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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배곧한울공원에서 출발하는 93코스는 해안선을 따라서 북동쪽으로 이동하며 배곧 위인공원과 군자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해넘이다리를 건너면서 경기도 시흥시에서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으로 넘어간다. 인천으로 넘어온 길은 소래포구 해오름공원과 소래포구 시장을 가로질러 굴다리를 통해서 77번 국도와 영동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여 소래 습지 생태공원에 이른다.
시흥 배곧한울공원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바다였던 곳이지만 한 대기업이 1985년부터 10년간 매립해서 조성했던 공간을 시흥시가 매입하여 신도시로 개발했다고 한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공원 지역의 산책로를 걷는다.
주변에 고급 아파트들이 즐비한 까닭인지 공원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휴일임에도 직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전동 카트를 타고 공원 곳곳을 누비고 계셨다. 역시, 공원은 꾸준한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다. 고액의 예산을 투입하여 아무리 멋지게 만들어도 흉물로 전락하는 곳이 한둘이 아닌데, 이곳처럼 꾸준한 관리를 하는 공원이 있다는 것은 이 지역 분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해안가 해당화가 산책로를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화사한 색깔로 마음도 열어준다.
해안 제방에는 군데군데 해안 초소가 계속 이어지는데, 해안초소가 있던 곳을 나름의 주제를 적용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그중의 하나가 배곧 위인 공원으로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헬렌켈러이다. 바닥에 점자를 블록을 깔아놓은 헬렌켈러 미로는 눈을 가리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각종 꽃들로 장식한 화단에 웃픈 팻말이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꽃을 캐가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어디서나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매너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을 우선하는 사람이 늘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구간에는 훈민정음에 배곧을 붙인 문구도 있고 한글을 모티브로 만든 돌의자도 있었다. 지루하지 않은 산책길이다.
해안선이 자연스레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보니 이곳은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해안 초소를 장영실 소개 부스로 리모델링한 구간을 지나면 아담한 크기의 갯벌 체험장도 만날 수 있었다. 수도권에서 먼 곳까지 내려가 갯벌체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모래가 깔린 어린이 놀이터 주변으로는 멋진 그늘막들이 세워져 있어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님들에게는 환상적인 공간이 아닌가 싶었다.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과 그런 모습을 여유 있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니 아이를 그냥 많이 낳으라 외치는 것보다 이런 공간과 환경을 많이 갖추어 놓는 것이 정도이지 않은가 싶었다.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한 공간을 지나서 군자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소래, 군자 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염전 지역으로 유명했던 공간인데 이제는 그 자리를 아파트와 시가지가 대신하고 있다. 인천 공항으로 오가며 여러 번 지나갔을 군자대교 아래를 통과하다 보니 다리 위에서 만났던 그때의 풍경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다리 위 자동차에서 보는 그림과 직접 내 다리로 걸으며 만나는 풍경은 역시 많이 다르다.
시흥시의 캐릭터인 해로와 토로가 있는 놀이터 공간도 해안 초소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바다를 건너갈 때 이용할 해넘이다리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해넘이다리를 넘어가기 직전에 있는 베토벤 공간에는 직접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가 놓여 있었는데 석양이 비치는 저녁 시간, 누군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에 몸을 내맡기며 노을을 감상하는 상상을 하니 환상 속에 있는 느낌이다. 해안 초소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해넘이다리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군자대교가 북쪽을 바라보면 아파트 단지 사이로 소래대교가 멀리 보이는 풍경이다.
해넘이다리를 넘어오면 경기도 시흥시에서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으로 진입하는 것이고 정면으로 독특한 외관을 가진 남동 소래 아트홀을 만난다. 길은 해안 산책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서 소래포구로 향한다. 새우타워도 시야에 들어온다. 어린 시절 김장철이면 새우를 사러 소래포구에 다녀오시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스쳐 지나간다.
소래포구에 가까워지니 수인선이 지나는 철교도 시야에 점점 더 가깝게 들어오고 소래포구 해오름광장에서 꽃게 조형물도 만난다. 역시 한 해에 7백만 명이 다녀간다는 소래포구의 명물은 새우젓과 꽃게인 모양이다.
길건너로 소래 역사관과 소래 종합 어시장이 위치하고 있지만 해안으로는 소래 포구 전통어시장을 비롯한 수많은 상점과 횟집이 줄지어 이어진다. 시장 근처에 오니 갯내음이 장난이 아니다.
92코스와 93코스를 이어서 걸은 우리는 오늘은 소래포구까지만 걷고 바다 건너 월곶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 쉬어 가기로 했다. 폐선된 옛 소래 철교로 월곶으로 이동하는 길에서는 장도포대지도 만날 수 있었다. 조선말기 고종 당시에 서해안을 통해 한양으로 올라가려는 외적을 막기 위해 설치한 포대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1994년까지 협궤 열차가 다니던 수인선 소래 철교는 이제는 사람들만 오가는 인도교로 개조되어 사용하고 있다. 소래철교에서 바라본 소래포구의 모습이다.
월곶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소래포구로 넘어와서 어제의 여정을 이어간다. 아암대로 도로를 따라서 튀김집들이 성업하고 있었는데 새우튀김, 칠게 튀김등 쇼핑 욕구를 참기 힘든 구간이었다.
소래포구의 시장 앞을 가로지른 길은 77번 국도가 지나는 소래대교 아래를 지나서 굴다리를 통하여 영동고속도로를 통과한다.
굴다리로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면 바로 소래 습지 생태공원으로 진입하여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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