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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하며 구봉도를 벗어난 91코스는 구봉길 도로를 거쳐서 70여 미터의 북망산을 넘는다. 북망산을 넘으면 대부황금로 도로를 따라서 이동하여 방아머리해변을 거쳐 대부도관광안내소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원래의 길은 방아머리 경로당을 지나서 마을 뒤의 고개를 넘어 해변으로 가는 길인데 마을 아주머니들이 길이 공사로 막혀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큰길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구봉이 정상으로 가지 않고 구봉 약수터 방향으로 내려온 길은 해안가 있는 약수터로는 내려가지 않고 우회전하여 산 허리로 이어진 숲 속 산책로 걷기를 이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라 그런지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도 정겹다.
녹음이 우거진 쾌적한 숲 속 산책로에서는 가끔씩 좌측으로 시화방조제도 보이고 방아머리 해변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방아머리 해변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소리가 산으로 메아리쳐서 그들의 소리가 바로 아래에서 들리는 듯하다.
돌로 만든 고슴도치도 새 가족을 표현한 돌조각도 숲 속 산책로 걷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완만한 하산길은 어느덧 구봉도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세워놓은 수많은 자동차들을 보니 구봉도 해안가에도 숲 속 산책로에서도 왜 그렇게 사람들이 많았었는지 실감이 난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에어건으로 신발의 흙과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구봉도 해안을 뒤로하고 구봉도로 들어올 때 걸었던 도로를 따라서 북망산으로 향한다. 먼 곳에 위치한 공영주차장뿐만 아니라 사설 주차장까지 차들로 빽빽한 것을 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도로를 따라서 북망산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이 하나 있어서 주인장의 허락과 함께 커피를 하나 사서 편의점 바깥에 자리한 데크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등 뒤로 쾅하는 굉음과 함께 자동차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보니 로드킬 사고였다. 길을 건너던 고라니 한 마리가 차에 치여 바둥거리고 있었다. 젊은 청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고라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낮에 로드킬이라니...... 우리는 그들이 고라니를 인도로 올리고 다른 차들이 지나가도록 하는 모습까지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길은 도로를 벗어나 해안 산책로를 통해서 북망산으로 향한다.
짧은 해안 산책로를 지나온 길은 북망산 정상 표지판을 따라 산길을 접어든다. 멀리서 볼 때 산 정상부근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산으로 향하는 모양이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오르막길은 늘 부담이다. 그렇지만, 상쾌한 숲 향기를 맡으며 오르막 길의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호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르막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지만 북망산은 80여 미터의 높이를 쉼 없이 올라갔다가 다시 쭉 내려오는 크지 않은 산이기는 하다.
북망산 정상에 오르니 뜻밖의 광경을 만날 수 있었다. 북망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었다. 우리가 산아래에서 본 것은 본격적인 이륙 전에 바람을 확인하는 정도였나 보다. 일련의 사람들이 산 정상에 앉아서 자신들의 글라이더를 메고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기도 했고 사람들의 시선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북망산 정상의 전망은 막힌 것이 없으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서쪽으로는 선재도와 영흥도, 우리가 걸어온 돈지섬과 구봉도 입구가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바다건너 멀리 무의도와 송도의 마천루들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숲 사이로 들어오는 감미로운 봄 햇살을 만끽하며 바로 하산길에 접어든다. 정상부에 사람들이 많으니 잠시 앉아서 풍경을 감상할 겨를이 없다. 정상부 바로 아래에 숲 속 쉼터가 있어서 쾌적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여행부터는 작은 돗자리를 하나 가지고 다니기로 했는데, 옆지기가 준비한 돗자리 덕분에 숲 속 벤치가 조금 깔끔하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이 편안하게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본격적인 북망산 하산길에서는 숲 사이로 시화호 간척지에 자리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산을 내려온 길은 마을길을 통해서 방아머리경로당 방향으로 움직인다. 회전전망대를 보니 서울 남산 타워의 회전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던 추억이 어른거린다.
마을길을 걸어내려 가는데 울타리에 피어난 화려한 장미가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찰스톤 장미라고 한다. 두 가지의 색깔이 절묘하게 섞여서 정말 화려하다.
잎은 싱싱하게 푸르고 장미꽃은 화려한 그야말로 장미의 계절이 한창이다. 찰스톤 장미 옆에서 분홍빛 장미도 나름의 매력을 뽐낸다.
마을길을 지나는데 동네에 사시는 아주머니 두 분이 어디로 가냐며 말을 건네신다. 아마도 우리가 길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내고 물으시더니 안산 방향이라면 지금 공사 중이라서 길이 막혀서 갈 수 없다고 하신다. 그분들의 말을 믿고 고개를 넘어서 해안길을 가는 원래의 길 대신에 대부황금로 도로로 나가서 방아머리 해변 인근에서 원래의 길과 합류하기로 했다.
대부황금로 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길 건너 동쪽으로는 시화호 간척지에 조성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도 함께한다.
서위로 가는 길 표지가 등장했는데 바로 원래의 서해랑길이 마을 고개를 넘어서 가는 해변의 이름이다. 그런데, 도로변을 걷다 보니 어린 시절 감성을 자극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삐에로의 옷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파란색 줄무늬 천막이 있는 동춘서커스단이 이곳에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창설되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하던 동춘서커스단은 지금은 이곳에서 상설 공연을 한다고 한다.
동춘서커스를 지난 길은 서위 해변에서 나온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방아머리 해변으로 향한다.
방아머리 해변으로 들어서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전국 어느 해수욕장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광활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끝없이 이어지는 갯벌에는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개 캐기에 여념이 없다. 전철 타면 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이러한 해변이 있다는 것에 감탄사 연발이다.
옛날에는 방아머리섬이 있던 곳으로 섬에서 염전을 만드는 과정에 방아머리섬이 대부도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곳은 자연스럽게 생긴 모래 해변은 아니다. 시화방조제 건설 이후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모래해변이라고 한다.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모래를 쏟아붓고 있고, 모래 유실 방지 시설도 설치하고 있다.
인공 해변이라도 많은 시민들이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예산 투입의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4호선 전철 타고 시내버스 한번 타면 올 수 있는 해수욕장이 있었다니....... 이곳은 텐트는 칠 수 없고 자유롭게 조개 캐기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그저 밝기만 하다.
넓은 모래 해변에 한번 놀라고, 갯벌 멀리까지 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 한번 놀라고, 수도권에서 이렇게 고운 모래 해변에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에 한번 놀라며 해변을 빠져나간다.
해변을 빠져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화장실과 발 씻는 곳이 마련되어 있기는 해도 좀 더 넉넉하게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솔숲길을 지나 대부도 관광 안내소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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