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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만 여행의 삼일째 날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예류 지질 공원에서 남쪽으로 걸어 내려온 해안 산책길은 외목산 전망대를 지나면서 끝이 나고 지룽시 시내 구간으로 진입한다. 정면으로 거대한 석유 제품 보관 시설이 해안선을 가로막고 있다. 도로를 따라서 내륙으로 들어간다. 이곳에도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자주 있는 것이 아니어서 버스가 많은 중산 고등학교까지 시내 구간을 1.5Km 정도 걸어갈 예정이다.

 

무섭게 휘몰아치던 바다와 세찬 바람과도 이제 안녕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발전소의 굴뚝을 보니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해파랑길을 걸을 때 만났던 동해의 원자력 발전소를 만났던 추억이 떠오른다. 멀리 보이는 지룽섬을 뒤로하고 내륙으로 들어간다.

 

거대한 석유 보관 탱크 앞을 지나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 언덕길에 들어서니 외목산항 주위로 들어선 어촌 마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저장 시설을 대부분 민가가 없는 곳에 들어서기 마련인데, 이곳은 산업 시설과 어촌 마을이 하나로 섞여 있다.

 

해안에서 중산 고등학교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언덕길을 넘어가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대만 군부대의 모습도 살짝 볼 수 있었다.

 

군부대 근처를 지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철조망을 만나지만 부대 앞의 풍경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 군부대 앞은 "일단정지"를 비롯한 군대 언어가 적혀 있다면 이곳에서는 "내가 지킨다(由我守護)" 정도이다.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징병제 국가이다. 기간이 짧아서 1년을 복무했는데 이마저도 2018년 폐지하여 4개월 복무로 바꾸었다가 2024년 다시 1년 복무로 부활시켰다고 한다. 대만도 인구 감소로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중산 고등학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지룽 시내로 이동한다. 이곳은 그나마 버스가 많은 곳이다.

 

시내버스에서 바라본 지룽의 도시 풍경은 한국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고급 고층 아파트를 보니 지룽이 작은 어촌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지룽은 대만 남부의 가오슝과 비견하는 대만 제2의 무역항을 가진 도시이다. 인구는 약 37만 명으로 우리나라 충남 아산시와 비슷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지룽시내로 나온 우리는 미리 정보를 알아둔 돼지갈비밥으로 유명한 로컬 맛집을(天天鮮排骨飯) 찾아갔다. 시장 골목을 잘 찾아 들어가야 한다.

 

메뉴 주문하라고 종이를 주었지만 돼지갈비밥 먹으러 왔으니 돼지갈비밥(排骨飯) 두 개를 시켰다.

 

절임 채소와 밥을 비벼 먹으면서 돼지갈비와 계란 프라이, 국물까지 먹을만했다. 지난번 여행 때 지룽에 와서 무엇을 먹을까 찾다가 고생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초고속 주문에 훌륭하고 넉넉한 식사였다.

 

식사를 하고 지룽항으로 나오니 거대한 크루즈선과 항구 주변의 마천루가 항구를 화려하게 밝힌다. 지룽항으로 들어오는 크루즈에는 싱가포르를 출발하여 베트남 깜라인을 거쳐 들어오는 배도 있고 세계 일주를 하는 크루즈도 있고 홍콩, 한국, 일본에서 오는 배들도 있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세계일주 크루즈는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보통 3개월에서 4개월이 걸리고 비용은 싼 것이 1인당 최소 1천5백만 원 이상이었다. 과연......

 

여정을 모두 끝내고 지룽역으로 향하는 길, 우리가 걷는 중에는 꾹꾹 참았던 하늘이 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걷는 중에 내리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지룽역에서 일반 열차를 타고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이동한다.

 

조금 이른 저녁 시간에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온 우리는 대만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는 아까우니 계획에 없던 닝샤 야시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부담 없는 야시장이기도 하다.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가게가 수두룩한 야시장이다.

 

초등학교 문방구 앞에 있을 법한 게임도 있고 야시장은 흥미로운 곳이다. 우리는 달콤한 석과를 사 먹었는데 정말로 달콤했다. 석과를 마트나 일반 시장에서도 팔기는 하는데 여행 와서 잘 후숙 된 석과를 맛보려면 야시장에 와서 먹는 것이 딱이다. 씨앗을 가져가서 심어볼까? 하는 충동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다양한 먹거리가 풍성하게 펼쳐진 시장에서 옆지기나 필자나 모두 구매욕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마도 지룽에서 먹은 돼지갈비밥이 넉넉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저 눈으로만 야시장을 즐긴다.

 

지룽에서는 그렇게 비가 내리더니 타이베이 시내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다. 여정 내내 흐리기는 했지만 비 때문에 고생하거나 여행이 힘들지 않아서 참 좋았다. 이렇게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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