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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모니 남부 터미널에서 버스를 내린 다음에 그만 방향을 잘못 잡고 말았습니다. 숙소는 남쪽에 있는데 그만 북쪽으로 걸었던 것입니다. 터미널에서 거의 1Km 직진하면 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GPS도 동작시키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설산 풍경에 빠져서 북쪽으로 걸었습니다. 하얀 봉우리와 빙하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동안 엉뚱한 방향으로 걸었던 것도 몰랐던 것입니다. 길을 잘못 가고 있구나 하고 알게 된 것은 에귀 디 미디에 오르는 케이블카 출발지 근처에 도달해서였습니다. 숙소에 가방을 놓고 샤모니 시내 걷기를 할 때 거꾸로 올라와야 만날 수 있는 곳인데 숙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만났으니 완전히 길을 잘못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길을 잘못 든 결과는 옆지기의 몸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낭을 멘 몸이 지쳐서 조금씩 걷기도 어려웠던 것입니다.

 

방향을 돌려서 다시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샤모니 마을의 모습입니다. 펠레항길(Route des Pèlerins)을 따라 걷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엄청난 빙하수가 길을 가로질러 내려갑니다. 이런 빙하수는 샤모니를 가로지르는 아르브(Arve) 강으로 합류합니다.

 

설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몽블랑 종합 병원(Hospitals Country Du Mont-Blanc)을 지납니다.

 

숙소를 찾아가는 다른 배낭족들도 펠레항길(Route des Pèlerins)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몸이 상당히 좋지 않은 옆지기 덕택에 저희를 추월한 아가씨는 벌써 저 멀리 가고 있네요. 커다란 배낭을 메고 혼자서 걸어간 아가씨였는데 알고 보니 첫날 숙소도 같았고 여정도 비슷해서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만났던 것 같네요. 말이라도 나누었으면 추억이 될법한데 서로 말이 없는 사람들이라 눈으로만 기억을 남깁니다.

   

갑자기 스마트폰의 GPS는 왜 잘 동작을 안 하는지 맵스닷미로 안내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은 조급한데 날씨가 조금 흐려서 그런지 신호도 잘 잡히지 않고, 옆지기는 몸이 아파서 잘 걷지 못하고,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숙소로 들어가는 골목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숙소 안내 표지판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와 준비성 부족, 조급함이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GPS가 되지 않더라도 위의 그림처럼 숙소로 들어가는 골목길의 이름만 알고 있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슈망(Chemin)은 ~길 하는 의미이니까요. 결국 GPS가 정상화되어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샤모니에서의 첫날밤을 보낼 샤모니 롯지(Chamonix Lodge)에 도착했습니다. 정문과 뒤쪽 출입문, 그리고 각 방까지 도어록이 달려 있어서 공통 출입문의 비밀번호와 방의 비밀번호를 전달받는 설명 과정이 한참 있었습니다. 오후 4~7시 사이에는 이런 체크인 과정이 있지만 그 이후는 메일로 비밀번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합니다. 도어록이다 보니 가능한 방법입니다.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도 고마웠고, 샤모니 내 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게스트 카드(카르트 도트, Carte d’Hôte)를 달라고 하니 날짜 기입 방법과 함께 사용법도 설명해 주었습니다. 

숙소에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옆지기는 파김치가 되어 일단 침대에서 쉬도록 조치하고 혼자서 샤모니 시내로 필요한 것을 구매하러 나왔습니다. 숙소 체크인후 샤모니 시내를 걸으려던 계획은 취소했고 마지막 날 시간이 허락한다면 조금 다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슈퍼 가는 길에 만난 멀리 에귀 디 미디의 모습입니다. 산 꼭대기에 어떻게 저런 것을 지었을까!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가스버너용 연료를 "Technical Extreme Chamonix"라는 아웃도어 판매점에서 구입하고 비상용 라이터는 근처 타박(TABAC)이라는 담배 판매점에서 구입했습니다. 산장에서 하프 보드를 사 먹는 대신 직접 물을 끓여 간편식으로 식사를 대신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넘게 해 먹어 보니 짐에 대한 부담과 질리는 문제만 아니라면 괜찮은 방법이었습니다. 슈퍼에 들러 다음 슈퍼에 들를 수 있는 여정까지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서 돌아왔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개울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만났는데 참으로 보기가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3대가 함께 산행하는 경우를 여러 번 만났는데 진짜 부럽고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함께 도전하고 성취하는 추억을 공유하는 가족만큼 행복한 가족이 있을까요? 나도 과연 할아버지가 되어서 이런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저희가 묵었던 벙커라는 공간의 모습입니다. 말 그대로 반 지하인데 벙커 내부에 공용 욕실, 화장실, 주방, 거실이 별도로 있어서 쉬기 좋았습니다. 벙커에 방이 3개가 있었는데 저희가 묵은 시점에는 각 방마다 모두 커플이 묵고 있어서 나름 조용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벙커 내부의 주방과 거실의 모습입니다. 최근에 만들어서 그런지 깔끔하니 좋았습니다. 자유롭게 취사하고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되는데 위에 있는 식당에서 시간제한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벙커 내 침실의 모습입니다. 눅눅한 느낌이 있었지만 온풍기와 공기청정기를 제공하고 있어서 온풍기를 작동시키니 뽀송뽀송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우측의 그림은 숙소에서 제공해준 안내서와 게스트 카드입니다. 게스트 카드는 내일 산행 시작점까지 무료로 버스를 이용하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

 

가스버너용 가스는 특정 브랜드용 버너만 사용할 수 있는 연료와 나머지 버너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연료 두 가지만 있으므로 기타용 연료로 구입하면 됩니다. 1개에 4유로씩 2개를 구입했는데 크기는 국내 제품보다는 작았지만 7일 사용하는 데는 문제없었습니다. 

 

슈퍼에서 구입하는 것은 주로 간식거리인데 500ml 생수 6개짜리가 2.7유로, 플레인 요플레 4개짜리가 1.56유로, 납작 복숭아가 1.46유로, 바게트가 0.65 유로 등 프랑스의 슈퍼마켓은 정말 저렴했습니다. 특히 납작 복숭아는 맛도 가격도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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