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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브레아(A Brea) 마을을 지난 순례길은 23Km를 걸어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 2일차의 목적지인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에 도착합니다.



아 브레아(A Brea) 마을을 지난 순례길은 잠시 N-547국도를 따라 걷다가 오 로사리오(O Rosario) 마을 앞에서 마을길과 숲길을 통해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시내로 진입합니다. N-547국도는 루고와 산티아고를 이어주는 도로입니다. 만약에 마드리드에서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 공항으로 이동해서 버스로 사리아까지 간다면 N-547국도를 따라서 움직이게 되는 거죠. 위의 그림은 팔라스 데 레이 진입 시점에 있었던 특이한 구조물로 아마도 수압이 낮아서 설치한 물탱크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물탱크라고 하기에는 고개를 갸웃 거리게 하고 예술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조잡하고..... 아무튼 예쁜 돌 바닥 길을 따라 팔라스 데 레이에 들어 섭니다. 




조금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팔라스 데 레이 시청에서 관리하는 오스 차코테스 휴양지(Área recreativa de Os Chacotes)입니다. 시내 중심까지 1Km가 채 남지 않은 거리이죠.




휴양지라고 특별한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으로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있다면 데리고 와서 풀어놓으면 알아서 마음껏 뛰어 다닐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지역은 휴양지, 놀이터, 축구장, 체육관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들이 몰려 있는 팔라스 데 레이 시민들의 쉼과 운동을 위한 공간인 모양입니다. 시내는 주택들이 오밀 조밀 몰려 있으니 시 외곽에 당연히 이러한 공간이 있어야 겠죠.




이쯤부터 시내 까지 순례길 양쪽으로는 군데 군데 독특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철제이지만 도색을 하지 않아 단순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을 풍깁니다.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에 이곳을 지난다면 나름 분위기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체육 시설과 휴양지가 있던 곳을 지나서 500미터 정도의 들길을 걸으면 팔라스 데 레이 시내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저질 체력을 붙잡으며  절둑 절둑 마지막 힘을 내봅니다.



드디어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시내가 시야에 들어 왔습니다. 와 살았다! 저질 체력이 외치는 탄성입니다.



시내로 진입하면 골목을 통해서 일단 팔라스 데 레이 산 티르소 교회(Parroquia de San Tirso de Palas de Rei)를 들렀다가 산티아고 순례길 3번째 숙소인 카사 까미노 뿔페리아(Pensión Restaurante Casa Camiño)를 찾아 체크인하고 내일 일정을 위해 슈퍼를 다녀와서 산티아고 순례길 2일차를 마무리 합니다.



팔라스 데 레이에 진입하면 수많은 알베르게와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슈퍼 안내 표지판이 순례자들을 반깁니다.



팔라스 데 레이 산 티르소 교회(Parroquia de San Tirso de Palas de Rei) 입니다. 12세기말에 지어진 성당으로 외관 일부만 로마네스크 양식이고 복원 과정에서 그 특성을 많이 잃었다 합니다. 종탑도 최근인 1980년대 후반에 복원된 것이라 합니다.




성당이 순례길에 접해 있기 때문에 이곳은 중간에 만났던 다른 성당에 비해서 여러 순례자들이 들러서 도장도 받고 잠시 쉬거나 기도하고 떠나더군요. 주변을 둘러 보다가 성당 내부로 들어가 봅니다.



현대식 의자가 놓여진 성당 내부의 모습입니다. 



성당 입구에서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어가는 순례자들. 레스토랑에서도 그렇고 도장을 찍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신이 도장을 찍고 날짜를 적으면 됩니다. 벽에 걸린 족자의 인물은 1800년대 아프리카 선교에 헌신했던 다니엘 콤보니(san daniel comboni) 입니다.




성당의 도장입니다.



성당에서 나오면 계단을 통해서 팔라스 데 레이로 진입합니다. 



팔라스 데 레이 시청(Concello de Palas de Rei) 입니다. 시청의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 키고 있습니다. 오전 7시 20분부터 9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걸었으니 저질 체력인 저희에게는 엄청난 거리입니다. 때마침 시청 앞을 지나고 있는 산티아고-루고간 버스 입니다. 산티아고 공항을 통해 순례길을 시작한다면 이 버스를 이용했을 것입니다.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라는 이름은 "왕의 왕궁"이라는 의미입니다. 왕은 스페인을 지배하던 서고트 왕국(Visigothic)의 마지막 왕이었던  위티사(Witiza) 왕과 연결됩니다. 14세에 왕위에 올랐던 그는 혼란의 와중에 아프리카의 이슬람세력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나중에 이슬람군대가 이베리아 반도를 침입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만다고 합니다. 큰 도시로 보이기는 하지만 인구는 4천명 가량이라고 합니다. 순례자들을 위한 도시인 셈이죠.



시청 우측 골목으로 내려가면 순례길 세번째 숙소인 카사 까미노 뿔페리아(Pensión Restaurante Casa Camiño)를 만날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과 함께 있는 숙소로 십자가상 뒤로 보이는 4층 건물입니다.



숙소 체크인 전에 시청 광장(Praza do Concello)에 들러서 광장 벤치에 앉아 걷기를 정리하고 숙소 체크인을 준비해서 체크인을 하러 갑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세번째 숙소인 카사 까미노 뿔페리아(Pensión Restaurante Casa Camiño, http://www.pulperiacasacamino.es/en)에 도착했습니다. 레스토랑과 숙소를 같이 운영하는 곳이라 체크인은 레스토랑에 가서 하면 됩니다. 저희 숙소는 2층으로 배정되었고 물론 무료 인터넷도 있었습니다.




카사 까미노 뿔페리아의 도장입니다.



방의 창을 열고 빛을 들어오게 하려는데 지금까지는 전혀 만나 보지 못한 차양 때문에 애를 먹었습니다. 프라스틱 차양이 마치 가게 문을 닫을때 사용하는 셔터처럼 동작하는데 전동 스위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동으로 하는 것이니 사용법을 몰라 애를 먹었던 것입니다. 마드리드에서도 그렇고 스페인에서는 이런 방식의 차양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양이나 버티컬은 창문 안쪽에 배치하는데 이곳의 차양은 창문 바깥으로 나가있고 차양을 조절하는 줄은 내부에 있으니 요령을 몰라 당황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 방식이 효과로 보나 공간 활용 면에서나 괜찮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순례길 숙소의 지난 이틀 동안은 공용 샤워실을 사용했는데 오늘은 프라이빗 욕실이 있는 숙소라 좀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공용 욕실이라고 해서 우리 나라의 목욕탕 처럼 여러 사람이 옷을 벗고 같이 샤워하는 방식이 아니라 안에서 문을 잠그거나 커텐을 치고 샤워를 하면 되니까 그렇게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희 만의 프라이빗 욕실이 있으면 양말같은 간단한 빨래도 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것이지요. 



프라이빗 욕실이 있는 숙소가 40유로면 저희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한국의 모텔처럼 커피 포트나 냉장고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TV를 보면서 망중한의 여유도 보내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옆지기 먼저 샤워하도록 하고 슈퍼를 다녀 왔습니다.



스페인의 편의점은 말그대로 슈퍼마켓입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은 중형 마트 보다도 비싸지만 이곳은 슈퍼마켓 답게 제품들이 저렴합니다. 팔라스 데 레이에서는 에로스키 시티(Eroski City Palas De Rei)를 다녀 왔는데 에로스키는 발음이 그래서 혹시 러시아 계열인가 싶었는데 소비자 협동조합 기반의 스페인 3위의 유통업체라고 합니다. 재벌이 아니라 협동조합 기반의 유통업체가 상당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매장도 깔끔하고 품목도 많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500밀리 짜리 물 6개가 1.26유로이고 샌드위치 용으로 구매한, 바게트와 비슷한듯 하면서도 조금 평평한 빵인 차바타빵(CHAPATA)이 0.55유로, 슬라이스 치즈가 1유로 이니 우리나라 물가와 비교해도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 정말 좋았습니다.



방문에 붙여 놓은 "al desalojar la habitación dejen la llave en la puerta"는 숙소를 나갈 때 열쇠를 문에 걸어 놓으라는 의미입니다. 굳이 체크 아웃하는 절차는 필요없다는 것이지요. 여러 순례자들을 대하는 이들 만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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