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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를 뒤로하고 해안 산책로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우측으로는 바다를 좌측으로 산을 함께하며 걷는 길이다.

 

지도에서 보듯 바다를 따라가는 해안 산책로는 장산봉 줄기가 용호동 시가지를 벽으로 막고 있고 수많은 갈래의 산책길들이 이리저리로 이어져 있다. 때마침 대체휴일이라 산책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부분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로 보였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높지 않지만 산길을 걷는 사람은 거의 우리가 유일했다. 산책로로 이어지는 수많은 길이 있으니 목적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방향으로 혹은 반대 방향으로 아침 먹고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했다. 

 

지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용호동은 동쪽으로는 장산봉이, 서쪽으로는 비룡산이, 남쪽으로는 용마산 줄기 감싸고 있는 이른바 분지라 할 수 있는데, 용호동 사람들은 산만 넘으면 바다를 볼 수 있고 산줄기가 세찬 바다 바람도 막아주니 참으로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휴일이라 그런지 코로나 시국에도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아주 어려운 산길은 아니지만 때늦은 더위에 머리에서는 땀이 물처럼 흘러내린다. 거친 숨소리는 "지금 지리산이라도 올라가는 모양이다"라고 놀림받을 만 하지만, 이 좋은 공간에서 그게 뭔 대수랴!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미포항이 보인다. 사실 미포항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101층짜리 엘시티가 보이는 것이다. 직선거리로 치면 7Km 정도이니 2시간이면 충분하겠지만 느림보 걸음으로 해지기 전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동해 바다를 보며 걷는 이 맛이 해파랑길을 걷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아닐까 하는 성급한 판단을 내려본다.

 

숲 길을 걸으면서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이 길이 대도시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이 아닌가 싶다.

 

꽤 걸었는지 뒤로 보이는 오륙도가 조금은 멀어 보인다.

 

요즘 전국 곳곳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노란색의 "국가 지점 번호" 표지판. 이곳은 100km 정사각형으로 국토를 나누어 표시하는 국가 지점 번호의 "마라" 지역이다. 부산의 기장 부근에서 "마마"로 바뀌어 포항까지 이어진다. 국가 지점 번호에 대한 이야기는 "국가 지점 번호 조회하기"에서 다루었다.

 

거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자, "이거, 오늘 힘든 날이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옆지기는 난간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낙석이 많았는지 큰 바위 전체를 철망으로 감싸 놓았다.

 

가파 지른 절벽과 뚝 떨어져 솟은 바위, 절벽 위 소나무, 바위를 치는 파도, 절경이다.

 

멀리 오륙도를 배경으로 깎아지른 해안선이 정말 장관이다. 느림보 걸음이 좋은 것이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쉬엄쉬엄 사진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하듯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면 그 사이 놓쳐버린 이 아름다움 들은 누가 챙겨주나! 부처가 아이를 품는 모습의 "농바위"라고 한다.

 

최고의 낚시 포인트일까? 쉼 없이 떡밥을 투척하고 낚싯대를 드리우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휴일의 여유를 즐기는 한가로움이 느껴진다. 너울성 파도가 없으니 다행이다 싶다.

 

날이 좋아서 은빛의 동해 바다도 실컷 즐긴다.

 

잔잔하게 푸른 바다에 너울 하나 보이지 않는다. 평온한 바다와 푸른 숲길을 동시에 맛보는 해파랑길의 시작은 정말 잘 왔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곳은 "치마바위"이다.

 

오륙도에서 이기대로 이어지는 트레일 코스는 부산 국가 지질 공원의 일부이기도 한데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과 화산재, 화쇄류가 쌓여 만들어진 다양한 화산암 및 퇴적암 지층"들이라고 한다. - 참조

https://www.busan.go.kr/geopark/tm020801

부산 갈맷길은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부산 주위를 9개의 코스로 나누어 걸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갈맷길 2코스는 달맞이 고개에서 오륙도까지로 해파랑길 1코스와 거의 동일하다. 표지판을 보니 이제 2Km가량을 걸었는데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솔밭 쉼터.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돗자리 깔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저질 체력의 우리는 배낭을 벗고 땀을 식히며 간식과 물을 마시는데, 물을 엄청나게 마시고 있다.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1시간여 걷기 하고 이곳에 자리 펴고 앉아서 도시락 먹고 돌아가는, 가족 나들이 겸 운동 코스로는 최고이지 않은가 싶었다.

 

솔밭 쉼터에서 바라본 광안 대교의 모습과 동백섬, 그리고 누리 마루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솔밭 쉼터를 조금 지나면 이제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지점부터는 차를 근처에 세워두고 이기대 공원으로 짧게 걸으시는 분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좌측으로는 광안대교부터 우측으로는 오늘의 목적지인 해운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기대 어울마당이라는 곳인데 영화 "해운대"에서 광안대교 야경을 찍었던 장소라고 한다.

 

길을 찾을 때 자주 찾게 되는 해파랑길 리본. 빨간색과 주황색으로 구성한 리본이다. 숲길에서도 마을길에서도 헷갈리다 싶은 곳이면 하나씩 매달려 있다.

 

나들이 장소답게 포토존도 만들어 놓았다. 이 형상에도 갈매기가 한자리하고 있다. 한 가지 생각해 보면 갈매기는 왜 부산의 상징이 되었을까? 야구장에서 부르는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하는 노래가 떠오르는 것으로 미루어 야구 때문인가? 상상을 했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이미 1978년에 부산의 시조로 선정되었었다고 한다. 갈매기의 흰색은 백의민족을 먼길을 나는 갈매기의 강인함은 시민의 정신을 상장한다고 한다. 대 히트했던 "부산 갈매기" 노래가 1982년이었으니 야구와 노래는 갈매기의 유명세를 더하는데 도움이 된 것에 불가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갈매기는 배를 쫓아다니며 새우깡이나 받아먹고, 사람들 주위에서 폭군처럼 사는 텃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괭이갈매기 정도만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사는 텃새이고 나머지는 거의 철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20여 종의 여름 및 겨울 철새가 있다고 한다.

 

알프스 TMB를 걷다 보면 고개 꼭대기에 가끔씩 전 세계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가 적혀 있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도 바다를 배경으로 표지판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You ♥ I",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는 얼마일까?라는 감성적 질문을 던져주는 장소이다. 찾아보니 10여 년 전에는 이 표지판이 나무로 세워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좋긴 하지만 해풍에 쉽게 망가졌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용호동 일대에서는 순도 높은 구리 광산이 있었다는 안내판. 최근 부산 금련산 일대에 광산이 발견되었다는 소동도 있었고, 일제 강점기 금련산과 황령산 일대에 동광산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면 부산 일대도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는 동광산처럼 동광산이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한반도는 "자원의 표본실"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해안 산책길을 벗어난 다음부터는 널찍한 길이 이어진다. 지압 마사지 길도 있지만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신발을 벗고 즐길 만큼의 여유가 있지 않다. 1시간 30분 만에 벌써 몸은 이곳저곳에서 신음중이다.

 

테트라포트가 설치된 해안과 바위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누구인들 이런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싶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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