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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일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의 이름 만큼 한국어 표기가 다양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루브르 처럼 한가지로 표기하면 좋으련만 뛸르히, 튀를리 등등 사람마다 제각각 입니다. 심지어 튀일리에, 뛰일리, 뛰일리에 등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발음 상으로도 국립국어원에서는 튀일리가 맞다고 합니다. 저는 튀일리로 적겠습니다. 


카루젤 개선문을 나서서 콩코드 광장에 이르는 광대한 개방 공간입니다. 튀일리 궁전을 짓기 시작했던 앙리 2세의 왕비 메디시스(Catherine de' Medici)가 1564년에 궁전을 지으면서 궁전의 정원으로 만들었고 튀일리 궁전처럼 점진적으로 발전과 개방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멀리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와 에투알 개선문이 보입니다. 파리 걷기에서 흙을 밟을 기회가 별로 없는데 개인적으로 튀일리 정원의 가운데 길을 흙길로 둔것은 잘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로는 바람이 불어 먼지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튀일리 정원을 걷는 기쁨 두가지를 꼽는다면 잘 정리된 나무와 화단을 보는 것과 함께 정원 곳곳에 세워져 있는 수많은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초록의 잔디와 꽃 화단, 깔끔하게 정리된 나무들을 배경으로 서있는 조각상을 감상하는 것은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다른 일정 때문에 걸을 체력이 부족하거나 시간만 쫓기지 않는다면 입장료도 없고 이곳은 최고의 데이트 장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6월의 눈부신 튀일리 정원은 온전히 하루를 휴식하기에 최고의 장소입니다. 


위의 조각은 벨기에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오귀스트 레베크의 님프상(Statue Nymphe d'Auguste Lévéque) 입니다.



수많은 세월을 지냈을 큰 나무들과 잘 다듬어진 잔디, 한 종류의 꽃으로 도배한 인공 화단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가꾸었지만 여러 종류의 꽃으로 최대한 자연미를 돋보이게 한 정원은 곳곳이 그림입니다. 



길을 걷다가 도랑에 무슨 물체가 있는데 움직이는 것이 살아있는 동물 같습니다.



자세히 보니 뿔도 있고 살아 있는 염소가 맞습니다. 나무 그늘이 있지만 천막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어 집처럼 사용하도록 해준 모양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꽃밭 너머로 사람들이 앉아 있는데 정원을 걷다보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서 무겁지 않지만 튼튼한 의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해의 위치를 보고 적절하게 그늘로 이동해서 앉으면 휜하게 뚫린 시야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할 수 있습니다. 약간 뒤로 젖혀진 의자가 정말 편했습니다.



헨리 비달(Henri Vidal)의 "동생 아벨을 죽인 가인, Caïn venant de tuer son frère Abel".



아이메 밀레(Aimé Millet)의 "팔라스의 보호 속에 들어간 카산드라, Cassandre se met sous la protection de Pallas".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에 타고 있던 40 용사 중에 하나인 작은 아이아스(Ajax the Lesser)가 아테나 신전에서 카산드라를 겁탈 했다는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작은 아이아스가 카산드라를 겁탈하려하자 카산드라가 아테나 여신상을 붙들고 있는 장면입니다. 햇살에 비추이는 조각상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레이미(Étienne-Jules Ramey)의 "미노타우로스와 싸우는 테세우스, Thesee Combattant Le Minotaure". 미노타우로스는 몸은 사람이고 얼굴과 꼬리는 황소의 모습을 한 괴물로 그리이스어로 "미노스의 황소"라는 의미라 합니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왕비인 파시파에의 손에서 길러지던 미노타우로스가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자 나올수 없는 미궁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이후 미노스의 아들이 아테네에서 열린 경기에 참가했다가 죽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미노스는 아테네에 대해서 9년에 한 번씩 청년 7명, 처녀 7명을 바치게 했습니다. 미노스는 이 사람들을 미궁에 있는 미노타우로스에게 주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테세우스가 희생물로 자원하여 미궁속으로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여버리는 이야기 입니다. 테세우스는 명주실을 풀면서 들어가서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합니다. 


역동적인 조각상이 처음에는 참혹할 정도로 무섭다는 느낌이었는데 스토리를 알고 나니 작가가 이 작품을 만들때의 느낌을 알것 같습니다. 



로랑 마케스트(Laurent Marqueste)의 "님프를 옮기는 켄타우로스, Centaur carrying off a nymph". 켄타우로스 또는 센타우로(Centaur)는 하반신은 말이고 상반신은 인간인 반인반수인데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의 아내를 태워다가 겁탈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리석에 말과 사람을 저렇게 생동감있게 표현하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둘레에 둥글게 조각상에 세워져 있는 큰 원형 못(grand bassin rond)을 지나면 큰 나무들이 상자처럼 양쪽에 서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위의 사진에서 화면 조각 뒷쪽으로 카페와 연못등이 있습니다.



루 줄리앙(Julien Toussaint Roux)의 "희극, 코메디, La Comédie"라는 작품. 왼손에 가면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루이 에르네스트 바리아스(Louis-Ernest Barrias)의 "스파르타쿠스의 맹세, The Oath of Spartacus". 스파르타쿠스는 BC 73 ~ 71년까지 노예들을 이끌고 로마에 대항하는 노예전을 이끈 인물입니다. 조각에서는 나무를 지고 거의 죽어가는 노예와 어린 스파르타쿠스를 표현했지만 3차 노예전이라 불리는 저항은 그가 30여세가 되었을때 검투사 양성소에서 74명이 집단 탈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로마 정규군을 격파할 정도로 세력을 키워나갔지만 결국 모두 진압되고 살아남은 6천여명의 노예군은 모두 십자가형을 당하는 참혹한 결말로 끝이 납니다. 어린 시절 참혹한 노예의 삶을 함께한 스파르타쿠스의 강한 결심을 표현한 작품이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사각형으로 정돈된 큰 나무들. 그 나무들 아래로 초록색 의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도심에서 큰 나무 그늘에 편한 의자에 반쯤 누워서 멀리 루브르를 바라보는 시간은 어디서도 누려 볼수 없는, 돈 들지 않는 호사지요.



앰브로지오 파리시(Ambrogio parisi)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Julius Caesar". 동상 앞에서 기념 사진 찍던 아이들이 카페를 향해 달려갑니다. 아이스크림! 음료수! 샌드위치! 이 아이들은 아빠한테 무엇을 사달라고 했을까요? 길 양쪽으로 마로니에 나무가 성곽처럼 둘러있는 이곳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서 분위기 있게 점심을 해결 할 수도 있고 의자를 앉아 풍류를 즐기며 파리지앵처럼 점심을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로는 사람 키 높이 정도를 자르고 길 쪽으로는 가지치기로 가로수가 무슨 모형처럼 보입니다. 카페 앞에서 점심으로 먹을 메뉴를 고르는 사람. 커다란 덩치도 충분히 견디는 철제 의자에 앉아서 나무 그늘 바깥을 구경하는 사람들, 자연스레 반쯤 눕게되는 의자에 온 몸을 맡기고 그냥 멍 때리는 사람, 화창한 날씨 만큼 넉넉한 나무 그늘이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노천 카페의 차양이 가로수 아래에 딱 맡도록 배치된 것이 눈에 들어 옵니다.



선조들이 심어 놓은 나무의 혜택은 후대에서 풍성하게 누리는 법이지요. 마로니에(marronnier)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길의 한 복판에 누군가 의자를 옮겨 놓았던 모양인데 저녁이 되면 의자 있는 곳이 그늘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마로니에는 서양 칠엽수 또는 가시 칠엽수라고도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심는 가로수 중의 하나입니다. 먹을 수 없지만 밤과 같은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그냥 chestnut tree라고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름드리 마로니에 그늘 아래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예닐곱명의 친구들이 여핸한다면 둥글게 앉아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지기에 참 좋은 장소입니다. 마로니에가 사각형으로 심기워져서 구분된 공간이면서도 개방된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책 한권 들고 이곳에 오면 최고의 피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람과 함께 그늘을 즐기는 오리들. 오리들 덕택에 튀일리 공원 이곳 저곳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의자를 뜻하지 않게 기록할 수 있었네요. 두가지 의자인데 하나는 반쯤 눕는(진짜 편합니다) 의자이고 다른 하나는 직각의 평범한 형태입니다. 두가지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는지 가벼웠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의자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공원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분실이나 파손도 있었을텐데......



연못에서 놀다가, 그늘에서 쉬다가, 오리 팔자가 상팔자다 싶습니다. 무심히 연못을 바라보는 오리를 보니 오리가 마치 프랑스 귀족처럼 보이기 까지 합니다. 자신이 이 연못의 주인이다. 라는 당당함이 묻어 난다고 할까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오리가 휴식중인 우리 일행에 다가옵니다. 뭔가 하나라도 얻어 먹으려는 것인가? 주변에 온통 자신의 발자국을 남겨 놓고 이곳은 내 영역이니 이곳에 나가라고 시위하는 것인지? 잠시 였지만 반가움과 미소를 준 오리를 뒤로 하고 자리를 뜹니다.



연못 양쪽에는 수초와 꽃들과 함께 조각상을 세워 놓았습니다. 가까이 볼수 없어서 조각상 감상 보다는 전체적인 경치가 이쁩니다. 



연못가 그늘에서 평화롭게 쉬고 있는 사람들.



사각형 마로니에 나무 경계 안쪽에 너른 잔디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단촐한 조각상이 초라해 보이기 까지 하지만 그 여백을 새들이 메워 줍니다. 책 읽기 너무 좋은~~~ 낮잠 자기 최고인! 그러나 초라하거나 허접하지 않은 공간입니다.



가스통 라세즈(Gaston Lachaise)의 1932년작 "서있는 여자, Standing Woman". 이 청동상은 다른 나라에도 복사본이 전시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튀일리 정원을 콩코드 광장을 향해 쭉 내려오다가 정원 좌측 끝에 위치한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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