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산 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 44코스는 산을 내려오면 장항 마을에 닿는다. 장항 마을 해변과 남해 스포츠 파크를 지나서 서상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쏟아붓는 비를 맞으며 임도를 걸어가는데, 바닥은 질퍽거리기 시작하고 주변은 물안개로 촉촉하다. 물안개가 자욱한 편백숲의 모습 또한 특별하다. 걷는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 경험을 어디에서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제 비는 임도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흙탕물을 만들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물에 빠지지 않고 발을 디딜만한 곳도 찾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온몸은 축축하지만 다행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니 여정이 끝나 간다는 것이 마음을 가볍게 한다. 덕월, 서상 간 임도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흙탕물은 과장을 ..
상가 소류지를 지난 남파랑길 44코스는 본격적으로 천황산(395m) 임도를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에 250미터 정도까지 고도를 올리는 과정의 경사가 급하고 그 이후는 250미터 내외의 높이로 이어지는 완만한 임도를 걷는다. 상가 소류지 이후로 고실치 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도가 점점 급해진다. 표지판에는 고실치 고개가 등장하지만 남파랑길은 자동차 도로가 지나는 고실치 고개로는 가지 않는다. 이 길 주위로도 다랭이 밭이 있었던 모양인데 이곳의 농지들은 묵힌 지 오래되어 덩굴과 잡초들이 우거진 풀숲이 되었다. 계곡 깊은 곳이라 큰 농기계가 들어올 수 없으니 그런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봄이면 개나리 꽃을 보아야 한다. 왜 그럴까? 하며 내 머릿속을 뒤졌을 때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은, 의외로 미아리 고개다...
기왕산 자락을 통해 임진성을 오르는 남파랑길 44코스는 기왕산 반대편 배당 소류지 쪽으로 내려와 남구 마을과 북구 마을을 통과하여 상가리 상가 소류지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천황산 임도 걷기를 시작한다. 산 입구에 세워진 한반도 바래길 임진성 코스는 기왕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방식이지만, 남파랑길은 거의 직선으로 산을 가로질러 올라간 반대편으로 길을 내려간다. 휴일인데도 인적이 없다. 우리만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오르막을 헉헉 거리며 올라가야 하지만 기왕산의 높이가 105미터이니 조금 힘들다 싶으면 오르막길은 끝이 난다. 남파랑길 표식과 리본을 따라 숲 속 길을 조심히 찾아간다. 얼마간의 숲 속 오솔길을 지나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임진성을 만난다. 민관군이 하나가..
평산항을 출발한 남파랑길 44코스는 평산리를 감싸고 있는 망기산(341미터) 아랫 자락을 돌아 임진성 입구에 이른다. 매립지에 세워진 골프장을 돌아가는 길이다. 충효라는 비석이 세워진 평산 1리 마을 회관을 뒤로하고 평산 마을 안쪽으로 길을 잡는다. 켜켜이 쌓인 마을 담장을 보니 평산 마을의 유서 깊은 역사가 느껴지는 듯하다. 다랭이 논을 만들듯 집터를 만드는 것도 비슷했던 것인지, 아니면 마을이 커지면서 다랭이 논에 집을 지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평산 1리를 출발했던 남파랑길 44코스는 이제 평산 2리로 들어선다. 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평산 마을의 모습은 해무 덕택에 마치 히말라야 산중 마을을 보는 느낌이다. 마을 언덕에서 만나는 풍경에는 선명함은 없지만 대신에 신비로움이 스며들었다. 해무 덕택에 해..
봄바람이 불어오는 시기 이번 여정이 끝나면 남해도를 모두 돌고 경남 구간을 끝내고 이제 전남 구간에 진입한다. 남해로 가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다 보니 이번에는 금요일 저녁에 막차로 먼저 진주로 내려가서 하룻밤 쉬고 다음날 첫차로 남해로 갈 계획을 세웠다. 진주에서 남해로 가는 동안 경유지가 많지만 가장 빨리 남해로 가는 방법이다. ■ 남파랑길 42코스(15.6km, 6시간) 남해 터미널에 도착하면 남해 바래길 탐방 안내 센터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인근에 신전 마을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하루에 한 번 가는 버스가 시간도 맞지 않으므로 상주, 미조선 501~504번 버스를 타고 금평 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42코스 시작점까지 이동한다. 우리가 탈 수 있는 미조행 버스의 터미널 출발 시간은 07:25,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