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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92코스는 경기도 안산시에 속한 대부도를 떠나서 시화 방조제를 통해 경기도 시흥시로 들어가 시흥 오이도 박물관과 오이도 기념공원, 오이도항을 차례로 지나서 한울공원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단순한 길이다.

 

대부도 관광 안내소를 뒤로하고 시화 방조제로 걸음을 옮기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수원역에서 수인선 전철을 타고 오이도까지 이동할 때까지는 여유로운 길이었는데 오이도에서 방아머리 해변까지 오는 시내버스가 만원이라 조금은 힘든 길이었다. 때마침 화성뱃놀이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2025년 5월의 마지막날, 길거리는 이른 아침부터 조기 대선으로 시끌시끌하지만 봄의 끝자락에서 아카시 나무의 꽃 향기가 오늘 여정의 시작을 향기로 분위기를 끌어올려준다. 

 

아카시 나무의 꽃향기와 함께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나무의 이름과는 달리 하얀 꽃도 예쁘고 향기도 뛰어난 쥐똥나무이다.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향기를 내뿜는 쥐똥나무는 꿀의 맛도 좋은 대표적인 밀원식물의 하나로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서 윙윙거리며 꿀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도로변 아카시와 쥐똥나무의 향기를 뒤로하고 이어가는 길, 이제는 콘크리트와 함께 해야 한다. 방아머리항 앞쪽으로 "해양환경 폭로시험장"이라는 처음 보는 문구가 적힌 시설이 있었다. 알고 보니 교각과 같은 해양 구조물이 자연조건에 견디는 성질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폭로"라는 단어가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드러내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비나 바람에 노출되어 바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대형 해양 구조물들의 견디는 정도를 미리 측정하여 상당한 금액의 예산 절감과 안전성 확보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배수 갑문 옆의 시화교를 지나면서 시화 방조제로 들어선다.

 

멀리 동쪽으로 보이는 시화나래조력공원의 전망대를 보면서 시화 방조제 걷기를 시작한다.

 

방조제 바깥으로는 서해 바다가, 안쪽으로는 시화호 위로 영흥 화력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탑이 아침 풍경으로 다가온다. 시화호는 시흥시와 화성시를 연결한다는 의미로 이름이 붙여졌는데, 1980년대 초의 중동 건설 경기 침체를 계기로 방조제가 건설되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화성과 탄도, 불도, 선감도, 대부도를 잇는 방조제가 1988년에 먼저 완공되었고 오이도와 대부도를 연결하는 주 방조제는 1994년에 완공되었다. 시화 방조제 완공 이후 원래의 계획처럼 시화호는 담수화를 진행했지만, 수질 악화로 결국 담수화를 포기하고 1997년부터 해수를 유입하기 시작했다. 배수 갑문을 열어서 해수 유통을 시작했지만 그 양이 적어서 시화호 전체의 수질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2011년 제2의 배수 갑문 겸 조력 발전소를 설치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 조력 발전소는 웬만한 수력 발전소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 발전소이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시간, 시화 방조제에는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때는 "죽음의 호수"였던 곳인데 지금은 시민들에게 좋은 공간이 되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길은 시화 나래 휴게소로 진입한다.

 

달 전망대와 시화 방조제 건설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지나서 시화 나래 조력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시화나래조력공원 해변에서 바라본 시화방조제와 대부도가 아득해 보인다.

 

매점에서 새우깡을 사들고 있던 남자분을 보았는데, 사람이 먹기보다는 갈매기 먹이였던 모양이다. 갈매기와 섞여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저 평화롭다.

 

공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적지 않은 곳이었지만, 잘 관리하고 있는 공원 덕분에 정자에 앉아서 이른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바다로는 인천 신항이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다.

 

길은 달 전망대 앞을 지나서 조력 발전소 위를 지난다. 밀물과 썰물이 달의 인력에 의해 생기는 것이고 조력 발전소는 그 조차를 이용해서 발전을 하는 것이니 전망대의 이름이 달 전망대인 것도 공감이 된다.

 

조력 발전소를 지난 길은 시화 방조제 길을 따라가며 경기도 시흥시로 진입한다. 가로등 날개가 군데군데 성치 못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시화 방조제 중간 선착장을 지나는 길, 바다 건너편 인천 신항이 더욱 가까워졌다. 옆지기가 선착장 앞의 매점에서 커피와 간식거리를 구입해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301번 지방도로 수많은 자동차가 달리는 와중에 바다에 줄로 묶어 놓은 작은 어선들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방조제에서 어선까지 건너갈 수 있도록 작은 스티로폼 배를 매달아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화 방조제를 걸으며 바다를 건너온 길은 거북섬으로 가는 교차로를 지나서 오이도로 향한다. 텔레비전에서 인공파도를 타는 서핑 대회를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거북섬이 그 서핑 대회가 열렸던 웨이브파크가 위치한 곳이다. 최근 대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주목을 받았던 섬이기도 하다.

 

물이 빠지고 있는 해변가에서는 드러난 모래톱에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잡느라 여념이 없다. 방조제 끝자락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시화방조제 끝자락, 눈앞으로 시흥 오이도 박물관과 오이 고가교가 보인다. 물 빠진 갯벌 너머로 오이도의 모습이 살짝 들어온다.

 

시흥 오이도 박물관은 외관만큼이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어린아이들을 데려온 젊은 부모님들의 표정이 밝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박물관 앞 벤치에 앉아서 우리가 걸어온 방조제를 바라본다. 떠나온 출발지는 아득해서 보이지 않지만 여행은 감성은 충만하다.

 

박물관을 떠나서 포토존 사이로 보이는 오이도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오이도 박물관은 버스 정류장에서 박물관으로 넘어가는 육교도 범상치 않다.

 

길은 깔끔한 데크길을 통해서 오이도 해수욕장을 지난다. 물이 빠져서 갯벌이 주인공이지만 엄연히 모래사장이 있는 작은 해수욕장이다. 사람들이 들뜬 마음으로 찾는 해변이라면 아무리 작아도 해수욕장이라 불러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의 아카시 꽃들은 벌써 지고 있다. 하얀 꽃들을 밟으며 지나는 길의 느낌도 특이하다.

 

오이도 해수욕장을 지난 길은 오이도해양단지를 바로 앞에 두고 오이산 자락의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가야 한다.

 

산을 잘라낸 절개지를 보면서 오르는 언덕길이 반갑지는 않지만 짧은 오르막길을 오르면 시야가 트인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언덕 위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은 남쪽으로는 오이도 박물관과 거북섬 방향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제방길을 따라 이어진 오이도 해양 단지의 그림이다.

 

오이도는 초입부터 다양한 식당과 카페,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제방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시비에 눈길이 간다. 배철수의 활주로가 부른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노래로만 알고 있었는데, 진달래꽃의 민족 시인, 김소월의 시였다. 한동안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시를 옮기며 잠시 감상해 본다.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帝釋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

 

제방길은 함상 공원이 있는 오아시스 시흥 오이도 문화 복합 공간을 지나 서쪽 끝으로 향한다. 

 

오이도 제방 서쪽 끝에 도착한 길은 방향을 돌려서 북쪽으로 제방길을 이어간다. 멀리 오이도항의 빨간 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이도항 앞 갯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갯벌 체험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송도의 마천루들이 스카이라인을 장식한다. 4호선 지하철 종점에서 닿을 수 있는 해변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바로 그 해변에서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제방길은 오이도항의 명물 오이도 빨강등대와 오이도 전통 수산 시장을 지나 북쪽으로 계속 길을 이어간다. 주말을 맞아서 차도 많고 사람도 엄청나다. 오이도 빨강등대는 등대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관광용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북쪽으로 이동하던 제방길은 생명의 나무 전망대를 지나면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한다.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싶다는 옆지기의 바람에 따라 제방길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며 잠시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보리밥과 열무김치를 주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보리밥을 주는 것이 나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쪽으로 제방길을 걷고 있는 서해랑길은 배다리 선착장을 지나서 멀리 보이는 덕섬으로 향한다. 깔끔한 자전거길과 보행로가 잘 마련된 길이다. 우측으로는 작은 공원 지대 너머로 오이도 스틸 랜드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오이도 방조제 끝자락의 덕섬을 지나며 길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서 배곧동으로 넘어간다.

 

덕섬을 지나 배곧동으로 들어온 길은 좌회전하여 도로변을 벗어나 한울공원 안으로 진입한다. 고급스러운 조경이 인상적인 공원이다. 아파트 가격이 5억이 넘는 동네이다 보니 공원도 잘해놓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책로를 따라서 시흥 배곧 한울공원을 가로지르며 북서쪽으로 이동한다. 공원 초입에는 반려견 놀이터도 있었다. 변해가는 세상 문화가 개인적으로는 딱히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로봇이 창의성을 가지고 살다가 사람과 사랑을 하고 결국은 인간으로 인정을 받고 죽는다는 바이센테니얼맨이라는 영화의 이야기가 그냥 소설로 그칠 상황이 아니라는 현실감에 미래가 막막해 보이기도 한다.

 

서해랑길 92코스는 배곧 한울공원의 해변으로 나가면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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