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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3코스는 온평포구에서 시작합니다. 구름을 뚫고 비추이는 햇빛과 포구를 장식하고 있는 바람개비가 어울려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을 선사합니다.

 

구름 낀 온평포구가 낭만적인 분위기 가운데 올레길 걷기를 시작하게 합니다. 올레길 3코스의 시작점이 있는 온평 포구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서쪽에 추가로 만들어 놓은 조금 더 큰 포구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쪽의 작은 포구는 관광객들은 위한 다양한 장식들로 가득합니다.

 

마치 남산에 있는 난간에 열쇠를 달아 놓듯이 자신의 바램을 담아 걸어 놓은 리본들입니다. 온평포구에 있는 정자에서는 이곳에 걸어 놓을 수 있는 리본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온평포구에 세워진 수많은 장식들 만큼, 마을을 지키려는 온평리 마을분들의 바람이 이루어 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온평리 주민들 중에 임야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제주 제2 공항에 찬성하는 쪽이고 오랜 세월 농사를 지어 오시던 분들은 제2 공항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탐라국의 건국 신화가 전해지는 온평리다 보니 고향이 사라지는 것을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개발 이익과 전통의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온평 포구를 조금 지나면 어부들이 생선 기름 등을 이용하여 불을 밝혔다는 옛 등대인 "도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도대를 멀리서 처음 보았을 때는 단순히 관광객들을 위해서 경주 첨성대를 본따 만든 기념물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현재 제주에는 7개 밖에 남지 않았는 전통 등대였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인 것이었습니다.

 

온평리 포구를 지나서 조금 지나면 3-A 코스와 3-B코스로 나뉘는데 저희는 오늘 올레 3코스에 이어서 올레 4코스까지 걸을 예정이므로 조금 수월한 경로인 3-B코스(14.4km)를 선택해서 걷습니다.

 

 

3-A 코스와 3-B코스로 갈라지는 곳에 위치한 표지판. 저희는 해변을 따라 걷는 3-B코스 걷습니다.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 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르메가 살고 있는 곳~" 하는 "제주도의 푸른 밤" 가사가 생각나는 포토존입니다. 이른 아침, 사람 없는 조각상들이 조금은 외로워 보입니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빛과 햇빛에 반짝이는 은물결이 검은 현무암 해변과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전해 줍니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올레길은  가끔은 길을 벗어나 해변쪽으로 조금은 거친 길을 걷습니다. 길은 잠시 후 다시 원래의 길로 합류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면 생략해도 되는 길이지만 놀멍, 쉬멍, 걸으멍 걷는 올레길에서 이런 길을 걷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이곳은 용머리 동산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세찬 바람을 맞아 누워서 크고 있는 관목들 사이로 올레 리본을 매단 장대가 마치 프랑스의 혁명 한가운데서 깃발을 들고 진격하는 잔다르크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이런 돌 길은 잠시 후면 원래의 길과 합류합니다. 이런 돌길을 그냥 지나지 않고 돌 하나씩 쌓아서 탑을 만들어 놓은 올레꾼들의 흔적도 함께 합니다.

 

돌길을 걸을 때는 멀리 바라보기 보다 바로 발 앞을 주의 깊게 보며 걸어야 하는 법이지요. 자칫하면 돌에 걸려 넘어지거나 흔들리는 돌을 밟아 발목이 상할 수 있으니까요. 고개를 숙여 땅을 보며 걸을 때 주어지는 재미 중에 하나는 돌 틈에서 존재를 뽐내고 있는 들꽃을 만나는 것입니다. 어디서 날아왔을지 모를 민들레가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다육이처럼 보이는 식물도 있습니다. 다육이는 영어로는 succulent라고 하는데 잎이나 줄기, 뿌리에 수분을 보관하고 있는 식물을 말한다고 합니다.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 적응한 식물로 보통은 통통하게 생겼는데 사막뿐만 아니라 고산지대나 해변에 사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용머리 동산을 지난 올레길은 해변길을 잠시 벗어나 내륙 방향으로 접어 들어 연듸모루 숲길을 걷습니다. 육지에서는 잘 사용하는 말이지만 "연듸모루"라는 말은 참 이쁩니다. 연듸모루는 아마도 봉화를 올렸던 연대가 있던 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갈밭 길가에 진한 보라색의 꽃을 피운 들꽃이 아름답습니다.

 

콩과의 두해살이식물인 살갈퀴도 꽃을 피웠습니다. 지리산 둘레길에서도, 아파트 화단에서도 이따금씩 발견할 수 있는 풀입니다.

 

살갈퀴는 제주에서는 "복개기"라 불렀다고 합니다. 춘궁기에는 입과 줄기를 삶아 나물로 먹은 식물입니다. 소들은 콩과 식물들을 좋아한다고 하죠 제주에서는 소들에게 살갈퀴를 먹여 살을 찌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국에 걸쳐 자라나는 풀이지만 점점 잊히는 식물이죠. 

 

나무줄기 끝에서 겨울을 끝내고 몸을 비틀며 나오고 있는 새순의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는 봄입니다.

 

연듸모루 숲길이라는 이름답게 길지는 않지만 숲길도 걷습니다.

 

연듸모루 숲길의 나무들은 곳곳에서 새순을 내면서 봄맞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쟁터처럼 변해버린 무밭. 밭 곳곳에서 뒹굴고 있는 커다란 무를 보고 있자니 가을과 겨울에 걸쳐 밭을 갈고 씨를 뿌려 정성스레 무를 키웠을 농부의 수고가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밭을 포기해야 한 농부의 표정이 스쳐지나갑니다. 그리고 소비량보다 많이 수확된 배추, 무를 시장에서 수급 조절하기 위하여 출하정지, 지방자치단체 자체 산지폐기, 산지유통인 자율감축 등의 이름으로 폐기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합니다.

 

폐허가 된 무밭 중간중간에 자라난 노란 유채꽃이 삭막한 풍경 가운데서 그나마 위로의 색상을 던져 줍니다.

연듸모루 숲길을 지나 다시 해변으로 나오면 신산 환해 장성을 만나게 됩니다. 제주도에는 해안을 따라 외적을 막기 위한 돌 성인 환해 장성을 쌓았었는데 올레길에서 가끔씩 만나는 주요 유적이기도 합니다. "탐라의 만리장성"이라고 했다는 환해 장성의 첫 시작은 외적이 아니라 몽고군에 대항하던 삼별초군을 막기 위해서 13세기 고려 조정이 세운 것이라 합니다. 그 이후 승리한 삼별초가 관군을 막기 위해서 다시 성을 쌓고 그 이후에는 왜구를 막기 위해 성을 쌓는 식으로 변천해 왔던 것입니다. 이곳의 주소는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입니다.

 

2014년 서귀포시가 체계적인 환해장성 관리를 위해서 복원을 했지만 정교하게 다듬어진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장성의 모습은 이것이 옛 성인지 최근에 만들어진 돌 울타리인지 헷갈린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신산 환해 장성 쉼터가 마련된 곳은 3-B 코스 14.4km 중에서 3Km에 해당하는 지점입니다. 쉼터 뒤편으로 멀리 앞으로 한참 걸어가야 할 표선 해변이 어른 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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