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래로 보이는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지금 한창 확장 공사 중이다. 철로변 산책길을 선택하면 청사포 다릿돌 스카이워크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지만 숲 속 길로 가는 원래의 해파랑길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청사포 다릿돌 전망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청사포라는 포구의 이름도 예쁘고, 다릿돌이란 단어도 참 예쁘다. 다릿돌은 징검다리의 돌을 의미하는데 전망대 부근에서 해상 등대까지 가지런히 놓인 암초들이 징검다리 같아서 이곳 사람들이 다릿돌이라 했다 한다. 청사포란 단어를 듣고 처음 상상한 것은 푸른 모래가 있어서 그런가 했다. 그러나, 실상은 푸른색 구렁이에 관한 전설로 생겨난 이름인데 나중에 뱀 사(蛇) 자를 모래 사(沙)로 바꾼 것이라 한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간절히 기다리는 아내를 보고 용왕..
이른 아침 해파랑길 2코스를 걷기 전에 숙소를 나와 바라본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 한여름의 인파도, 늦은 밤의 행락객들도 없는 고요함 그 자체이다. 평일에다 이른 아침이니 이곳 미포항에서 저 멀리 동백섬까지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오늘 2코스 걷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려준다. 해파랑길 2코스는 미포항을 출발하여 엘시티 옆길 오르막을 통해서 미포 교차로를 향해 나아간다.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우측으로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을 이용한 해운대 블루 라인 파크를 만날 수 있다. 미포에서 송정 해수욕장까지 운행하는 해변 열차와 철길 옆으로 높게 레일을 설치해서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운행하는 스카이 캡슐을 탈 수 있다. 예전에 가족 여행을 위해 해운대 전통시장 안에 있는 펜션을 예약해 놓고 기..
드디어, 해파랑길 1코스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요트 경기장을 지나고 해운대 해변로를 거쳐서 동백섬에 이르면 마지막으로 해운대 해변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미포항에 도착한다. 길은 부산 요트 경기장을 가로질러 간다. 88 서울 올림픽 당시 대부분의 경기가 수도권에서 열렸지만, 부산에서 열린 경기도 있는데 바로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열린 요트 경기와 축구 일부 경기였다. 요트 경기장을 횡으로 가로질러 가는데, 전면의 마린시티를 보면서 걷는 느낌이 요트와 마천루가 언뜻 어울리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만났던 마천루와 요트의 조합이었다. "요트"도 "마천루"도 모두 "부"한 느낌, 럭셔리한 느낌이기 때문이 아닐까? 요트 경기장이라 하면 요트 경기를 위한 특별한 시설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삼익 비치 아파트 옆쪽에는 남천동 공영자전거 무료대여소가 있어서 아파트 앞쪽의 널찍한 공간을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달릴 수 있다. 광안리 해변 쪽으로는 갈 수 없고 빌린 자전거는 2시간 내에 반납해야 한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빌릴 수 있는데, 자전거를 빌려주시는 아저씨께 혹시 광안리 해변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반납하는 방법은 없냐고 물으니,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천근만근 같은 몸을 조금이나마 쉬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 잔머리를 굴려 보았는데, 에휴! 그저 걷는 방법밖에 없다. 삼익비치 수변공원 근처로는 광안리 해양 레포츠 센터가 있어서 웬만한 해양 스포츠는 모두 즐길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패들 보드가 1시간에 1만 원 내외의 가격이었는데 해변에서 이것저것 ..
이기대 출렁다리에 들어섰다. 히말라야 깊은 계곡에 설치되어 당나귀와 사람이 다니는 출렁다리와는 높이도 긴장감도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보기 드문 지질 지대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지나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소위 "돌"에 대해서 조금의 지식이 있다면 더 흥미롭겠지만 수십 년 전 지구과학 수업 때 들었던 내용은 가물가물하고 화성암, 안산암, 화산쇄설암 등 암석 이름을 들어도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돌" 문외한이니 출렁다리에서 느끼는 것은 바다 가까이에서 파도가 자갈을 씻고 물러가는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후루룩 몰려왔다가 쏴라락 빠져나가는 자갈밭 파도 소리는 비슷한 듯 다른 나름의 독특한 소리가 있었다. 글을 쓰며 사진을 다시 보니 이기대 출렁다리와 광안대교가 마치 하나로 이어진..
오륙도를 뒤로하고 해안 산책로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우측으로는 바다를 좌측으로 산을 함께하며 걷는 길이다. 지도에서 보듯 바다를 따라가는 해안 산책로는 장산봉 줄기가 용호동 시가지를 벽으로 막고 있고 수많은 갈래의 산책길들이 이리저리로 이어져 있다. 때마침 대체휴일이라 산책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부분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로 보였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높지 않지만 산길을 걷는 사람은 거의 우리가 유일했다. 산책로로 이어지는 수많은 길이 있으니 목적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방향으로 혹은 반대 방향으로 아침 먹고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했다. 지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용호동은 동쪽으로는 장산봉이, 서쪽으로는 비룡산이, 남쪽으로는 용마산 줄기 감싸고 있는 이른바 분지라 할 수 있는데, ..
오랜 기간? 따져보면 얼마 되지 않는 장기간 걷기 여행의 공백을 떨쳐 내면서 5박 6일에 걸친 장기간 걷기 여행을 떠난다. 이른 새벽, 거의 첫차에 가까운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시간을 절약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이 시간대의 기차는 예매 시 할인이 있다. 가벼운 배낭으로 허약한 체력을 보완하면 좋으련만, 두 사람의 배낭은 짐으로 꽉 차서 두툼하다 못해 뚱뚱하다. 배낭을 메고, 벗을 때마다 으싸! 아이고! 하는 감탄사, 아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해외 트레킹이라면 출국, 입국 수속 때마다 꺼내야 하는 불편함도 그렇고 망가질까 하는 걱정 때문에 노트북은 지참 목록에서 제외했는데, 국내 여행이라는 안이함 때문일까, 하루 일정을 끝내면 숙소에서 조금의 일이라도 해보겠다는 호기로 큼지막한 노트북도 챙겼다. ..
매일 동네 길을 걷다가 오래간만에 동네를 벗어난 걷기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 걷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은 코로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므로 국내로 눈을 돌렸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처럼 명품 길이면서도 금방 훅 끝낼 수 없는, 긴 호흡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해파랑길, 동해로 떠오르는 "해", 동해의 파란 바다색 "파", 함께를 의미하는 "랑"을 합친 예쁜 이름이다.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750Km에 이르는 길이다. 거리로 치면 프랑스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과 비슷하다. 어떤 분들은 해파랑길을 한 달 동안 쭉 이어서 걷기도 한다. 단순 산술 계산으로는 750Km를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