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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롱 고개(Komrong)와 킴롱 계곡(Kimrong Khola)을 거쳐서 촘롱(Chhomrong) 초입에 도착한 저희는 지누단다(Jhinu Danda)로 가는 길, 촘롱으로 가는 길, 킴롱 계곡에서 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에 위치한 헤븐 뷰 게스트 하우스(Heaven View Guest House and Restaurant)에서 묵어 가기로 했습니다. 오전 11시에 간드룩 버스 터미널을 출발하여 오후 5시 정도에 산장에 도착했으니 간드룩에서 촘롱까지 6시간 가량이 소요되었습니다. 

 

헤븐 뷰 게스트 하우스는 깔끔한 2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침대 3개가 놓인 방을 두 명이 사용하도록 내어 주었습니다. 나름 깔끔하고 한식을 제공하는 숙소라서 하산 길에도 이 숙소에서 하루 더 묵어 갔습니다.

 

저녁에 도착해서 우선 1인당 100루피씩 하는 핫샤워를 요청해서 이틀 간의 피곤과 땀을 씻어 냈습니다. 핫 샤워를 요청하면 주인이 뜨거운 물 밸브를 열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주 뜨끈뜨끈하지는 않았지만 씻을만했습니다. 이곳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는 분들도 데스크에서 계산을 하시는 분들도 모두 여성들로 어머니와 딸들로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라면도 있고 김치찌개와 백숙도 하신다는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녁 식사는 600 루피 하는 김치찌개 두 개를 시켰습니다.

 

김치찌개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숙소 바깥을 잠시 거니는데 숙소 주변으로 꽃들도 심어 놓고 물통에 꽃을 띄워 놓는등 주인장 나름의 신앙의 표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치찌개는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김치에 참치를 넣은 것으로 국그릇에 찌개를 담고 넉넉한 양의 밥과 같이 내어 왔습니다. 쌀이 이곳 쌀이라 날아다녀서 그렇지, 나름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져간 볶음 고추장으로 밥도 비벼 먹고, 이틀간의 긴 여행의 피로를 풀어 줄 만한 식사였습니다.  

식사를 한참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한국인 커플이 있었습니다. 신혼여행으로 히말라야를 찾아온 젊은 커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다른 장소들은 언제라도 갈 수 있으니 신혼 여행지로 히말라야를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포터 한 명을 동반하고 ABC 트레킹을 하고 있는데 이 분들은 칸데(Kande)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여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를 거쳐 촘롱이 첫날밤이라고 했습니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이 있는 신혼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곳 산장들은 방마다 난방 시설이 없지만 지난밤 챙겨간 경량 침낭과 숙소에 있는 두꺼운 이불 덕택에 저희는 넉넉하고, 편안한 히말라야에서의 첫날밤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옆지기는 뜨거운 물을 넣은 작은 온수통으로 핫팩을 대신했고, 다음날 산행동안 마실 물은 500ml 플라스틱 통 3개에 물을 받아 정수제로 미리 준비해 놓았습니다. 배낭을 챙겨서 식당으로 내려오니 오전 7시인데도 이미 인증숏을 남기고 산행을 시작하는 팀도 있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작은 향을 피워 간단한 의식을 치르시더니 산장 앞마당을 정성스레 쓸고 계셨습니다. 산장 주변으로 화초를 심어 놓으신 정성이 보입니다.

   

아침 식사는 찐 계란 두개(230 루피)와 찐 감자(300 루피)와 어젯밤 보온병에 만들어 두었던 따스한 둥굴레차로 가볍게 먹었습니다. 조금은 서늘한 날씨에 따뜻한 계란과 감자, 둥굴레 차로 식사를 하니 나름 괜찮았습니다.

 

계산은 저녁부터 아침까지 사용한 금액을 숙소를 떠날때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주인장이 바쁠 때면 사용한 내용을 적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내역을 하나씩 살펴보고 빠진 것을 알려주니 고마워했습니다. 방 한 개에 500 루피면 정말 저렴한 것이지요! 저녁과 아침 식사, 숙박, 핫 샤워, 온수 값을 합쳐서 2,530루피가 나왔습니다. 유럽 TMB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상상도 안 되는 가격이지요.

 

마당을 화초를 가꾸고 깔끔했으며, 음식도 좋고, 영어 소통도 잘되고 상냥했던 주인장과 데스크를 맡았던 주인 아주머니의 어린 딸내미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산장이었습니다. 결국은 하산길에도 이 숙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숙소 뒷편으로 어제 저희가 왔었던 킴롱 계곡 가는 길이 보입니다. 이제 부지런히 뱀부를 향해 하루 여정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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