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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95코스는 인천의 상징과도 같은 문학산에서 연수구 청학동 쪽으로 내려와 서쪽으로 시가지를 가로지르며 이동한다. 능허대를 지나면서 아암대로를 따라 송도를 마주하는 해변길을 북쪽으로 걷는다. 옹암교차로를 지나면서 용현 갯골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고 산책로 끝에서 제2 경인고속도로와 이어지는 축항대로를 가로질러 인천신선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산을 내려와 갈림길을 만나면 좌회전하여 하산길을 이어간다. 삼호현 전통숲 방향이다.

문학산에서 내려온 길은 자연스럽게 백제사신길과 연결되는데, 삼호현 전통숲은 백제 사신길과 연관성이 있다. 중국 사신길에 나서는 임을 세 번 불렀다고 해서 삼호현이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공 폭포의 물줄기가 눈에는 시원하게 보이지만 찌는 듯한 폭염에는 한계가 있다.

길은 미추홀 대로가 통과하는 문학 터널 위를 지나서 간다.


일송정이라는 음식점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능소화가 일품이다. 능소화가 덩굴 식물이었다는 것에 새삼 키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대표적인 여름꽃 능소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산에서 내려온 길은 본격적으로 시가지 걷기에 나선다. 골목길을 빠져나와서 청학사거리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이동한다.

95코스 시작점인 선학역으로 가는 길에서도 만났던 비류대로를 따라서 가는 길이다. 가로수가 만들어 주는 그늘을 따라 걷는다. 이렇게 폭염이 절정인 시기에는 이곳의 가로수도 잎이 풍성한 플라타너스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연수문화원 앞을 지난다.


서해랑길 95코스는 앞서 만났던 삼호현 숲길부터 해변의 능허대까지 이어지는 백제사신길과 함께 한다. 정성스럽게 길에 대한 소개를 해놓았다. 조급한 마음만 아니라면 느린 걸음으로 읽으면서 지나가도 좋은 길이다. 거리의 역사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여름은 우리 꽃 무궁화가 절정인 시기이기도 하다. 꽃만 보면 지금이 폭염 가운데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무궁화는 덥지도 않은 모양이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서도 화창하게 꽃을 피운 무궁화가 정말 아름답다.


연수구 청학동을 걷던 길은 옥련동으로 들어서며 수인선 송도역을 앞에 두고 비류대로를 건너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간다. 옥련 재래시장으로 향하는 길인데 이곳에는 송도 역전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역의 이름이 송도이기는 하지만 이 "송도"는 송도 신도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소가 옥련동인 것처럼 송도의 원래 이름은 옥련이었고 송도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이곳에 자주 드나들던 일본 군함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길은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옥련로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능허대 표식이 등장했다. 시가지에는 곳곳에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고 손에 양산을 든 사람들이 태양을 피하며 걷는다. 우리도 집에 굴러다니는 접는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서 태양을 피했는데 나름 도움이 되었다. 외부는 밝은 색이고 내부는 검은색인 양산이었다면 자외선 효과도 뛰어나고 폭염 속 걷기에 조금 더 도움이 되었겠지만 얇은 우산도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며 걷다가도 가로수가 울창한 길을 만나면 정말 반가운 마음에 바로 우산을 접는다. 가로수 키가 크지 않더라도 인도 양쪽으로 심은 나무들은 해도 가려주고 이 길은 심지어 시원한 느낌으로 걸을 수 있다. 도심 속 나무 심기는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옥련 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학교 울타리에 심은 나무들이 그늘 만들기에 합세하고 있다.


옥련 중학교 앞의 조형물들에 눈길이 갔는데 실감 나게 조각한 독수리 조형물은 아주 훌륭했다.


옥련로 도로를 따라 이어진 가로수 숲길은 정말로 엄지 척 이었다. 건너편으로는 새싹공원 물놀이장이 있었는데 연수구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물놀이장이었다. 크지 않는 곳이었지만 안전 요원도 배치되어 있었다. 어르신들도 휴식을 취할 정도로 쾌적한 가로수길도 있고 무료 물놀이장도 있고, 이곳에 사는 분들이 괜히 부러워진다.

버스 정류장에는 주위 온도를 3~5도 낮추어 준다는 쿨링포그도 분사하고 있었다. 파리 여행에서 에펠탑 앞에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을 위해 뿌려지던 쿨링포그를 처음 만났었는데 인천 도심 한가운데 사람이 많지 않아도 동작하고 있는 모습이 생경스럽다. 송도 국제도시를 품고 있는 연수구가 인천시 내에서도 부유한 곳이라서 그런가? 생각을 하며 길을 이어간다.


길은 어느덧 옥련 시장 앞을 지난다. 특이했던 것은 길에서도 상점 안에서도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슬람 복장의 여성과 그녀를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 가족을 본다는 것은 신기한 장면이었다.

옥련시장은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어서 지역민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아파트 밀집 지역을 빠져나온 길은 능허대 공원으로 진입한다. 백제 사신길의 끝자락이다.


능허대는 근초고왕 때 이후로 백제의 사신들이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탔던 곳이라고 한다. 1930년대의 비교 사진을 보면 이곳 주위로는 온통 바다였지만 지금은 아파트 단지와 송도신도시로 옛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백제의 사신들이 탔을 법한 배를 보니 저런 배를 타고 어떻게 망망대해를 건넜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고구려에 막힌 육상 통로 대신 개척한 외교를 두고 진취성, 도전성을 가진 능허 정신이라 소개하고 있지만, 목숨을 내놓고 떠나는 사신을 세 번 불러서 삼호현이라 했던 그 가족의 마음이 더 공감이 된다.


능허대를 지나온 길은 서쪽으로 이동하여 송도 국제 도시 북쪽이 보이는 아암대로 방면으로 이동한다.


영종도, 인천대교와 이어지는 제2 경인고속도로의 고가도로 아래를 통과하여 해변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그늘 없는 뙤약볕 아래를 우산으로 가리며 길을 이어간다.


옹암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남항근린공원을 만나서 용현 갯골 유수지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을 걷는다. 인천시 중구로 진입하는 길이다.


용현 갯골 유수지를 유지하는 수문을 뒤로하고 남항 근린공원의 메타세쿼이아 숲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숲 속에서 돗자리를 깔고 누우니 폭염 속에서도 나름 더위를 벗어나 쉴 수 있었다. 나무가 이렇게 중요한데...... 용현 갯골 유수지는 학익 유수지라고도 부르는데 수로 건너편의 미추홀구와 경계를 이룬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키가 커서 더 넓은 그늘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키가 작은 벚나무와 같은 활엽수들이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나무 그늘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나무 그늘이 우거진 산책로를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앞으로 만날 그늘 없는 시가지 지역에 왠지 공포감조차 느껴진다. 양산을 들어도 자외선이 가장 강한 오후 시간에 폭염 속에서 그늘 없는 시가지를 걷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늘진 수로 옆 산책로는 끝이 나고 드디어 펄펄 끓고 있는 축항대로의 아스팔트 위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돕는 것은 역시 편의점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얼음이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었다.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대로를 가로질러온 길은 인천신선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항구 인근이라 보세 창고와 공장들이 많은 곳인데 이런 곳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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