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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2차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여정의 시작은 다안 삼림 공원(大安森林公園)이다. 북쪽으로 두서너 블록을 올라가면 여기보다는 훨씬 작지만 다안 공원이라는 곳도 있어서 다안 삼림 공원이라 구별해서 부르는 모양이다. 지난 여행 때도 방문했던 곳인데 다시 와도 좋다. 이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멀리 101 타워도 시야에 들어온다. 도심에 있는 아주 큰 공원으로 타이베이의 센트럴파크라 불릴만한 곳이다.

 

원래는 숙소 근처의 스키야에서 조식을 먹고 여정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앉을자리가 없어서 포장해 왔다. 다안 삼림 공원 벤치에 앉아서 공원 풍경을 보며 아침 식사하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대만의 1월도 쌀쌀할 수 있다는 것이 약간의 문제였지만 춥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소고기 덮밥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여정을 시작한다.

 

공원은 아침부터 산책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조금 쌀쌀하다고 강아지에게 옷을 입히고 완전무장 상태로 걷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팔, 반바지로 운동하는 청년들도 수두룩하다.

 

이곳의 청설모는 겁이 없다. 지난번 여행에서 아들이 청설모가 가끔은 사람도 공격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 비슷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산책하는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은커녕 비키지도 않고 똑바로 서서 대드는 모양새다. 심지어 벤치에 조용히 앉아서 핸드폰을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 사람의 물건을 만지려고 하는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산책하며 청설모를 만날 때면 귀엽다, 반갑다 했었는데 이제는 경계의 대상이 될 것 같다.

 

삼림 공원이라는 이름답게 넓은 공간에 크고 작은 연못과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에는 군 배후 시설로 전후에는 기숙사와 도서관 부지등으로 이용되다가 1985년부터 공원화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쌀쌀한 1월이지만 하얀 꽃이 청초하게 피었다. 꽃생강이다.

 

연못가에서는 쇠물닭 한 마리가 먹이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다안 삼림 공원에는 다양한 새들이 많아서 새를 탐조하러 나오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연못가 관목 숲에서 보랏빛의 작은 꽃들이 가지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공원을 걷다고 바닥에 꽃잎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이게 뭔가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나무에 꽃이 한창이다. 마치 우리나라 봄에 벚꽃이 지는 것처럼 이곳저곳에 보라색의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잎은 심장 모양이고 꽃이 화려한 보히니아(Bauhinia), 자형화이다. 홍콩 오키드 나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홍콩을 대표하는 나무로 동전에도 국기에도 들어가 있는 꽃이기도 하다.

누군가 땅에 떨어진 보히니아 꽃으로 바닥에 예쁜 그림을 하나 만들고 갔다. 훌륭하다!

 

공원 끝자락에는 짚으로 만든 포토존도 만들어 놓았다. 농업 부산물을 활용하는 순환 경제 차원에서 마련한 공간이라고 한다.

 

다안 삼림 공원을 빠져는 길에도 화려한 꽃들이 우리는 환송해 준다. 1월에도 노지에서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이 꽃길은 주말 꽃시장으로 이어진다.

 

관목들에 피어난 하얀 꽃들을 보면 완연한 봄기운이다. 우리의 여행 이후 이기는 하지만  2월에 이곳에 닥친 북극 한파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상상이 되질 않는다. 물론 북극 한파로 많은 희생자가 있었다고 하지만 최저 온도는 영상 5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사람이 문제이지 식물들은 견딜만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안 삼림 공원을 지나온 우리는 길을 건너서 공원 바로 옆에 있는 주말 공예 시장을 들어간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이제 막 매대를 준비하는 곳도 있었다. 쇼핑보다는 눈팅으로 한 바퀴 둘러본다.

 

주말 공예 시장보다는 길건너에 있는 주말 꽃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의 양재동 꽃시장과 비슷하면서도 이곳 만의 독특함이 있는 곳이다.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다가 주말에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꽃시장이 열릴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눈과 코가 호강하는 시간 사계귤나무도 가져다 키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행자의 신분이라 한계가 있다. 강렬하고 진한 귤 꽃 향기의 추억이 코를 실룩거리게 한다. 춘절을 앞두고 봄꽃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화분에 놓을 작은 소품들도 마음을 빼앗아 간다. 이런 장소가 한국에 있었다면 충동구매로 이미 내손에는 물건을 담은 봉지들이 한가득이지 않았을까 싶다.

 

꽃시장 중간에는 강아지를 분양하는 곳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따스한 음료를 파는 곳도 있었는데 커피가 아니라 대추차와 생강차를 파는 곳이었고 흑당이 들어간 생강차를 사 먹었다. 생강차(薑母茶) 한자를 알았던 덕택이다. 타이베이 식물원에서 수많은 생강들을 만났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주 진하지 않으면서도 생강의 약간 매운맛이 있는 훌륭한 차를 1천 원이 되지 않는 금액에 먹을 수 있었으니 좋은 선택이었다.

 

향긋한 꽃냄새 맡으며 화려한 색깔의 꽃 사이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걸어간다.

 

눈과 코가 호강했던 주말 꽃 시장 끝에 이르면 다시 길을 건너서 주말 옥시장으로 들어간다. 이곳도 조금 이른 시간인지 이제 막 매대를 정리하고 있는 상인들이 많았다. 그래도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곳에서 뭔가를 구입하겠다는 생각이 있던 옆지기가 물건을 고르기에는 충분한 매대가 있었다. 쇼핑하는 마누라님 근처에서 지갑을 준비하고 조용히 숨죽이며 마누라님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여느 남편의 자세를 갖추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한참을 서 있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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