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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두천 제방길을 지나온 길은 금굴산(151m) 허리를 가르는 임도를 통해서 산을 넘고 삭선리 생태 공원에 닿는다. 공원 이후로 수로를 지나면서 태안읍 삭선리에서 산후리로 넘어가며 간척지 논길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한다. 산 아래 농로와 간척지 들판을 걸으며 다시 산후리에서 어은리로 넘어가고 어은리에서는 북쪽으로 이동하여 해변 제방길로 향한다.
금굴산 임도 초입의 리조트를 지나 본격적으로 임도 걷기를 시작한다. 금굴산의 나무들이 커서 숲이 깊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숲 속의 좁은 임도가 조금은 생경스럽지만 걷기에는 좋다. 인근에 리조트도 있고 사찰도 있는 까닭이 아닌가 싶다.
점점 더 짙어지는 가을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나무들과 높은 가을 하늘을 즐기며 길을 이어간다.
길을 걸으며 방향이 애매할 때, 가끔씩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의외로 송전탑이다. 멀리 산중에 서 있는 송전탑을 보니 금굴산 산허리 임도를 통해서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길은 송전탑 방향으로 계속 이동한다.
갈림길을 만나면 용주사라는 사찰 표식을 따라서 우회전한다.
깊은 숲길 사이를 지나온 임도는 용주사 사찰 아래까지만 이어지고 이후로는 산길이다.
길은 사찰로 들어가지 않고 끝자락에서 솔향기길 5코스 표식을 따라서 숲길로 진입한다. 다행인 것은 숲길은 오르막길이 아니라 생태 공원까지 내리막길이다. 금굴산 정상을 가는 표식을 지나쳐 산을 내려간다.
나무 숲 사이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아쉬울 정도로 숲이 깊다.
산을 내려오는 길은 고도 60여 미터를 내려오는 길이므로 길지 않다. 금세 생태 공원 인근에 닿는다.
산을 내려오면 끝자락에서 삭선리 생태 공원으로 들어간다. 공원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외진 곳의 공원임에도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여러분 있었다.
공원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수로를 건너서 둑방길을 따라 잠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수로를 건너며 태안읍 삭선리에서 산후리로 넘어간다. 둑방길바닥에도 솔향기길 표식이 있었다. 솔향기길 5코스에 해당한다.
태안 해변길을 걸으며 함께했던 솔향기길과도 이젠 안녕이다. 솔향기길 5코스는 둑방길을 남쪽으로 계속 걸어서 백화산으로 향하고 서해랑길은 좌회전하여 둑방길을 벗어나 논길을 가로질러 서산시 방향으로 이동한다.
예전에는 섬이었을 공간은 간척으로 육지화되고 바닷물이 들어왔을 공간은 산아래 농로가 되어 걸어서 이 길을 가도록 해주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 섬에 고급 전원주택 단지도 들어서 있었다.
11월 초인데 아직 벼를 베지 않은 논을 보니 오히려 반갑다. 황금색을 지나 희어져 가고 있다. 뭉게뭉게 가을 하늘을 수놓은 구름들도 아름답다.
산 아래의 간척지 논길을 걸어온 길을 산후리와 어은리 사이의 수로를 따라 이동한다.
수로를 건너면서 길은 태안읍 산후리에서 어은리로 넘어간다.
어은리로 들어온 길은 구불구불 이어진 구릉지 마을길을 따라 태안과 서산을 잇는 진벌로 큰길로 나간다. 남쪽으로 내려가니 가로림만 바다도 상당히 멀어진 느낌이다.
어은리 마을길에서 만난 가을의 은행나무를 보니 암수 구별이 확연하다. 암수딴그루인 은행나무는 암나무만 열매를 맺는다. 육안으로도 암나무는 은행 열매의 무게 때문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고 수나무는 위풍당당 가지가 모두 하늘을 향하고 있다. 암나무가 애처로워 보기기까지 한다. 열매를 주니 사람 입장에서는 암나무가 가치 있고 고마운 존재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가로수를 검토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은행 열매가 없는 수나무를 선호해서 1년생 나뭇잎을 DNA 분석해서 수나무만 골라서 심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세상은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어은리 들판에서는 생강 수확이 한창이었다. 작업 광경을 살펴보니 생강 수확도 사람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젊은 남성이 쇠스랑으로 생강을 캐면 뒤에서는 흙을 털고 줄기를 잘라내어 자루에 담는 완전 수작업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로 보였는데 이들이 없으면 과연 우리의 농촌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강 줄기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를 맡으면 마을길을 빠져나간다.
길은 어은 2리, 감절 마을 정류장을 끼고 돌아서 진벌로 큰 도로로 나간다. 서해랑길 표식에 마애 삼존불 입상 안내가 있기는 한데 서해랑길 75코스 구간에서는 만날 수 없고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은 솔향기길 5코스가 가는 백화산으로 가야 한다.
길은 진벌로 도로의 갓길을 걷다가 어은 2리 마을 회관 방면으로 좌회전하면서 해안선을 향해 북쪽으로 이동한다.
삭선리 생태 공원 이후로 쉬지 않고 걸어온 우리는 마을 입구에 있는 쉼터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마을 앞 수로를 건너서 길을 이어간다. 마을 입구의 커다란 나무 아래 쉼터는 정자가 없기는 하지만 나그네의 발걸음을 쉬어 갈 수 있게 배려한 좋은 공간이었다. 사실 걷기 코스에서 비가림 지붕이 있는 정자가 아니더라도 간단히 앉을자리만 있어도 너무 고맙다.
어은 2리 마을 회관 앞을 지난 길은 논길을 가로질러 구릉지 지역으로 들어간다.
작은 야산으로 이루어진 구릉지 지역의 마을길을 걸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구릉지는 대부분 나무 숲 아니면 밭인데, 어은리 지역은 나무숲이 많이 보존되고 있는 모습이다.
구릉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마을길 걷기가 한동안 이어진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의 구릉지를 걷는 느낌이다.
길이 어은리 끝자락에 이르면 우회전하여 해안선으로 내려간다.
언덕 위에서는 들판 너머로 서산의 팔봉산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언덕을 내려가면 바로 해안선 방향으로 유턴하여 어은리와 도내리 사이의 간척지를 만든 방조제로 향한다.
어은리와 도내리 사이를 이어주는 방조제에 도착했다. 오전만 해도 가로림만 바다는 온통 갯벌 투성이었는데 오후 시간이 되니 어느새 물이 이곳까지 들어왔다. 가로림만 끝자락인 이곳까지 바닷물이 가득 들어오니 가로림만 바다가 새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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