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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3코스는 신산 포구와 농개를 지나서 주어동 포구에 이릅니다.
해변길을 걷다가 해안가 돌길로 인도하는 올레길을 만나면 가끔은 그냥 좋은 길로 갈까? 하는 게으름 병이 도집니다.
검은 현무암을 배경으로 초록, 노랑, 흰색이 제주의 봄을 한폭의 그림에 담아 놓았습니다.
바람에 하늘 거리는 하얀꽃은 유채꽃과 함께 제주의 봄을 장식하는 갯무라고 하는 제주 야생 무의 꽃입니다.
한동안 환해장성로를 걷는데 갑자기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것도 꼬리를 흔들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위압감을 풍기며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목줄 없는 커다란 개가 다가오자 저는 집에 있는 개에게 하듯이 손바닥을 내보이며 "안돼! 그만!" 했는데 갑자기 옆지기가 "아니야!" 하면서 저를 말렸습니다. 개가 눈에 흰자위를 보이며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했던 거죠. 옆지기의 안내에 따라 조용히 무시하듯 천천히 걸어가니 개가 자기 갈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묵줄 없는 개가 달려들기라도 하면......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죠. 동네 개인지 들개화된 유기견인지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저희 앞에서 영역 표시를 하며 한참을 앞장서 가더군요. 저희는 조용히 개의 눈치를 보면서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요. 이렇게 올레길에서 목줄 없는 개를 만나게 되면 소리를 치거나 등을 보이며 달리거나 빨리 걷으면 안 되고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눈을 깜박이는 것이 개에게 공격 의사가 없고 화해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눈을 마주 보지 말고 먼산이나 땅을 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됩니다.
"만물"이라는 이름의 용천수 담수욕장.
이곳은 조그마한 만으로 형성되어 양질의 용천수가 솟는 곳이라 하여 '만물'이라고 불리었으며 예전에는 식수와 우마의 급수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예로부터 물이 차가워 한여름에도 5분 이상을 견디기 힘들다 하였습니다. 만물 앞에는 다금바리와 민물장어, 우럭 등의 어종이 풍부한 마을 어장이 있으며, 천연적으로 생성된 아름다운 담수욕장을 후손 만대에 물려 줄 수 있도록.......
황금닭이 알을 품은 마을 신산리를 표현하고 있는 커다란 조각상. 풍수지리에서 '황금닭이 알을 품은 형국'이란 의미의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멀리서 마을을 바라보면 포근한 삼태기 형태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거머리처럼 저희 앞에서 한참을 시위하듯 걷던 개가 이제는 자신의 영역 끝에 도달했는지 저희를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하긴 개 입장에서도 "아침부터 귀찮게 저것들이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배 한척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올레길은 정말 최고입니다.
가끔 뒤돌아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많이 걸었구나 하며 스스로를 토닥토닥 위로하게 됩니다.
관광객들을 위한 포토존으로 만들어 놓은 앞괴. 유채꽃과 갯무꽃이 상춘객과 올레꾼 들의 한컷에 자연스러운 배경이 됩니다.
마을 연인들의 연애 장소였다는 앞괴바당. 조명이며 표지판은 관광객을 위한 듯하네요.
쉼터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신발을 벗어 발의 열도 식혀 주어야 오래 걸을 수 있는 법이죠.
농어가 많이 들어오면 투망 하던 목이라 하여 농개라 부른다는 농개를 지납니다.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 배인 테우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표지판.
테우는 쇠소깍에 가면 승선 체험을 할 수 있지만 해녀들을 태워 미역, 톳을 채취하거나 운반할 때 사용하던 이곳 사람들의 생존과 관계있는 도구입니다. 고기를 낚을 때도 사용했다고 하네요.
올레길 3-B 코스는 신풍 목장에 들어섭니다.
울타리가 있기는 하지만 탁 트인 목장 풍경이 눈길을 사로 잡기에 충분합니다. 이 목장에서는 승마 체험이나 마차 체험도 한다고 하네요.
신풍 목장을 지나다 보면 3-A와 3-B코스로 갈라졌던 길이 다시 하나로 합쳐집니다. 총거리가 6.3Km가 차이가 나니 결코 간단한 선택은 아닙니다. 3-B가 없었더라면 오늘 3코스와 4코스를 한 번에 걷는 계획은 세우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많은 양식장을 지나온 3-B 코스를 돌아봅니다.
신풍 신천 바다 목장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그냥 널찍한 목장 하나를 지나는 모양이다. 하며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곳을 지나 보니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엄지 척!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공간으로 올레길을 지나게 해 준 사람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노년의 올레꾼은 아예 바닥에 누워 셀카를 찍느라 여념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신천 목장을 지나는 올레길은 왼쪽은 현무암 해변, 오른쪽은 초장이 펼쳐지는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풍경이 열립니다.
푸릇푸릇 풀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완전히 푸른 초장의 풍경보다 약간은 황량한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풍경도 볼만 합니다.
게다가 길가에 덤덤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갯무 꽃더미라도 만날라 치면 이 환상적인 풍경 앞에서 그 누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가 있을 까요?
아직도 갈길은 멀었는데 환상적인 풍경은 발걸음을 놓아주지 않네요.
신천 목장 해안가는 인공의 흔적이 거의 없는 자연스러운 해안 풍경을 선사합니다.
너른 풀밭에 꽂힌 올레 리본을 가진 장대가 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햇빛과 바람에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신천 목장을 나서며 만난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강아지가 아빠 개에게 다가가서 재롱을 부리고 아빠 개는 양육에 서툰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입니다.
올망졸망 강아지들이 천방지축 세상모르고 뛰어노는 모습에 옆지기는 어쩔 줄 몰라하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걷기 여행에 보너스와 같은 광경이죠.
젖 먹이느라 몸이 훌쩍해진 어미 개가 안쓰러울 정도이지만 건강한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것만으로 어미개도 행복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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