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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끝자락, 겨울비가 그친 주말에 아산 나들이에 나섰다. 아산에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지만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신정호 둘레길과 온양온천 전통시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신정호는 1호선 전철 온양온천역에서 600번이나 610번을 타면 대중교통으로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다. 호수 주변으로 무료 주차장이 여러 곳에 조성되어 있어서 자동차로 가기에도 부담이 없는 곳이다.


신정호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신정호 관광단지가 있는 북동쪽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신정호 호수 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한쪽으로는 메타세쿼이아가 쭉쭉 뻗어서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날씨가 맑지 않아도 그 나름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는 호수 둘레길은 약 4.8Km 정도이므로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래도 겨울임에도 중간부터는 외투를 벗어서 들고 걸어야 했다. 남쪽을 향해서 시계 방향으로 걸으면 호수 둘레길에 세워진 거리 표식과 함께 걷게 된다. 시작은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이다.

산책길에서 반가운 이름을 만난다. 결혼 전에 옆지기가 시집을 선물로 주었던 적이 있었는데 바로 용혜원 시인의 시집이었다. 반가운 이름을 만나니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신정호 풍경과 딱 맞는 시 한 편을 읽고 간다.
호수는 어떻게
하늘까지
담을 수 있었을까
속까지 환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마음 때문일까
넓은 마음을 가진 호수는
하늘까지 가슴에 담고
잔잔하게 웃음을 웃으며
찰랑거리고 있다.


새벽에 내리던 비가 그쳤지만 데크길은 아직 촉촉하고, 촉촉한 산책길은 감성적인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준다.


생명을 품고 있는 백목련의 꽃눈이 햇빛을 향해 붓을 들고 있는 모양새다. 겨울의 대표적인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늦여름부터 겨울눈을 준비한다고 하니 나무가 계절의 변화를 사람보다 그리고 일기 예보보다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호수 중간까지 내려가면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한창 만들고 있었다. 신정호 생태 관찰 교량이라고 한다. 산책길도 호수로 들어가는 작은 하천을 건너서 길을 이어간다.


계절을 따라서 잎을 모두 떨군 연밭과 함께 호수 남쪽 끝자락을 돌아간다. 연잎은 모두 노랗게 지고 한편으로는 황량해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봄에 새로운 줄기를 뽑아낼 연 줄기와 연 씨앗들이 곤히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생명력이 뿜뿜 하는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라는 시각도 생긴다.


연밭을 끼고 남쪽을 돌면 신정호 둘레길은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신정호 서쪽 길은 신정호길 도로와 함께 걷는다.


산책길에서 만난 장미 덩굴을 보면서 과연 저 꽃봉오리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인가? 언젠가 꽃을 피울 것인가? 무척이나 궁금증이 생긴다. 장미도 겨울눈이 있으니 저것은 분명 겨울을 나기 위한 것을 아닐 텐데...... 가수 이은하의 "겨울장미"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철이 없어 그땐 몰랐어요
그 눈길이 무얼 말하는지
바람 불면 그대 잊지 못해
조용히 창문을 열면서 나는 생각해요
겨울에 피는 흰 장미여
아직도 나를 기다리나
감춰진 마음 보고 싶어
햇살을 향해 피었는가
사랑의 말 내게 들려줘요
그리움이 나를 반기도록
바람 불면 그대 잊지 못해
조용히 창문을 열면서 그대 기다려요


어느덧 신정호 둘레길도 끝을 보이고 있다. 북쪽 제방에 도착했다. 둑이 있다는 것은 신정호가 인공저수지라는 말이고 그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 명칭은 마산 저수지였다고 한다.

평화로운 호수 위에 오리들만이 잔잔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인도교를 따라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면 길지 않은 신정호 둘레길 걷기는 모두 끝난다. 호수 아래로 흐르는 물길은 오목천을 따라 북쪽으로 흐른다. 멀리 1호선 전철이 지나는 철길도 보인다. 오목천은 현충사 인근을 지나온 곡교천과 만나고 곡교천은 서쪽으로 흘러서 삽교호로 들어간다.


신정호 둘레길 걷기를 끝내고 1호선 전철을 타고 온양온천역에 내리니 크리스마스 시즌답게 역 광장에서는 대형 성탄 트리가 손님을 맞는다. 어르신들이 많은 까닭인지 곳곳에 정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모습이 달갑게 보이지는 않지만 추운 날씨에도 열정이다 싶다. 무엇보다 온양온천역 아래 교각에 부조로 만든 인물들이 있었는데 이순신, 장영실, 맹사성이 아산과 연관이 있었다. 그런데 토정비결로 유명한 조선 시대의 학자 이지함도 그들과 함께였는데 알고 보니 아산 현감으로 재직했었고 재직 중에 아산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걸인청을 설치하여 구휼에 나섰다고 한다.


전철역을 나와서 온천대로를 건너면 바로 온양전통시장을 만날 수 있다.


온양전통시장은 비가림이 있는 상설시장이라 언제 찾아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만원에 전복 다섯 개 골라 담으라는 생선가게 앞에서 아! 나도 사고 싶다! 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분식집에서 간식을 사 먹는 것으로 시장 구경은 만족해야 했다. 아마도 쇼핑하러 다시 이곳을 찾지 않을까 싶다.

날이 맑으면 족욕하는 곳에서 쉬어다가 갈까? 하는 생각도 할만하지만 춥고 보슬비가 내려서 족욕 생각은 그냥 접어둔다.


온양 전통시장 구경도 좋지만 온양온천역 주변으로는 4일, 9일 5일장이 열리므로 5일장이 열릴 때 시장 구경 나오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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