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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나야풀-간드룩으로 이어지는 기막힌 타이밍 덕택에 로컬버스를 타고 간드룩까지 이른 시간에 도착해 버렸습니다. 원래 포카라의 바그룽 버스 터미널에서 간드룩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9시 30분 정도가 첫차이기 때문에 그 차를 선택했더라면 11시 이전에 간드룩에 도착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포카라에서 나야풀 가는 첫차를 탈 수 있었고 나야풀에서도 행운과 같이 다른 노선의 간드룩행 버스를 만난 덕분에 아주 이른 시간에 간드룩에 도착해서 간드룩에서는 숙박하지 않고 일정을 하루 당겨 바로 산행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간드룩에서 촘롱까지 가는 길은 9km가 조금 넘는 길로 촘롱에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촘롱은 숙소가 많은 곳이니 문제가 없겠다 싶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촘롱행을 결심했습니다.

간드룩에서 촘롱으로 가는 길의 첫 번째 고비는 콤롱(Komrong) 고개로 2천 미터 내외의 간드룩 근방을 평탄하게 걷다가 200미터 정도의 고도를 높이며 콤롱 고개에 이르는 길입니다. 이번 트레킹에서 처음으로 산행의 땀을 맛볼 구간입니다.

 

간드룩 버스 터미널을 지나 한참 동안은 큰길을 따라 걷습니다. 포장된 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임도처럼 산을 깎아놓은 흙길을 따라 걸어도 예전에 사람들이 다니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가끔은 예전에 사람들이 다니던 길의 흔적도 있지만 큰길을 따라 계속 걷습니다.

 

오래된 옛길에 남아 있는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월의 흔적과 어울리는 나이 든 나무에게 "나마스떼"하며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합니다.

 

멀리 콤롱 고개로 올라가는 길이 보입니다. 콤롱 고개로 올라가는 길 아래쪽으로는 촘롱 아래에 있는 지누단다로 이어지는 길도 보입니다. 포클레인으로 산허리를 잘라버려 산의 맨살이 드러나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빠르고 편안한 길일지는 몰라도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서 원래는 란드룩 쪽으로 가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 저길로 해서 간드룩으로 올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촘롱에서 최단거리로 포카라나 카트만두로 돌아가고 싶다면 지누단다에서 저길 을 통해서 간드룩으로 빠져서 지프나 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길에서 자주 만나는 당나귀들은 저런 공사 현장에서 쓰이는 자재들을 나르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간드룩은 2천 미터가 넘는 지역이지만 의외로 평탄한 곳이 많습니다.

 

좌측의 그림은 지금의 흙길에서 보이는 정겨운 옛길의 모습입니다. 손으로 하나씩 쌓아 올린 돌담과 정성스레 깔아 놓은 돌바닥이 지금의 흙길과 비교가 됩니다. 중장비들이 산을 깎아 만들어 놓은 널따란 흙길을 편안하게 걷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가 없네요.

 

길가로 쏟아지는 작은 폭포. 등에 땀이 조금씩 베이기 시작할 때 만난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해 줍니다.

 

무거운 공사 자재를 등에 지고 길을 걷고 있는 당나귀들의 모습입니다. ABC 트레킹 중에 수없이 만날 친구들입니다. 조금 힘들어 보입니다.

 

옆으로 우회로가 있기는 하지만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통해서 계곡을 건넙니다. 히말라야에서 만나는 첫 다리였는데 길지 않은 다리였지만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이번 여행에서 만나는 첫 다리였지만 앞으로 이것보다 훨씬 아찔한 여러 다리들을 곧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옆에 안전 난간도 있고 튼튼한 다리지만 아래가 숭숭 뚫려 있는 다리다 보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건너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ABC 트레킹 코스에는 이것보다 아찔한 다리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때로는 다리를 건너다가 다리 가운데서 당나귀 무리와 마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건너야 합니다.

 

다리 난간에서 조심스레 스마트폰을 꺼내서 계곡의 모습을 담아 봅니다. 지금은 그나마 평안해 보이지만 우기에는 이곳도 무섭게 변하겠지요?

 

흙길에서 만난 고마운 표지석. 콤롱 고개(KOMRONG)로 가는 방향을 알려줍니다. 고개를 넘어갈 때까지 2백여 미터의 고도를 올리면서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표지석에서 "URI"로 표시된 방향으로 계속 걸으면 촘롱 아래에 있는 지누단다로 갈 수 있습니다. 저희는 돌아올 때 지누단다로 내려올 예정이기 때문에 콤롱으로 향합니다.

 

ABC 트레킹 코스에서 이따금씩 만나는 트레킹 코스 표식입니다. 바위나 벽에 흰색과 파란색 페인트로 두줄을 그어 놓았습니다. 알프스의 TMB 코스에서는 흰색과 적색으로 표시를 했는데 비슷해 보입니다.

 

당나귀도 콤롱 고개를 넘어가는 모양입니다. 가끔씩 쉬어가는 당나귀들 사이로 지나가자니 뒷발에 차이는 것 아닌가? 하는 약간의 염려도 있었지만 당나귀들은 얌전했고 주위의 보너스 같은 풀을 뜯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마을의 상징인양 언덕에 우뚝 서있는 나무가 한동안 저희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묵묵히 걷다 보니 상당한 높이 까지 올라왔나 봅니다. 반대편으로 멀리 간드룩 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흰색, 파란색 두줄 표식이 이곳이 트레킹 코스 임을 명확하게 확인시켜 줍니다. 히말라야 ABC 트레킹은 끊임없는 계단과의 씨름으로 시작해서 계단과의 이별로 끝이 납니다. 기나긴 계단이 한눈에 보인다면 계단을 오르기 전에 벌써 지쳐 버릴 텐데 계단을 통한 오르막들은 조금씩만 그 정체를 보여 줍니다. 

 

드디어 콤롱 고개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Sun Rise lodge & Restaurant"라는 이름 아래 콤롱 표식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서 이제 콤롱 고개에 들어 섰구나 하는 성취감을 가집니다. 이 산장이 저희가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산장이었습니다. 이런 크고 작은 산장들이 트레킹 코스를 따라 마을마다 수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콤롱 고개에서는 온라인 지도 상으로는 이런 산장이 몇 개 없어 보였는데 의외로 상당히 많은 숙소와 레스토랑들이 있었습니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저희의 첫 산장 경험은 포시즌 산장(Four Season Lodge & Restaurant)이었습니다. 전통 복장을 입은 인상 좋은 아주머니께서 반겨주시는 산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인상 좋은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영어 소통이 된다는 점이 ABC 트레킹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시즌 산장의 객실 방 앞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객실 방의 문들을 열어 두셔서 이곳 산장들의 방구조가 어떤 것인지 살짝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포리지(Porridge)와 삶은 계란 2개를 시켰는데 아주머니가 잠시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곳 아래로 가시더니 물소젖을 한 컵 들고 오셨습니다. 바로 포리지에 넣으려고 젖을 짜서 가지고 오신 것입니다. 아주머니가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포리지는 봉투에 담긴 시리얼처럼 생긴 귀리와 오트밀 같은 곡물 가루를 우유를 넣고 죽처럼 끓인 것이었습니다. 처음 먹는 것이었지만 달짝지근한 게 먹을만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수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네요. 환자들의 영양식으로도 쓰이고 북유럽에서는 아침 대용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오르막으로 오르느라 땀이 흥건하게 배인 등이 서늘한 바람에 조금 쌀쌀했지만 따뜻한 것을 먹으니 나름 끼니가 해결되었습니다. 

당나귀들을 모는 일꾼들도 이곳에서 쉬어 가더군요. 포리지 한 그릇 450 루피, 삶은 계란 2개 200 루피를 지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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