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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일인 월요일만 피하면 파리 시립 미술관인 쁘띠 팔레(Petit Palais)는 파리를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파리를 예술작품으로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파리의 핵심부에 위치하면서도 입장료도 없으니 주변에 있는 샹젤리제 거리와 공원들과 더불어 좋은 걷기 코스에 필수로 들어갈 만한 장소입니다.
쁘띠 팔레는 2개 층으로 전시관을 구성하고 있는데 "파리 걷기 여행기 - 28. 쁘띠 팔레와 그랑팔레"에서 보았듯이 미술관 입구가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구조이므로 2층을 둘러보고 1층을 관람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쁘띠 팔레에 입장하면 우선 고개를 들어 아름다운 천장을 바라보게 됩니다. 아름다운 조각들을 틀로 해서 뒤에 자리 잡은 천장화가 눈을 사로 잡습니다.
천장화는 앨버트 베스나드(Paul-Albert Besnard)의 1909년도 작품이라 합니다. 4개의 회화가 주변 조각과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 채광과 내부 조명과 어우러져서 참 아름답습니다.
앙토냉 메르시에(Antonin Mercié)의 1874년작 "글로리아 빅티스, Gloria Victis" 패배자에게 영광을! 이라는 작품입니다. 1870년의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의 군인들을 위한 조각상이라 합니다. 부러진 칼은 패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입구에서 남쪽 갤러리로 이동하면 이곳에는 상설전시물은 없습니다. 입구처럼 화려한 천장화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들은 알프레드 필립 롤(Alfred Philippe Roll)이 1913~1914년에 제작한 것으로 차례대로 "뮤지컬 판타지, Musical Fantasy", "신화, Apotheosis", "시와 희곡, Poetry and Drama" 작품입니다.
남쪽 갤러리의 끝부분. 이 남쪽 갤러리는 특별 전시에 활용된다고 합니다.
쁘띠 팔레 내부에는 작은 정원이 있는데 이 정원을 반달 모양의 통로가 감싸고 있고 이 반달 구조의 통로는 아치 형태이며 폴 보두앵(Paul Baudoüin)의 프레스코화입니다. 프랑스 혁명력(Le Calendrier Républicain)의 계절과 월을 표현한 것이라 합니다. 프랑스 혁명력은 혁명 당시 혁명 정부가 약 12년간 사용한 십진법 기반의 달력으로 하루를 열시간, 한시간을 100분으로 하고 모든 달의 날수를 똑같이 하는 등의 특색이 있었다고 합니다.
내부 정원에서 바라본 쁘띠 팔레 입구의 돔입니다. 바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광을 정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내부 정원을 반달형으로 감싸고 있는 통로에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으므로 미술관 감상과 여유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남쪽 갤러리에는 상설 전시물이 없는 반면 북쪽 갤러리는 1번 전시실로 이곳부터 상설 전시물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구 옆의 북쪽 갤러리에는 1900년대의 파리와 관련된 다양한 장식 예술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까미유 알레필립(Camille Alaphilippe)의 1908년작 청동상 "원숭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 Woman with Monkey". 여러 재료가 복합된 작품으로 머리와 손은 청동이지만 나머지는 나무와 쇠로 만든 구조물 위에 에나멜 칠을 한 자기를 입힌것이라 합니다.
쥘 달루(Dalou, Aimé-Jules)의 "황금 시대 화병, Vase "L'âge d'or". 1888년작 도기. 우리나라의 백자, 청자와는 개념이 다름 작품들입니다.
이시도르 드 루더(Isidore de Rudder)의 "안면상과 푸티로 장식된 화병, Vase à décor de mascaron et putti". 1895년작품.
카리에르 벨뢰즈(Louis-Robert Carrier-Belleuse)의 "생명을 위한 싸움 화병, The Struggle for Life vase". 1894-1895년경의 도기 작품. 벨뢰즈는 산업 예술(industrial arts)에 관심을 표명한 작가라 합니다.
앙토냉 이드락(Jean-Antoine-Marie Idrac)의 "축배, Le Toast". 1883-1884년경의 석고상. 새로운 공화국을 위하여 축배를 든 여인을 표현한 작품.
장 제오프루아(Jean Geoffroy)의 "벨빌 진료소의 라 구뜨 드 래 3부작, L'Oeuvre de la goutte de lait" au dispensaire de Belleville". 1903년경의 유화. 벨빌은 파리 근처의 도시로 에디뜨 피아프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그림은 벨빌 지역의 진료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 구뜨 드 래(La Goutte de lait)라는 단체의 활동을 표현한 것입니다. "La Goutte de lait"는 1894에 생긴 단체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엄마에게 멸균 우유를 제공하고 상담과 보육 교육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그림에서 만나는 역사 교육입니다. 작가는 자연주의 작가입니다. 미술에 있어 자연주의(naturalism)는 대상을 상세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페르낭 뻬레즈(Fernand Pelez)의 "노숙자, Homeless". 1883년작 유화. 사실주의 관점으로 사회 문제를 그린 작가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음울한 듯 하지만 어머니 주위의 햇빛을 통해서 보는 이의 가슴을 직시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너는 과연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라고 질문을 던지는 듯 합니다.
오귀스트 클레싱거(Auguste Clésinger)의 "바커스의 무녀, Bacchante". 술의 신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로마의 바커스인데 그의 무녀 또는 여제관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1848년작 대리석 조각.
레옹 아우구스틴 레르미트(Léon Augustin Lhermitte)의 "레 알, 파리 중앙 시장, Les Halles". 1895년작 유화. 자연주의 작가로 지금의 레 알 지구와 비교한다면 천지 개벽한 수준이지만 그림을 통해서 당시 민초들의 삶을 옅볼 수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유행한 사실주의 회화의 대가로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를 이어가면서 에밀 졸라(Émile Zola)의 소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에밀 졸라의 장편 소설 "파리의 복부, Le Ventre de Paris", 영어 번역은 "The Belly of Paris, The Fat And The Thin"이 바로 그림의 장소인 레 알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페르낭 뻬레즈(Fernand Pelez)의 "빨래터, Au Lavoir". 1880년 작품. 평범한 일상을 사실주의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노숙자"라는 작품처럼 빛의 사용을 통해서 주인공의 눈빛이 주는 메시지가 강렬합니다. 사진이 활성되면서 사실주의가 퇴조하지만 사진으로 이런 느낌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카리에르 벨뢰즈(Louis-Robert Carrier-Belleuse)의 "밀가루를 나르는 사람들, Porteurs de farine". 1885년 작품. "파리 걷기"를 하는 배낭족에게는 이런 사실주의 작품들이 더 가슴에 와닿는것 같습니다.
장 폴 오베(Jean-Paul Aubé)의 "단테, Dante". 1879년작 석고상. 자신의 가슴을 끌어 안으며 바닥에서 스멀 스멀 기어 오르는듯한 인물의 목을 지긋이 밟는 단테의 모습에서 "신곡"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고뇌를 느껴 봅니다.
에메 모로(Aimé-Nicolas Morot)의 "선한 사마리아인, The Good Samaritan". 1880년작 유화. 레옹 보나(Léon Bonnat)의 "그리스도, Christ on the Cross". 1880년 작품. 19세기 프랑스 회화는 종교화에 있어서도 사실주의적 경향을 나타냈나 봅니다. 두 작가 모두 에콜 데 보자르(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출신이거나 교수를 역임한 것을 보면 에콜 데 보자르의 위상을 짐작할만 합니다.
조세프 위츠(Jean-Joseph Weerts)의 "인류를 위하여 그리고 조국을 위하여, Pour l'Humanité, pour la Patrie". 1895년 작품. 인류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그리고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병사의 모습이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아카데믹 미술(Academic art) 작가로 아카데믹 미술은 신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았던 유럽의 예술 학교의 화풍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합니다. 대표적인 학교가 바로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겠지요.
표정에서 결연함이 묻어나는 조각상. 아프로디테와 같은 여신 조각상들은 대부분 아름다움을 강조한 반면 이 조각상에서는 아름다움과 함께 결연한 의지가 드러납니다.
알프레드 시슬레(Alfred Sisley)의 "제재소, Le Scieurs de long". 1876년작 유화. 7번 전시실에서는 인상파 화가들의 풍경화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모네(Claude Monet)의 "겨울 세느강의 일몰, Sunset on the Seine at Lavacourt, Winter Effect". 1880년작 유화. 파리 좌안에 있는 라바쿠르(Lavacourt) 지역에서 그린 세느강의 일몰 풍경으로 작품이 탄생한 1880년초에는 극심한 눈과 추위로 주변 교통 수단이 모두 마비되었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환경에서 세느강의 얼음이 녹는 광경을 바라보면 2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참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알프레드 시슬레(Alfred Sisley)의 "생 마메스의 루앙 강에 있는 예인선, Le Remorqueur sur le Loing, Saint-Mammès". 1883년작 유화. 시슬레의 풍경화는 보면 볼 수록 푸근하게 다가옵니다.
루시앙 사이먼(Lucien Simon)의 "나우시카, Nausicaa a la Fontaine". 1915년작 유화. 나우시카(Nausicaa)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Odyssey)"에 등장하는 인물로 오디세우스가 스케리아섬(Scheria)에 난파 했을때 그를 도와주는데 꿈에 아테나 여신이 나우시카에게 빨래를 하러 가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왕의 딸인 나우시카와 시녀들이 빨래를 마친후에 공놀이를 하는데 이 시끌벅적한 상황 때문에 잠이 깬 오디세우스와 만나서 그 다음 상황이 이어진다는 스토리입니다. 그림은 신화 속에서 나우시카와 시녀들이 빨래를 하는 요란한 상황입니다.
앙투안 부르델(Antoine Bourdelle)의 "페넬로페(Pénélope)". 1909년작 청동상. 로댕에게 가르침을 받은 부르델은 1905 ~ 1912 사이에는 남편인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를 충실하게 기다린 페넬로페(Pénélope) 제작에 몰두 했다고 합니다. 여러 버전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입니다. 신화의 인물인 페넬로페 덕에 이 단어는 정숙한 여인이라는 의미도 있더군요.
메리 카사트(Mary Cassatt)의 "뮤지컬 파티, a musical party". 1874년작 유화. 미국 출신 이지만 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낸 여류 인상파 화가. 화폭에 주로 여성을 담았고 가족을 많이 그렸습니다.
외젠 부댕(Eugène BOUDIN)의 "굳은 날씨의 르아브르 방파제 입구, Entrée des jetées du Havre par gros temps". 1895년작 유화. 외젠 부댕은 모네의 젊은 시절 친구이자 스승의 역할을 한것으로 유명하며 인상파의 선구자라고도 불립니다. 1873년에 모네와 함께 첫 인상파 전시회를 엽니다. 바다를 많이 그린 외젠 부댕은 수많은 풍경화로 유명한데 위의 그림은 프랑스 북부의 항구 도시인 르아브르(Le Havre)를 배경으로 합니다.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의 "1789년 7월 14일 시청앞의 바스티유 정복자들, The conquerors of the Bastille in front of the City Hall 14 July 1789". 1830 ~ 1838년경의 유화. 들라로슈는 이외에도 피터 대제, 나폴레옹 등 많은 역사화를 남겼습니다.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의 "오라스 들라로슈의 초상, Portrait of Horace Delaroche". 1838년작 유화. 들라로슈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대작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루이즈 베르네(Louise Vernet)와의 결혼이후 위의 그림과 같이 작품의 전환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혼은 사람에게 전환점을 주게 마련이죠. 2살배기 딸을 그리는 작가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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