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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다이내믹했던 황금 폭포 트레킹을 마치고 이제 인양하이 해변으로 나간다. 이 근처로 다양한 산행 경로가 있다 보니 우리가 걸을 때는 전혀 만나보지 못했던 산행족도 만날 수 있었다. 황금 폭포를 내려온 물은 세찬 물줄기로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데 하천 전체가 노랗다. 예전에 톡 쏘는 탄산과 철분 맛이 독특한 설악산 오색약수터 인근 하천이 철분으로 색이 달랐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곳에 비할바가 아니다. 황금 하천이라고 이름 붙여도 누구 하나 시비걸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다리를 통해 계곡을 건너는데 색이 장난이 아니다. 황금 계곡이라고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다. 황금 계곡의 그림을 동영상으로 남겨본다.
어찌 보면 평범했을 황금 폭포와 황금 계곡 걷기는 옛 카이블카 철로길을 내려오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여행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다. 맑은 물만 보면 어떻게 바위 색이 저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걸어 내려가는 길 건너편에는 일제강점기에 건설되었던 제련소 건물이 흉측하게 남아 있다. 황금을 캐다가 구리 광산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동광산의 생산 규모가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인양하이(陰陽海) 해변으로 나오면 넓은 주차장과 함께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대만 현지 여학생들이 해변에서 인증숏을 남기려고 차려입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마을은 수이난동(Shuinandong, 水湳洞) 마을이다.
해변에서 산 쪽을 바라보면 어찌 보면 잉카 유적처럼 보이는 13단계의 구조를 가진 제련소 유적지가 산을 뒤덮고 있다. 일제의 자원 수탈은 한반도만큼이나 이곳에서도 엄청난 상흔을 남기고 있다.
인양하이(陰陽海) 해변으로 내려와 바다를 보니 바다 색이 더욱 특별하다. 마치 소나기에 황토가 바닷물로 밀려들어온 모양새다.
황금 폭포 아래의 개천에서도 광물질이 섞인 물은 바위들을 황금색으로 물들였는데, 그 물은 바다로 내려와서도 테트라포드들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물색과 상관없이 바다에 고기가 있는지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보는 풍경이지만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가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은 꺼림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보면 목표 어종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수이난동(Shuinandong, 水湳洞) 정류장에서 791번 버스를 타고 지룽역으로 이동한다. 시골 한구석의 해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인데도 버스 정보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몇 분 후에 원하는 버스가 도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황금 폭포와 인양하이 해변을 뒤로하고 지룽을 향해 출발한다. 제시간에 도착한 시내버스를 타고 시원하게 뚫린 2번 국도를 달린다.
791번 시내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는 길은 푸른 하늘, 푸른 바다를 벗 삼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중간에 심천항(센아오 항, 深澳港)을 지나는데 오일 탱크가 있는 곳으로 큰 배가 한참 하역작업 중이었다. 남부 가오슝에 정유 공장을 가진 CPC 소유이다. 알고 보니 대만은 원자력 발전소도 하나 있고, 많은 양은 아니지만 원유도 천연가스도 생산하는 나라였다.
신베이시 루이팡구에서 지룽시 중정구로 진입한 버스는 아름다운 경관 다리(望海巷跨海景觀橋)를 가진 왕하이샹 항구도 지난다.
친절한 791번 버스는 버스가 정류장 별로 몇 분 후에 도착 예정인 지도 알려 주고 있었다. 대중교통을 제대로 운영하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방인이 안내판을 보면서 마음을 졸이지 않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이다. 우리나라 변두리로 가면 버스 내부에 장비가 있는데도 방송도 안내도 하지 않는 곳이 한둘이 아닌 현실을 생각하면......
지룽역에 버스를 내린 우리는 일단 지룽항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지룽항은 우리나라의 서산시의 대산항을 출발하여 이곳 대만의 지룽항, 일본 오키나와를 걸쳐 부산으로 들어오는 크루즈 상풍 광고 덕분에 귀에 익숙했던 도시 이름이기도 했다.
항구 주변으로 수변 공원이 마련되어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통영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대만 제2의 항구인 지룽항은 바다에서 내륙으로 깊게 들어와 있는 천혜의 항구로 17세기 스페인 통치 때부터 개발되기 시작했고 일제 강점기에는 수탈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항구와 해군 기지로 사용하기 위해서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다시 보아도 통영항처럼 비슷하게 생긴 지룽항을 뒤로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나섰다.
문제는 사전에 이곳 식당 정보를 찾아 놓지 못했고,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아서 식당을 고르느라 골목골목을 한참 동안 헤매고 다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엇을 먹을지 딱 결정하지 못하는 망설임이 문제였던 것 같다. 한 참 헤매다가 들어간 맥도널드는 앉을자리가 없었다. ㅠㅠ
미리 정보를 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간 로컬 식당에서 영어 안내가 없는 메뉴판을 받으니 순간 당황스러웠다. 아들은 구글 검색을 해보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주인아주머니는 빨리 주문하지 않으니 뭐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고 아들은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짜증 내고,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한자를 보고 미루어 짐작하여 메뉴를 시켰는데 나름 먹을만했다. 뭉근하게 익은 무도 나름 일품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지룽역에서 일반 기차를 타고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돌아간다. 통근 열차로 보면 딱이다. 지룽에서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가는 기차는 자주 있었다. 우리나라의 광역 전철과 비슷하지만 내부에 화장실도 있었다. 구조가 우리나라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차량 제작사가 국내 기업이라는 것에 눈길이 간다. 일반 기차도 이지카드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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