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코 고개에서 오늘 남은 길 전체를 바라보며 점심도 먹고 푹 쉬다 보니, 고개를 내려가기도 전인데 벌써 "다 왔다!" 하는 마음에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에는 여유가 넘칩니다. 시간상으로도 거리상으로도 여유를 가질 만 하긴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넘치니 자연스레 눈에는 더 많은 알프스의 야생화가 들어 옵니다. 점나도나물(Cerastium)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식물의 한 종류입니다. 꽃잎이 두 갈래로 갈라져 쥐의 귀를 닮았다 해서 영어로 "alpine mouse-ear"라고도 합니다. 이쁜 꽃입니다. 가끔은 엉겅퀴 꽃처럼 우리들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들도 만납니다. 왠지 반가운 느낌입니다. 7장의 잎을 가진 식물도 앙증맞은 꽃들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 들판에서는 흰색 꽃을 피우는 토끼풀이..
레 우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벨르뷰(Bellevue)부터 걷기를 시작한 TMB 1 일차는 1,700m~1,800m 사이의 산허리를 걸어서 비오나세이 빙하(glacier de Bionnassay)를 건너는 출렁다리(Passerelle du Glacier)를 지났고 잠시 내려갔다가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2120m)까지 약 400m를 쭉 올라갑니다. 위의 지도처럼 계곡을 걷는 길입니다. 봉우리에는 흰구름이 걸려 있고 한쪽에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있고 다른 한쪽에는 푸른 풀밭과 새파란 하늘이 열려있으니 헉헉 거리며 걷는 중에도 그저 "환상적이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휴망 계곡(Combe des Juments)의 온갖 야생화들은 걸음을 멈춰 카메라를 들이 대기에 충분한 매력이 ..
저의 경우 올레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지만 그중에서 계절마다 그 모양을 뽐내는 꽃을 만날때 생명의 신비함에 넋을 놓고는 합니다. 지난번에 만났던 꽃도 늘 새로운 것이 올레길의 꽃의 아닌가 싶습니다. 육지의 1월은 스산한 나뭇가지에 겨울눈이 고작인 계절이지만 제주의 1월은 곳곳에 올레꾼의 이목을 사로잡는 꽃들이 피어있는 계절입니다.작년 여름 조천 쪽 올레길, 먼나무 가로수 아래에서 만난 괭이밥입니다. 이곳은 가로수 아래가 아니라 담벼락아래에서 무리를 지었네요.("올레길에서 만난 괭이밥" 참조) 날이 추워서인지 꽃잎을 돌돌 말고 있는 모양이 활짝 핀 꽃보다는 더 귀엽습니다. 제주에 사는 고양이들은 사시사철 괭이밥이 있어서 덜 외롭지 않을까 싶네요. 여수, 통영, 부산등 육지에서도 1월에 볼..
제주 올레길의 매력은 계절마다 평소에는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꽃들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행원리 마을 길에서 만난 꽃들도 누군가 일부러 심어 놓은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엉뚱한 곳에서 만난 꽃들입니다.제주의 밭들은 밭 주위로 현무암을 쌓아 놓아 작물들이 바람에 상하지 않도록 하는데 돌담과 길이 붙어 있는 곳을 콘크리트로 포장하여 놓아서 식물이 뿌리 내릴 흙이 없을 법 한데 잎과 꽃이 온통 자주색인 "자주색 달개비"가 그 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습니다.3장의 자주색 꽃잎과 노란색 꽃밥, 꽃술에는 가는 털이 있는 참 이쁜 꽃입니다. 학명은 Tradescantia pallida입니다.영어 이름으로 "purple secretia", "purple he..
이번 풀도 그냥 아무런 잡초겠거니 하며 뽑아버리고 지나칠뻔 했는데, 몇시간 검색한 끝에 찾아낸 그 이름과 가치는 상상이상입니다. 이름은 개구리자리(Ranunculus sceleratus)로 영어권에서 Buttercup이라 불리운 이유가 노란 꽃색깔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소에게나 사람에게나 먹으면 않되는 독성이 강한 독초입니다. 어린풀을 나물로 먹었다고는 하지만 독초의 독성을 이용해서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안면마비(입과 눈이 한쪽으로 틀어지는 구안와사)를 치료하는 약으로 쓰였다고 하니 그 독성은 미루어 짐작할만 합니다.잎과 열매가 모두 광택이 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개구리자리란 이름도 개구리가 물가에서 살듯 습한 곳에서 산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줄기는 50~60 센티까지 곧게 자라고 처음에는 가..
4월이 가고 5월을 맞이하고 있는데 한낮에는 벌써 후끈한 느낌이 들 정도로 햇살이 따스합니다. 벚꽃과 매화도 지고 연두색의 새잎들이 나무에서 돋아나고 있는 이때에 처음보는 신기한 풀을 하나 만났습니다. 잎은 아카시아 나무의 잎처럼 생겼는데 끝에는 완두콩처럼 덩굴손이 달려 있어 근처의 물건을 감으면서 뻗어나갈 수 있는 식물이었습니다. 근처 가로수가 아카시 나무가 많은데 그 씨가 땅에 떨어져서 싹이 나온건가? 하는 궁금증에 시진을 찍어서 포털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뒤졌지만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는데 드디어 찾아낸 이름 "살갈퀴".살갈퀴는 콩과 식물로 뿌리혹박테리아도 있고 꼬투리 형태의 열매를 맺습니다. "살갈퀴"란 이름은 가는 덩굴손의 모양에서 유래한듯 합니다. 홍자색의 살갈퀴 꽃은 다시 보니 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