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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출렁다리에 들어섰다. 히말라야 깊은 계곡에 설치되어 당나귀와 사람이 다니는 출렁다리와는 높이도 긴장감도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보기 드문 지질 지대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지나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소위 "돌"에 대해서 조금의 지식이 있다면 더 흥미롭겠지만 수십 년 전 지구과학 수업 때 들었던 내용은 가물가물하고 화성암, 안산암, 화산쇄설암 등 암석 이름을 들어도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돌" 문외한이니 출렁다리에서 느끼는 것은 바다 가까이에서 파도가 자갈을 씻고 물러가는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후루룩 몰려왔다가 쏴라락 빠져나가는 자갈밭 파도 소리는 비슷한 듯 다른 나름의 독특한 소리가 있었다. 글을 쓰며 사진을 다시 보니 이기대 출렁다리와 광안대교가 마치 하나로 이어진 길처럼 보인다.
이기대 출렁다리(구름다리)는 위의 그림처럼 여러 단계를 걸쳐 지나도록 설치되어 있다. 암석에 대해서 조금의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는 구간이다. "돌"에 대해서 문외한(門外漢)이라고 했지만, "전문가가 아니다, 조예가 깊지 않다"는 문외한의 의미는 맞는데, 단어를 유래를 나에게 비추어 보면 조금은 다르다. 그 옛날 성안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 문외한이라 했다는 것인데, 나는 교육을 받았지만 깊은 관심도 없었고, 그러니 당연히 기억에 남는 것도 없는 것이다. 관심과 흥미는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덕 위에 배모양의 이기대 휴게소가 보인다. 특혜 시비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유지이니 만큼 길은 그 아래로 돌아간다.
여러 단계에 걸쳐 이어진 출렁다리. 걷는 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되다 보니 저질 체력은 이제 계단을 만날 때마다 자동으로 긴장을 품고 나무 난간에 손을 얹는다. 이 구간에서는 반대쪽에서 오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많았다.
한참을 멈추어 서서 파도 소리를 들었던 장소. 커다란 바위 사이로 작은 자갈밭이 있었는데 파도가 몰려왔다가 다시 나가며 내는 소리가 가슴을 울리는 장소였다. 커다란 바위로 인해 소리가 더 울리는 효과 때문이었을까? 정말 소리가 좋았다.
짧지만 그 소리를 남겨본다.
돌아 보니 구름다리 경로도 상당한 거리로 이어진다.
트레일 길을 나오면 이제는 포장된 길에 접어든다. 바로 앞에 보이는 곳이 용호 별빛 공원이라는 장소이고 바다 건너편으로 광안대교의 시작점이 보인다. "별빛 공원"이라는 공식 명칭이 붙은 것은 2021년 7월이니 얼마 되지 않았다.
이기대를 뒤로하고 계속 걸으면서 횟집이 여러 군데인데 이곳에서 쉬면서 점심을 먹으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많았었다. 횟집 밖에 주인장과 연예인이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며 "우리 들어갈까?" 했지만, 아침에 든든하게 먹은 돼지국밥 때문일까 옆지기는 좀 더 걷자고 한다. 언덕에서 바라보니 우리가 조금 있으면 만나게 용호만 매립 부두가 보인다. 이곳이 육지가 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항제철이 모래밭을 매립하여 세워진 것처럼 이곳은 동국제강이 공장 부지로 매립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주택가가 확장되면서 제철소는 1990년대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소유주는 건설사로 넘어갔다고 한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와 마천루들로 옛날의 모습은 상상할 수가 없다.
길은 용호만 매립 부두와 광안 대교를 향하여 이어진다. 동산교라는 작은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아래로 흐르는 수로는 근처 부산 남구의 하수처리장과 바다를 잇는다.
다리를 지나며 바라본 섶자리항 섶자리 이름의 유래는 여러가지인데 무엇보다 이곳에 섶자리 식물이 살았던 모래밭과 깨끗한 갯벌이 있었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몰려드니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다. 접근이 어렵지 않은 곳이니 포구로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많았다.
섶자리항 건너편에는 작은 솔숲이 있어서 쉬어가기 좋았다. 우리는 배낭을 벗고 신발도 벗어서 잠시 넉넉한 휴식을 갖기로 했다. 옆지기가 챙겨온 사과도 먹고 초코바로 에너지도 충전하고 있는데, 옆에서는 남자 한 명, 여성 세명으로 이루어진 한 일행이 마침 돗자리를 펴고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 예순이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 세분은 낚시를 하고 있었고 막걸리와 김밥 심부름을 하신 분은 할아버지였던 것이었다. 검정 비닐봉지에서 막걸리와 김밥을 꺼내며 너무 멀었다는 말씀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미소와 함께 멀지 않은 나의 노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용호만 매립 부두 앞으로는 깔끔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도시안의 아파트 산책길이다.
92인승 요트로 오륙도부터 해운대까지 투어할 수 있다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휴업 중이라고 한다.
용호만 매립 부두에서는 탐사선 '나라호'와 어업전용 실습선 '백경호'를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그들이 "바다 캠퍼스"라고 할만하다. 수산, 해양의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국립대학교다운 장비가 아닌가 싶다.
이곳 부두에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철망위로 낚싯대를 던지는 특이한 풍경이었다.
분포교를 지나 광안대교 아래로 향한다. 부산은 다리마다 꽃을 심어 놓았다. 이 꽃은 피튜니아라는 꽃인데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꽃을 피우고 생명력도 강해서 키우기 어렵지 않다고 한다. 교각 위 화분에 딱 맞는 품종을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분포교 좌측으로는 부경대 대연 캠퍼스가 위치하고 있고 전면으로는 광안대교 하단을 향한다. 가로수로 심어 놓은 관목에 빨간 열매가 맺혔다.
피라칸다라는 이름의 중국인 원산지인 관목으로 가을에 빨간 열매가 맺혀서 다음 해 봄까지 매달려 있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심거나 가시가 있어 울타리용으로 심는다. 열매는 적양자라 해서 설사 치료용 약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야 하는데 분포교를 건너서 우측으로 조금 꺾어져 횡단보도를 건너면 된다. 광안대교 진입로에 적힌 "서울" 표지판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서 바라본 광안대교의 모습이다. 트라이포트로 채워진 해안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다리를 보며 자본과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지나간다.
자전거길과 도보로가 함께 가는데, 가끔씩 지나가는 자전거를 피하지 않으려면 도보로에 바싹 붙어가야 한다.
스킨 스쿠버 강습중인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 실내 강습과 바다 실습으로 이루어진다는데 수영 강습이 군대 훈련 같아 맘에 들지 않았던 기억에 비추어보면 스쿠버 강습은 돈이 조금 들어서 그렇지 기회가 된다면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해파랑길은 부산에서 재건축으로 핫하다는 삼익비치 아파트 앞쪽을 지난다. 사진에서 보듯이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등 가벼운 운동을 하기에 좋은 널찍한 공간이었다. 아파트가 재건축되어도 이 공간이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낮의 강한 햇빛을 피할 곳이 없다는 점만 빼면 이곳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지 않을까 싶다.
서울에서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한강뷰가 아파트의 가격에 영향을 준다면 부산은 바다뷰가 아닐까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1979년에 준공한 이 아파트는 아파트 옆이 베란다였다. 자신의 집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니 당연히 설계를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재건축이 추진된다고 하여 부산의 "은마아파트"라고 불린다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생생해 보이지만 살고 계신 분들은 낡은 만큼 불편함도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삼익 비치 아파트 앞을 돌면 드디어 광안리 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초입에 들어선 거대한 화분. 식물은 없지만 프랑스의 장 피에르 레노라는 작가가 제작한 "화분"이라는 작품이다. 일상의 용품을 예술의 세계로 가져온 상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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