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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 마을을 지난 남파랑길 39코스는 해안에서 화천천을 따라서 올라간다. 국립 편백 휴양림이 있는 내산 저수지 쪽에서 내려오는 하천이다. 독일 마을을 지나면 40코스에서도 화천천의 하천변을 따라 걷을 예정이다. 화천천의 하천변을 걷던 길은 동천 마을 쪽으로 좌회전하여 동천리 마을길을 통해 고개를 넘어 물건 해수욕장에 도착하고 이후에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독일마을 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마을 전체가 특색 있게 빨간 지붕이었던 둔촌 마을을 뒤로하고 건널목을 건너 다시 해안에서 길을 이어간다. 마을 앞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것은 어제 우리가 걸었던 창선도다. 넓은 갯벌이 있어 갯벌 체험도 있는 마을이다.
마을 끝부분까지는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었다. 독일 마을 표지판이 등장했다. 하천변과 마을길을 걷는 남파랑길과 3번 국도 동부대로가 가는 경로는 다르지만 방향은 동일하고 서로 인근에서 길을 이어간다.
해안선을 돌아가면 화천천의 둑길이 바로 이어진다. 화천이라는 이름에는 꽃 화(花) 자가 들어가 있는데 우리말로 하면 "꽃내"가 된다. 예쁜 이름이다. 예로부터 봄이 되면 강물로 꽃잎이 떨어져 흘러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화천천을 따라 올라가면 높은 산들 사이로 물이 흐르며 만든 넓은 평야 지대가 이어진다.
아직 꽃잎이 떠내려 오기에는 이른 2월이지만 맑은 물이 흐르는 꽃내는 오리들의 놀이터다.
화천천이 산에서 이곳까지 흙을 실어 날라서 만들어 놓은 넓은 평야에는 남해 마늘이 엄청나다. 우리나라 마늘 생산량의 15%를 감당할 정도의 엄청난 마늘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도와 전남 및 경남 해안에서 많이 생산하는 남도 마늘을 주로 심는다고 한다. 중국의 가정 지방이 원산지이다. 제주도가 5월 초에 마늘을 수확하기 시작한다면 남해는 5월 말에 출하된다고 한다.
도로를 가로질러 화천천 옆을 걷는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호젓하게 걷는 느낌, 정말 최고다.
꽃내, 화천을 따라 걷던 남파랑길은 동천 마을 앞에서 새로 생긴 다리를 건너서 동천 마을로 들어간다.
화천천의 동쪽에 있다고 동천리라 이름한 모양이다. 길게 뻗은 논 사이의 마을길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물건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고개까지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좌측으로는 236미터의 물금산을 두고 우측으로는 349미터의 국수산 자락의 작은 봉우리를 두고 계곡을 오르는 길로 우측 작은 봉우리 너머 산중에 남해 독일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동천 마을 회관 앞을 지나 마을길을 가로지른다.
마삭줄이라는 덩굴 식물이 돌담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지금은 2월이라 그렇지만 바람개비 모양의 하얀 꽃이 필 때면 그 향기가 그렇게 좋다고 한다. 왠지 키우고 싶은 욕심이 나는 나무다.
2월에 남해의 들판에서 푸릇푸릇하다 싶으면 둘 중에 하나다 마늘 아니면 시금치. 해풍 맞고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의 달큼함이 상상되어 군침이 돈다.
돌을 쌓아 만든 논의 돌담에 자리한 마삭줄 덩굴을 보니 마삭줄을 키워낸 농부의 마음씨가 보이는듯하다. 마삭줄을 살리기 위해서 제초제도 뿌리지 않을 테니 농부의 넉넉한 마음이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 같다.
언덕길 앞에서 뒤돌아 보니 약간의 산지임에도 동천리 마을은 넓은 들판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넓은 들을 가진 푸근한 마을이 보니 얼마간 살아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헉헉 거리며 언덕을 오르는 길, 우측으로 3번 국도도 우리와 함께 고개를 넘고 있다. 산마루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고개를 넘으면 39코스 종점까지 2Km 내외가 남는다.
고개를 넘으니 동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이전 마을의 분위기가 푸근한 농촌이었다면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딱일 듯싶다. 계곡 건너편의 독일 마을과 물건 해수욕장을 앞에 두고 있는 펜션과 리조트까지 화려함 그 자체다.
계곡 건너편의 산중턱으로 자리한 독일 마을의 전경은 멀리 보이는 원경임에도 독특하다. 물건 해수욕장까지 내려갔다가 잠시 후 저곳도 지나야 한다.
물건항과 물건 해수욕장은 넓은 농지와 더불어 해안으로 늘어선 커다란 방조어부림이 인상적인 곳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는 공간이다.
해안에 있는 나무라고 하면 소나무 방풍림을 생각했는데 이곳의 나무들은 한 가지도 아니고 후박나무를 비롯하여 팽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가 있고 여러 덩굴 식물들도 자라고 있다고 한다. 강한 바람과 해일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길이 1.5Km, 폭 30미터의 숲을 가꾼 지가 3백 년이 넘었다고 하니 이미 1960년대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이해가 된다. 해안 중앙으로 떡하니 천연기념물로 관리하는 숲이 있으니 상업시설들이 해안을 잠식하는 것도 막아준 것 같다. 우리는 숲 앞에 있는 둑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둑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바라본 물건리 해안의 모습은 유명 해수욕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마도 동쪽을 바라보며 활처럼 휘어진 해안 앞에 커다란 방파제 두 개가 길목을 막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좌측으로는 리조트와 요트 계류장도 있다.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우리는 방조 어부림 사이의 데크길을 통해서 숲길을 걸어본다. 활엽수들이라 대부분 잎을 떨구고 없는 상태이지만 봄이 오고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꽃을 피우면 생기 넘치는 숲으로 변모할 듯하다. 소나무 방풍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숲을 만났다.
나무들의 엄청난 크기와 3백 년이란 세월을 생각하게 하는 풍경이다. 나무를 키우고 보살필 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지혜로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란 것을 증명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숲을 뒤로하고 독일 마을 쪽으로 이동하는데 우리 눈앞에 독일 빵집이라는 간판이 들어왔다. 옆지기가 여행을 떠나면서 기대한 것 중의 하나가 독일 빵집에서 빵을 맛보는 것이라는데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배낭을 건네주고 빵집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성큼성큼 빵집으로 갔던 옆지기는 억 소리 나는 금액을 지불하면서 이런저런 빵을 사들고 왔다. 어떤 빵은 맥주 안주로 좋다는 여주인의 말을 옮기면서 싱글벙글이다. 좋아하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소금 맛이 감미로운 빵을 먹으면서 물건리 마을길을 오른다.
독일 마을 입구의 물건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39코스를 마무리하고 바로 이어서 40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가는 곳이라 그런지 물건 마을 버스정류장도 고급스럽게 지어 놓았다. 지금까지 만났던 버스 정류장 중에 가장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물건이란 독특한 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주위의 산과 마을의 지형이 물건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까닭이라는 것이다. 물건(勿巾)이라는 이름의 한자 자체가 이곳 지형을 상형화했다는 설과 신선이 바둑을 두고 있는 지형이니 풍수지리상 여자가 수건을 쓰면 안 된다고 물건이라 했다는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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