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천항이 내려다 보이는 자유 공원을 출발하는 서해랑길 96코스는 홍예문 위를 지나서 어제 잠시 휴식을 취했던 신포 문화의 거리를 거쳐서 배다리사거리를 지난다.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길은 인천 동구청 인근을 지나서 송림오거리부터는 송림로와 봉수대로를 따라서 북동쪽으로 걷는다. 산업단지 지역으로 들어온 길은 봉수대길사거리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KG스틸 인천공장을 지나서 가좌 IC를 돌아서 가재울사거리를 지나면 장고개로부터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함봉산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서해랑길 96코스는 별도의 안내판은 없고 소박한 시작점 안내 표식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주변이 삼국지 벽화 거리, 초한지 벽화 거리이다 보니 그 기세에 눌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계단을 통해서 자유 공원을 오르는 것으로 코스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지만 워낙 날씨가 덥고 습해서 그런지 나무 숲 속에서 있어도 후텁지근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자유 공원의 공중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에어컨 빵빵하게 가동하고 있어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 역할을 해주었다. 숲 속에서도 시원하지 않으니 잠시 숨을 돌리고 바로 여정을 이어간다. 탁 트인 광장 끝자락, 등대와 닻 조형물이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남쪽으로 인천항 내항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조석간만의 차가 큰 인천에서 어떻게 저렇게 큰 배들이 항구 안으로 들어와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는데 알고 보니 인천항 갑문이라는 것이 있었다. 규모도 아시아 최대이고 세계 5위 수준이었다. 선박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원리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인천항 갑문을 이렇게 만난다.


대한민국 최초의 서구식 근대 공원이라는 자유 공원을 빠져나가는 길, 길 한쪽으로는 자유 시냇물이라는 이름으로 지압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원래의 의도대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면 시민들이 시원한 여름을 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공원 끝자락에서는 인천 학도 의용대 호국기념탑을 만날 수 있었다. 기념탑 바로 뒤에 그 유명한 맥아더 동상이 있다.


자유 공원을 빠져나온 길은 골목길을 따라서 홍예문 위를 지나간다. 홍예문은 1908년 응봉산 자락을 잘라서 터널처럼 만든 아치 모양의 문으로 사진처럼 화강암의 석축을 쌓은 방식이다.


응봉산 자락에 자리한 마을을 가로질러 산을 내려간다. 전국의 유명한 항구에 자리한 산들은 이곳의 응봉산처럼 산 자락 전체가 사람들의 주거지로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 모양이다.


길은 어제 우리가 하룻밤 쉬어 갔던 신포 문화의 거리를 거쳐서 간다. 어제 다녀왔던 신포 국제 시장도 지난다.

번화가답게 이곳에도 로데오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울 압구정의 로데오 거리를 비롯해 로데오 거리라는 이름을 붙인 곳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뜻인가? 일단, 미국 캘리포니아 비버리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Rodeo Dr)"가 그 기원이라고 한다. 1950년대부터 고급 주택과 패션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로데오 드라이브라는 이름은 이곳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이전에 있었던 목장 이름과 연관성이 있는데 목장 이름이 "El Rodeo de las Aguas" 직역하면 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카우보이들이 길들이지 않은 말이나 소의 등에 타고 오래 버티는 로데오 경기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스페인어 동사 Rodear(둘러싸다)에 기원했으니 로데오 거리라는 의미가 미국 비버리힐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취지로 충분하다 싶다.


사람들이 붐비는 신포 시가지 한복판에서 여전히 한국 전쟁의 상흔 가지고 가지고 분들을 잠시 생각해 본다. 16세의 나이로 한국 전쟁에 참전하여 4년간 복무했던 이경종이라는 분이 평생 전쟁을 치렀던 소년병의 기록을 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그림처럼 작은 기념관을 운영하며 전쟁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고 한다. 군대도 가지 않고, 평생을 양지에서 인생을 보낸 이들이 전쟁광처럼 날뛰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정말로 개탄스럽다.


신포거리를 지난 길은 유서 깊은 탑동 성당을 지나서 개항로로 나간다. 탑동 성당은 1889년 건축을 시작하여 1900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당시 이름은 제물포 성당.


개항로 도로를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1호선 전철이 지나는 배다리사거리에 닿는다. 개항도시라는 특이한 곳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북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 한다. 배다리 마을이라는 이름은 옛날에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는데 배와 배를 연결하여 다리를 만들어서 다녔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배다리 마을에 예전에는 40여 개의 헌책방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나면서 보니 몇 개 남지 않은 모양이었다. 창영 어린이공원 앞에는 꿀꿀이죽 골목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한국 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잔반을 끓여 팔았다고 한다. 유엔탕(UN)이라고도 부른 모양이다. 교회 등에서 옥수수 가루를 끓여서 나누어 주던 강냉이죽과 함께 그 당시 우리네 삶을 짧게 표현해 주는 대표적인 단어다. 지금 세대는 상상도 못 하는......


길은 인천 동구청 앞을 지나서 송림오거리에 이른다.

송림오거리는 길건너로 1960년대부터 자리하기 시작했다는 현대 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있어서 그런지 많은 어르신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시장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뻔했다.



송림삼거리는 송림 고가교가 있어서 도보로 직진할 수는 없고 우측으로 조금 돌아서 가야 한다.


송림삼거리를 지난 길은 봉수대로를 걸으며 산업 단지 지역으로 진입한다. 이곳의 가로수인 은행나무는 벌써 연한 초록색의 은행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걷고 있는 봉수대로를 계속 직진하여 북쪽으로 이동하면 청라도라는 섬을 육지와 연결하여 간척해서 만든 청라 신도시이고 서해랑길은 송림 공구 상가를 지나서 우회전하여 공단 지역을 계속해서 걷는다.



폭염 속에서 산업단지 지역을 걷지만 오히려 키가 큰 가로수 덕분에 나무 그늘 아래에서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철강 공장 울타리에 심은 나무 덕분에 지금 우리가 산업단지를 가로지르고 있는지, 철강 공장 바로 옆을 지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인천 동구에서 인천 서구로 진입한다.



가좌 IC를 만난 길은 가좌 IC를 남쪽으로 돌아서 간다. IC와 연결된 고가교 아래를 차례로 통과하여 장고개로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삼양사 인천 공장을 앞을 지난 길은 가재울 사거리를 지나서 가좌근린공원의 가좌이음숲에 닿는다. 가재울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재가 많았던 곳이라고 한다. 서울에도 북가좌동, 남가좌동이 있는데 비슷한 의미라고 한다. 예전에는 산골짜기에 흔하던 가재가 이제는 멸종위기라고 하니,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희미한 기억 속에는 냄비에 소금을 쳐서 붉게 익힌 민물가재를 와그작와그작 먹었던 기억이 있다.


7월부터 가을까지 핀다는 배롱나무의 분홍꽃도 폭염에 지쳐 보인다.


길은 장고개로 도로를 따라서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길 끝자락까지 올라간다. 마땅한 휴식처를 찾지 못했는데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나무 숲 아래 벤치는 우리에게는 그나마 최선의 휴식처가 아닌가 싶다. 아쉬운 것은 화장실이 문제인데 아파트 단지 상가 화장실은 접근이 어려웠고 하는 수 없이 길 끝자락에 있는 편의점 주인의 배려 덕분에 볼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길은 자연스럽게 함봉산 숲길로 이어진다. 시가지를 걸었던 짐 정리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위한 준비를 한다.


함봉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인천 종주길과 함께한다. 군부대의 거친 담벼락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함봉산을 오르는 오르막길은 온몸에 땀을 부르지만 시가지에서 들고 다니던 양산을 접고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숲길이다.


함봉산 정상에 오르려면 160미터 정도 되는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가야 한다. 산불 감시 초소도 있고 가좌동의 아파트 단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봉우리 하나를 지나고 송전선 아래를 통과하면 바로 앞으로 함봉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북쪽으로는 인천시 부평구의 아파트들이 보이기도 한다. 이곳 함봉산 자락은 인천시 서구와 부평구의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 서해랑길 96 코스의 나머지는 인천시 서구와 부평구 사이의 경계의 산길을 걷는 여정이다.
'여행 > 서해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해랑길 97코스 - 대우하나아파트에서 검암역 (0) | 2025.08.13 |
|---|---|
| 서해랑길 96코스 - 함봉산에서 대우하나아파트 (0) | 2025.08.12 |
| 서해랑길 95코스 - 신선 초등학교에서 자유공원입구 (0) | 2025.08.07 |
| 서해랑길 95코스 - 문학산에서 신선 초등학교 (0) | 2025.08.06 |
| 서해랑길 95코스 - 선학역에서 문학산 (0) | 2025.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