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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류(野柳) 지질 공원을 다녀와 편의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는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마치 우리나라의 해파랑길을 걷는 느낌을 받는 곳이다. 

 

관광지에서의 북적임을 뒤로하고 해안선으로 나가는 길, 한 식당 앞에 있는 수조의 수산물이 조금 특이하다. 예류 게(Yehliu crab), 완리 게(Wanli crab)라고 부르는 이 지역에서 잡히는 세 종류의 게가 있다고 한다.

 

이 지역 특산 게 중의 하나인 십자가 게(Crucifix crabs). 등 껍질의 특이한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특산품인 세 점 게(Three-spotted crabs)도 특이한 모양을 가졌다.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이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이라 하니 더욱 눈길이 간다. 집게발을 노끈으로 하나씩 묶어 놓았다.

 

동아오로(東澳路)를 따라서 동쪽으로 걸으며 예류 공원 지역을 빠져나간다. 도로를 따라서 인도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걷기에 나쁘지 않다. 자전거길 표식도 있다.

 

동아오항(東澳漁港)을 지나는 길, 마을 뒤를 감싸고 있는 산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예류 지질 공원과 비슷한 암석인지 깎아지른 절벽으로 드러난 속살이 범상치 않다. 이 지역은 신베이시 완리구에 해당한다.

 

길 옆 벤치 뒤에 걸어놓은 아이들의 그림에도 세 점 게, 십자가 게와 같은 완리 게가 등장한다. 특별한 만큼 자신의 고장에 대한 애착심을 갖게 하는 그러한 특산물이 아닌가 싶다.

 

관광객들은 예류 지질 공원의 여왕 머리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그냥 돌아가지만 해안선을 걸으니 이 동네 지형 전체가 예술 작품 같다.

 

북쪽으로는 동아오항(東澳漁港) 뒤로 바다로 길게 뻗어 나간 예류 반도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온다.

 

거대한 암석을 보니 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타제석기, 뗀석기가 연상된다. 자연이 깎아낸 독특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암이 침식과 풍화에 의해 깎이면서 어떤 부분은 매끄럽고 어떤 부분은 날카로운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떤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특이한 지형이다. 예류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낙타 혹 바위(萬里駱駝峰, Camel’s Hump Rock)라는 이름이 붙은 바위이다.

 

낙타 혹 바위를 지난 길은 해안로를 따라서 남서쪽으로 이동한다. 좌측으로 멀리 지룽섬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만리해변을 보면서 걷는다.

 

세찬 바람과 파도와 함께 남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지룽섬도 긴 모래 해변을 가진 만리해변도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귀호우 일출정(龜吼日出亭)이라는 정자를 지나는데 근처를 여행한다면 이곳에서 태평양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일출 풍경에 한몫할 것 같은 지룽섬에 대한 안내도 있다. 화산섬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이곳 공원에도 완리 게가  주인공인 모양이다.

 

길은 귀호우항(龜吼漁港)으로 이어진다. 주기적으로 어항을 지나다 보니 지금 우리가 동해안의 해파랑길을 걷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포구마다 있는 해양경찰의 파출소처럼 이곳에도 비슷한 사무소가 있다. 

 

우리나라의 어민 시장처럼 이곳에도 어민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시장이 있었는데, 편의점에서 점심을 워낙 넉넉하게 먹은 까닭인지 온갖 호객 소리가 귀를 튕겨 나간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광객들이 많아 보였다.

 

귀호우 수산 시장을 뒤로하고 마을을 서둘러 빠져 나간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왠지 정이 붙지 않는다. 정면으로 순천궁(漁澳順天宮)이라는 사찰도 지나간다.

 

귀호우항을 지난 길은 만리 해변을 향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우리나라 충남 태안의 만리포가 연상되는 이름이다. 해변으로 깔끔하게 조성된 산책로는 멀리 보이는 그린 베이 리조트 호텔 앞으로 이어진다.

 

상당히 큰 규모의 리조트인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단순히 날이 흐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건물들이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어서 폐허처럼 보였다.

 

리조트를 지나 진입한 곳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을씨년스럽다. 푸트로 하우스(Futuro House)라는 이름의 단지인데 수밍이라는 사람이 1980년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방치된 지 상당히 오래되어 보인다. 화려한 관광지의 이면에 있는 특이한 모습을 만난다.

 

우리나라의 만리포 해수욕장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다. 이곳은 그냥 방치된 해안에서 몇몇 캠핑족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서 더욱 휑한 느낌의 만리 해변을 옆지기와 둘이서 길을 개척하듯 조용히 나아간다. 푹푹 빠지는 모래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활처럼 길게 휘어진 만리 해변은 포항의 도구 해변을 연상시킨다.

 

만리해수욕장은 거대한 규모의 리조트가 해안을 장악하고 있었다.

 

리조트 앞의 모래턱을 힘겹게 오르니 해양 폐기물로 만든 조형물들이 외롭게 해변을 지키고 있다. 해수욕장을 벗어나 도로로 진입한다.

 

해양 쓰레기에 그려놓은 익살스러운 그림에 잠시 미소를 짓고는 2번 국도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앵그리버드도 반갑다. 마수천(masu creek)을 건넌다.

 

길건너로는 상당한 규모의 공원묘지(萬里區第一公墓)가 자리하고 있었다. 땅이 크지 않은 나라에서 저렇게 묘지가 크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저런 모습도 옛날이야기인지 대만은 현재 화장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길은 어느덧 만리항에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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