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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트레킹이고 트레킹 하는 사람의 등에 땀을 배이게 하고 두 다리를 후들거리게 하는 것은 "고개"입니다. 고개를 넘다 보면 트레킹 여정은 끝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간드룩에서 시작한 히말라야 ABC 트레킹에서의 첫 고개는 콤롱(Komrong, 2,250m) 고개였습니다. 고도가 2천 미터가 넘다 보니 산장에서 배낭을 벗고 휴식할 때면 서늘한 바람이 흥건하게 땀이 배인 등짝을 타고 지나가면서 추위를 느낄 정도였기 때문에 외투를 챙겨 입어야 했습니다. 

포리지(Porridge)와 삶은 계란 2개로 산장에서 점심을 해결한 저희는 오후 1시쯤 산장을 나서서 촘롱으로 향했습니다. 이제 콤롱 고개에 도달했으니 킴롱(Kimrong) 계곡까지 400미터가량 급한 내리막을 부지런히 내려갔다가 계곡을 지나 다시 고도 2,300미터까지 500미터가량의 고도를 높이면 이후로는 촘롱까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콤롱(Komrong, 2,250m) 고개 정상에 오르면 여러 산장과 함께 앞으로 저희가 내려가야 할 킴롱(Kimrong) 계곡과 함께 건너편 산으로 촘롱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길이 보입니다. 한참을 내려갔다가 저 오르막길을 다시 올라야 하는데!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오는 광경입니다. 오르막길과 연결되어 산 허리를 감싸고 이어져 있는 작은 길을 쫓아가 보면 멀리 보이는 작은 집들이 있는 곳이 촘롱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멀기는 하지만 목적지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보입니다.

 

콤롱 고개 정상을 지나서 계곡 쪽으로 내려가는데 동양인 부부로 보이는 커플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저희가 가려는 촘롱에서 온 것인데 4시간에서 5시간 걸릴 거고 힘든 코스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일단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오르막에 비하면 힘이 덜 들고,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그 기분에 그 시간보다는 우리가 빨리 갈 겁니다! 하는 혼자 만의 생각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촘롱 숙소에 도착한 시간을 보면 그분 말씀대로 콤롱 고개에서 촘롱까지 4시간 가까이 소요되었습니다.

 

정신없이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킴롱 계곡을 건너는 작은 다리와 건너편의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래된 길들은 바닥에 돌을 깔아놓아서 길의 유실도 막아주지만 세월의 옷을 입으면서 아름다운 길을 만드는데 한몫을 합니다.

 

계곡 건너편 저희가 걸어야 할 오르막을 보니 그저 아찔할 뿐입니다. ABC 트레킹에서 걸어야 모든 오르막 계단을 한눈에 보면서 걷는다면 지루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그 규모와 길이에 질려서 걸을 엄두를 내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인생에 있어 먼 앞날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거나 조바심 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런 것을 볼 수 없어서 바로 눈 앞의 것에 집중하고 충실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킴롱 계곡(Kimrong Khola)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망가진 상태로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우기에 이곳을 지난다면 상당히 위험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불어난 물에 다리가 망가질 정도이니 그 위력이 상상불가입니다.

 

킴롱 계곡에는 망가진 출렁다리 대신에 임시로 나무다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계곡 양쪽으로 돌을 쌓아 올리고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우기가 다시 오면 이 다리는 다시 자연 속으로 사라지겠지요? 

 

망가진 옛 출렁다리 입구에서 한 네팔인이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데, 이분은 다른 분하고는 조금 달랐습니다. 나마쓰떼하고 지나왔는데 그 이후에도 저희에게 말을 걸고 따라오면서 뭔가를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짐작으로는 다리가 망가진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아마도 돈을 받으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가 한참 앞서가니 더 이상 보이지는 않았는데 뭔가 개운하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촘롱(Chhomrong) 표지판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산 중턱 정도 올라서 바라본 계곡의 모습과 잠시 쉬어간 산장의 모습입니다. 등산로 앞에 있는 산장이 목 좋은 산장임에 틀림없기는 한데 이런 산장들은 대부분 그림처럼 돌로 턱을 만들어 놓아서 배낭을 벗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다녀보니 트레커보다는 짐을 나르는 포터분들이 짐을 편하게 내려놓고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저희처럼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사람들에게는 배낭을 벗기 좋은 휴식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잘 정돈된 마을 길을 지나 가파른 산 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11월 중순 고도 2천 미터 내외의 지대에서 노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나무를 만났습니다. 우리말로 풍년화, 미국에서는 위치 하젤이라 부르는 꽃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정확한 정체는 알 수가 없습니다. 잠시 눈 호강을 하고 길을 이어 갑니다.

 

등산로에 웬 수도꼭지인가? 하고 시설물에 붙여져 있는 안내문을 읽어보니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나귀와 말을 위한 급수용 탱크 시설이었습니다.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에서는 당나귀가 최고의 운송 수단이죠. ABC 트레킹을 하다 보면 매일 여러 번 당나귀 무리를 만나게 되므로 이런 시설이 있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말 자선 단체인 브룩(brooke hospital for animals, https://www.thebrooke.org/)이란 곳에서 세웠는데 당나귀나 말의 동물복지를 위해 일하는 단체라고 합니다.

 

나무에 리본과 같은 것이 줄줄이 매달려 있는데 마치 우리네 성황당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올라온 계단과 올라갈 계단. 자연석으로 차곡차곡 쌓아 놓아서 사람도 나귀도 편하게 오를 수 있게 했지만 계단을 지루하지 않게 올라가려면 나름의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의 경우 노래를 듣거나 부르며 계단을 오르내리면 그 지루하고 지독한 계단도 어느새인가 끝을 보입니다.

돌계단 옆으로 하얀색의 작은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오후 4시를 바라보는 시각, 맑던 하늘은 뿌연 안갯속에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과 함께 몰려오는 안개가 들풀들을 흔들거리게 하고 카메라마저도 뿌옇게 만듭니다.

 

킴롱 계곡(Kimrong Khola)에서 올라오는 가파른 오르막 끝에는 힐탑 산장(HillTop Lodge & Restaurant)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배낭을 벗고 초코바와 물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촘롱까지의 마지막 단계를 준비합니다.

 

커다란 검정개 두 마리가 짓지도 않고, 배낭을 벗고 쉬고 있어도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자신들 만의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희가 쉬었던 힐탑 산장은 촘롱까지 가는 두 갈래의 길이 갈라지는 지점인데 저희가 그 점을 간과하고 원래는 고도를 1백 미터 정도 더 올려서 능선을 통해 촘롱으로 가는 계획이었지만 그냥 눈에 들어오는 아랫길로 진행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돌아보면 전화위복이었다는......  

 

힐탑 산장부터는 사진처럼 산 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길이었기 때문에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이틀간의 긴 버스 여행과 산행을 끝내고 침대에 몸을 누일 수 있다는 강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갯속에서 멀리 민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거의 다 왔다! 우후!" 하는 신바람이 절로 나옵니다.

 

줄도 없이 돌아다니는 소들 사이로 긴장감 있게 길을 이어 갑니다. 그런데 민가에 가까이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싸하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큰 건물이 막상 와보면 그냥 민가였던 것입니다. 뭔가 잘못되었다 하는 점을 느끼고 맵 어플을 꺼내서 확인해 보니 역시 원래 경로에서 한참 아래로 진행하고 있던 것입니다. 틀린 길은 아니지만 원래 계획한 길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또 마침 마을 길도 촘롱 숙소들이 위치한 경로로 가는 두 갈래길이 있어서 어디로 갈까 고민한 끝에 위쪽으로 결정하고 이동하는데 뒤에서 서양인 노부부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느냐고 묻더군요. 지도를 보여 주면서 저희는 위쪽으로 결정했다고 하니 고맙다고 하면서 저희 길을 앞서서 가셨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인데 저희처럼 가이드도 포터도 없이 다니시는 모습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우리도 건강 관리를 잘하자! 하는 다짐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네팔 가정에서 키우는 소의 모습입니다. 뿔은 아주 날카롭게 생겼지만 길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새끼를 키우는 암소가 개를 들이받기도 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사람에게는 알아서 피해 가고 나름 온순했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당나귀들의 모습입니다. 입에 주머니 같은 것을 매달고 있었는데 마스크가 아니라 옥수수가 담긴 사료 주머니입니다. 옆을 지나가면 옥수수 씹는 소리가 들립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공평하게 먹이를 먹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였습니다.

 

촘롱의 마을길을 걸으면 길 바로 옆으로 가을걷이를 끝낸 계단식 논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계단식 논에는 벼도 있었지만 콩과 같은 작물도 많이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완만한 오르막인 촘롱 마을길을 가로질러 오늘 걷기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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