어간다.

 

해안도로 보는 바다 풍경에는 바로 앞으로는 서도, 그 뒤로는 우도와 각도섬 등이 눈에 들어온다.

 

해안 도로 구간을 지나면 예회 마을을 향해서 이동한다.

 

넓은 간석지가 펼쳐진 해안을 뒤로하고 언덕을 넘어 예회 마을로 들어간다.

 

예회 마을로 들어가는 길, 길가의 노란 꽃을 피운 풀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잎사귀는 쑥처럼 생겼지만 쑥은 아니고 꽃은 노란색의 처음 보는 모양을 가졌다.

 

노란색도 단순한 노란색이 아니라 영롱한 빛의 노란색으로 녹색과 대비되어서 그런지 더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꽃이다. 찾아보니 이름도 독특한 괴불주머니라는 두해살이풀이다. 수면제 성분이 있어 끓여 마시면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회 마을로 들어섰다. 산 아래로 마을이 보이는데 길은 언덕길을 걷다가 우측 골목으로 빠져 마을 아래로 내려간다.

 

돌담과 시멘트 블록이 어우러진 담장이 있는 골목길을 가로질러 마을 아래로 내려간다.

 

화려하게 만들어 놓은 마을 쉼터와 나무를 지나서 해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화려한 마을 공동의 쉼터, 마을 공터의 나무까지 유서 깊은 마을의 역사를 표현하는 것 같다. 구한말 예조 판서가 이곳을 지나다가 마을 사람들의 예의범절에 탄복하여 붙인 마을 이름 예회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닌 모양이다.

 

예회 마을을 나오면 도로를 벗어나 언안산 자락의 작은 고개를 넘는다.

 

예회 마을 앞의 갯벌과 갯벌 바로 옆의 물 댄 논이 같은 듯 다른 묘한 대비를 이룬다.

 

언안산 자락의 고개를 넘어 내려가는 길에서 독특한 향기와 하얀 꽃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찌 보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경작지 이외의 공간은 다양한 생명들이 마음껏 숨을 쉬며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손이 닿는 곳은 약품을 뿌리지 않더라도 사람이 잡초라 생각하는 순간, 그 가치와 상관없이 뽑혀버릴 테니......

 

꽃향기의 주인공은 인동초, 금은화라고도 불리는 인동덩굴이었다. 온갖 고난을 이겨낸 사람을 인동초에 비유하곤 하는데 인동초의 상징적 의미, 약초로서의 효험보다 아름다운 꽃으로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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