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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95코스는 인천 지하철 1호선 선학역에서 시작하여 문학산을 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약 5Km 정도의 숲길을 완만하게 걷는 코스로 문학산의 높이는 해발 217미터이다. 위의 고도 프로필을 보면 정상부에 세 개의 봉우리를 순차적으로 지나지만 전체적으로 급격한 오르막이나 내리막 없이 평이한 산행이 가능하다. 인천 연수구의 선학동, 연수동, 청학동에 걸친 지역을 지난다.

 

2025년 7월 말, 폭염이 기세를 떨치고 있는 한 여름 가운데 서해랑길 걷기를 마무리하는 여행을 떠나왔다. KTX를 타고 광명역에서 3002번 버스를 타고 연수병원 정류장에 내리면 어렵지 않게 95코스의 시작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사각형으로 가지치기한 비류대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에 보느라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된다. 파리 여행 당시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처음 만났던 사각형 가지치기의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추억이 스쳐간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면서 남았던 좋은 기억은 명품이 즐비한 상점도, 사람들이 몰리던 개선문도, 정신없이 배를 채웠던 맥도널드도 아니고 도시 한가운데서도 찬밥 취급받지 않고 생명력을 뽐내던 플라타너스 가로수였다. 이곳 비류대로의 나무들도 낙엽, 꽃가루 등 사람들의 불평과 민원을 잘 이겨내고 꿋꿋하게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선학역 앞으로 이동하여 서해랑길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선학역에서 골목으로 들어가 문학산으로 가는 길 주변으로는 선학 음식특화거리가 있어서 수많은 식당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매년 음식 관련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점심과 간식용 김밥을 구입해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여름이니 편의점에서 생수도 구입하고 컵얼음을 구입해서 김밥이 상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도 해 두었다.

 

사찰 옆의 골목길을 통해서 문학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울타리에 피어난 참나리꽃이 여행의 시작을 반겨주는 듯하다. 색깔과 무늬 때문에 호랑이꽃이라고도 부르는데 영어 이름도 타이거 릴리(Tiger Lily)이다. 구근을 식용 또는 약용한다고 하니 관심이 생긴다.

 

단오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는 접시꽃은 끝물인지 많은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있다. 그래도 몇 개 남지 않은 꽃이 아름답다. 다음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의 일부인데 아내를 떠나보내며 쓴 시라 그런지 꽃을 다시 보니 꽃에서 왠지 슬픔이 느껴진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 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날씨에 그나마 해를 가려주는 숲 속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마음이다. 반바지에 걸친 것을 최소화한 옷차림이지만 오르막길에서 쏟아지는 몸의 열은 모든 것을 거추장스럽게 만든다. 손에 든 손수건은 벌써 땀으로 축축하다.

 

폭염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문학산에는 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문학산 에움길이라는 이름도 붙어있다. 에우다는 말은 "사방으로 빙 둘러싸다"는 의미로 둘레길로 이해하면 딱일 듯싶다.

 

도시에 한복판에 위치한 산이다 보니 산속 갈래길은 수갈래로 뻗어간다. 서해랑길은 189미터의 선유봉을 거쳐서 가는데 선유봉으로 짧게 갈 수 있는 표지판 대신에 서해랑길 화살표를 따라서 조금 돌아서 간다. 

 

문학산에서는 여러 산길 중에서도 연수 둘레길과 함께 한다. 길마재에서 선학동 쪽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등산로와 합류하여 선유봉으로 향한다.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참나리꽃을 선유봉 인근에서도 만났는데 잎 겨드랑이에 검은 벌레 같은 것들이 있다. 알고 보니 잎 겨드랑이에 있는 것은 벌레가 아니라 참나리꽃 번식에 활용할 수 있는 주아였다. 마늘 주아만 생각했는데 참나리꽃도 주아가 있었다. 주아를 땅에 묻어 놓으면 어렵지 않게 참나리꽃을 번식시킬 수 있다고 한다. 더욱 욕심이 나는 식물이다.

 

화강암 바위 위로 놓인 데크 계단을 따라서 선유봉으로 향한다.

 

선유봉 데크 전망대에서도 참나리꽃을 만난다. 나에게는 서해랑길 95코스는 그냥 참나리꽃 코스로 남을 듯하다. 타이거 릴리라는 이름도 왠지 친근감이 느껴진다.

 

전망대 북쪽으로는 2002년 월드컵의 추억과 연결점이 있는 인천 문학 경기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2002년 월드컵 당시 32강에서 포르투갈 전에서 박지성의 골로 승리를 거두었던 바로 그 장소이다. 온 나라가 들썩이던 그 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남쪽으로는 멀리 송도까지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서울, 부산에 이어 인구 3백만 명의 인천시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능선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에서는 남북으로 시가지 풍경을 시야에 담으며 걷는 길이다.

 

능선길에서 우연히 만난 검정 왕개미를 보느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린 시절 놀이터나 공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났던 개미인데 정말 오랜만에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문학산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길 옆에 만난 노란색 표식을 처음 보았을 때는 이 근처에 무슨 영화제라도 열리나? 하는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알고 보니 갈림길마다 설치해 놓은 인천 둘레길의 방향 표식이었다.ㅠㅠ

 

전망대에 올라서 우리가 걸어왔던 선유봉 방면을 돌아본다. 능선을 걷다 보니 어느새 고도가 높아졌다.

 

남쪽으로는 멀리 바다도 보이는 풍경을 뒤로하고 암벽 주위로 설치한 데크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문학산 정산 부근은 군사 지역이라 이른 아침(5시 이전)과 야간에는 출입할 수 없다. 한국 전쟁 이후 한때는 정상부에 미군 기지가 있었고 지금은 공군이 관리한다고 한다.

 

한때는 러브버그 때문에 시끄러웠는데 다행히 러브버그의 준동은 없지만 나무에 거의 처음 만나는 대벌레가 이곳저곳에서 목격된다.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군사기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학산(217m) 정상부에서 넉넉한 휴식을 취하며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이곳에는 봉수대도 있었다고 하지만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봉수대도 사라지고, 산도 깎였다고 한다. 현대사의 아픈 상흔을 가진 문학산에 대해서 자세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포장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 서쪽으로는 인천항이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내리막 길을 따라 "비류와 미추홀"이라는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었는데, 백제의 건국 설화와 연관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주몽이 익숙한 이름인 고구려 동명성왕의 두 아들 비류와 온조가 남하하여 비류는 이곳 인천 지역에 미추홀국을 세우고 온조는 위례에 십제(후에 백제로 바뀜)라는 나라를 세웠는데 나중에 십제로 합쳐서 백제를 건국했다는 이야기다. 원래는 남구였으나 2018년 미추홀구로 바뀌었다.

 

산을 내려 오니 문학산이 인천 역사의 중심지라는 소개와 함께 문학산의 옛 이름인 남산, 학산, 봉화둑산, 성산, 배꼽산 이름 옆에 쓰인 각각의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재미있다. 배꼽산이라는 이름은 멀리 바라본 봉화대의 모습이 배꼽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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