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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계를 지나면서 절반 이상을 걸은 이순신 백의종군길 1코스는 과천시를 가로질러 안양시 동안구의 동쪽 끝자락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서 동안구 남쪽 끝자락인 갈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경기도 의왕시와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

 

남태령 고개를 넘어서 남태령 망루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우리는 과천대로 큰길 옆에 있는 남태령 옛길을 따라 내려간다. 도심을 가로질러 걷다가 오랜만에 만나는 숲길이 너무나 반갑다. 양쪽 귀도 이미 도시의 소음에 적응되어 버린 듯하다.

 

자주색의 자목련이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자목련이 백목련보다 1~2주 조금 늦게 꽃이 피고 향기도 약한 편이라고 한다. 목련 꽃은 땅에 떨어지면 지저분한 단점이 있지만 우리네 인생사도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다.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젊은 시절이 지나고 나이 들어 몸도 마음도 시들해질 무렵이 되면 사람들에 밟혀 질척거리고 지저분한 목련 꽃잎이 아니라 조용히 숲 속에서 떨어져 흔적 없이 먼지로 사라지는 목련꽃잎과 같은 생의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태령 옛길을 따라 내려온 길은 과천동 주민센터 앞에서 과천대로를 건너서 길건너에서 여정을 이어간다. 남태령에서 함께 내려왔던 경기 삼남길 표식은 크게 잘 만들어져 있는데 백의종군길은 빨간 리본이 전부이고 그 마저도 찾기 어려워 아쉽다. 백의종군길을 걸으려면  지도 앱을 필수로 챙겨야 한다.

 

우리가 내려온 남태령 고개를 뒤로하고 계속 과천대로를 따라 내려간다. 깔끔하게 단장한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이 인상적이다. 양버즘나무라고도 부르는데 과천시에서는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낙엽처리와 가지치기 등의 관리가 필요하고 일부 민원의 문제도 있지만 잘 크고 추위와 공해에 강한 나무이니 만큼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잘 가꾸면 좋겠다. 과천시에서는 가로수의 위험도를 분석해서 제거 대상은 경고판을 붙이고 제거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남태령에서 함께 내려왔던 경기 삼남길은 관문사거리 앞에서 용마골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백의종군길은 계속 큰길을 따라 내려간다. 인덕원에서 다시 만나지만 경기 삼남길은 백의종군길과는  조금 다르게 간다. 관문사거리에서 멀리 대공원을 보니 아이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하다. 키 큰 플라타너스 아래로 벚꽃이 줄지어 피어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관문체육공원 앞에서 경기 삼남길과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중앙로 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던 길은 과천초등학교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들어간다. 길에서 멀쩡한 적색의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리본을 만나니 반갑기가 그지없다.

 

관악산 아랫 자락에 위치한 동네를 지나다 보니 걸을수록 이곳은 환경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관악산은 항상 서울대 쪽에서만 올라갔는데 과천 쪽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도 대여섯 개에 이른다.

 

과천향교와 관악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서 과천 중학교 옆길을 따라 과천 시청으로 향한다.

 

백의종군길은 관악산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지만 경기 삼남길은 과천 외국어고등학교 옆길을 따라서 큰길로 나간다.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골목길이 아름답다.

 

보통 마을의 보호수 하면 느티나무가 가장 많고 소나무, 팽나무 순인데 이곳에는 3백 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아주 건장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신현준이 황장군으로 나오는 "은행나무 침대"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은행나무는 1천 년을 넘게 사는 장수하는 나무일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정도로 고생대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종이다. 냄새난다는 민원 때문에 암나무는 뽑아내는 현실은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과천시 중앙동의 단독주택 지역을 지난 길은 과천보건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과천시청, 과천시민회관을 차례로 지나서 중앙호 큰길로 나간다.

 

은행나무 암나무를 뽑아내는 것보다는 나은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결실조절제(결실억제제)를 나무에 주입하여 열매가 적게 달리도록 하는 모습을 보니 나무가 안쓰러워 보인다. 은행 열매로 민원을 넣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자동차 매연 냄새보다는 은행 열매의 냄새가 낫지 않은가?

 

길은 중앙로 큰길을 따라서 남서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정부 과천 청사역을 지난다.

 

과천시에 정부 청사가 있어서 그런지 가로수 관리가 남다르다. 플라타너스 아래에 줄사철나무를 심어서 일반 가로수 답지 않은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중앙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관악산 아랫 자락에 자리한 정부 과천 청사를 앞을 지난다. 세종시의 정부 청사가 규모도 가장 크고 인원도 가장 많지만 서울 세종로의 청사, 과천 청사, 대전 청사를 비롯해서 전국 곳곳에 크도 작은 다양한 청사들이 있었다.

 

길은 과천대로와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제2 경인고속도로 방향으로 이동한다.

 

과천대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제2 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로 아래를 지나서 간다. 곳곳에서 새 아파트들이 올라가고 있다. 이렇게 아파트가 많은데 집값은 비싸고 집 없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천시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갈현동은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모양새다. 멀리 최근에 새로운 게임을 발매한 게임 회사의 사옥도 보인다.

 

길은 인덕원역 인근으로 이동하면서 과천시에서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으로 넘어간다. 인덕원사거리에서 관악대로를 건너서 인덕원옛터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6번 출구 쪽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인덕원옛터를 만날 수 있다. 인덕원이란 이름 자체로는 덕을 베푸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이지만 궁의 내시들이 살던 곳이라 한다. 이곳에 숙박시설이자 편의시설인 원을 설치하면서 인덕원이라 불렸다. 관리나 상인을 위한 원은 보통 30리마다 설치했으니 이곳이 교통 요지였음을 짐작케 한다. 이순신 장군도 백의종군 길 도중에 이곳에서 쉬어 가셨다. 경기 삼남길의 1코스 한양관문길과 2코스 인덕원길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길은 골목길에 위치한 새마을공원을 지나서 학의천 방향으로 이동한다.

 

학의천 천변에 이르자 서쪽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아침 늦지 않은 시간에 시작했는데 벌써 해가 지고 있으니 백의종군길이 길기는 길다.

 

천변으로 개나리가 반갑게 맞이해 주는 학의천을 건너서 평촌동의 높은 빌딩 사이를 가로질러서 흥안대로 큰길을 찾아 나선다. 징검다리를 통해서 학의천을 건너면 경기 삼남길은 학의천의 본류인 백운호수로 향하지만 백의종군길은 흥안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직진한다.

 

평촌동 빌딩숲 사이로 흥안대로 큰길을 찾아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학의천을 건너면 바로 좌회전하여 벌말오거리에서 흥안대로롤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인덕원 사거리에서 시작하는 흥안대로는 금정 IC까지 이어진다.

 

민백사거리를 지난 길은 본격적으로 평촌 신도시의 아파트촌을 따라 내려간다. 아파트 단지 옆의 벚꽃도 화려하다. 평촌 신도시도 분당, 일산, 산본처럼 1990년대에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이다. 아파트 단지 주위에 심은 나무들도 세월이 흐른 만큼 우람하고 벚꽃도 풍성하다. 출출한 때가 되어서 그런지 평촌먹거리촌이라는 표지판에 자꾸 시선이 간다.

 

평촌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며 흥안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지나서 계원대사거리의 수도권 순환 고속도로가 지나는 평촌 고가교 아래를 통과한다. 우리는 길 건너 의왕시의 모텔 단지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계원대 사거리를 지나온 길은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서 호계동으로 진입한다. 아파트 단지의 벚꽃은 여전히 그 화사함이 이어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이곳을 지날 때는 논밭이 펼쳐진 들판이었을 테니 시기가 비슷해도 벚꽃을 볼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길은 대안중학교 앞을 지나서 점점 더 아파트 단지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간다. 이름이 대안(大安) 중학교라 기존의 공교육의 틀을 벗어나려는 대안학교와 혼동할 뻔했는데 대안(代案) 학교는 대신한다는 의미의 한자를 사용한다. 이 학교의 이름은 큰 대(大) 자에 안양의 편안할 안(安)을 사용한다.

 

길었던 1코스를 갈산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마무리한다. 자동차의 매연을 견뎌야 했던 도심 구간이 많기는 했지만 지난 추억이 새록새록했던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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