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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1차 여행 3일 차는 지우펀을 방문하고 지룽을 거쳐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타이베이에서 버스를 타면 지우펀으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중간에 있는 루이팡(瑞芳)을 들러서 가기로 했다. 루이팡은 지우펀, 스펀, 핑시 등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도시이다.

 

이른 아침의 타이베이 풍경은 시끌벅적했던 저녁의 시내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화창한 날씨와 2024년 11월 마지막날의 약간은 서늘한 공기가 상쾌함을 더해주는 아침이다. 오늘 아침도 대만 현지식이다. 용허또우장(西門町 永和豆漿)이라는 가게이다. 대만의 국민 조식이라는 또우장과 요우티아오를 먹으러 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앉아서 먹을 공간이 있었다. 두유인 또우장(豆漿)과 밀가루 반죽을 길게 튀겨낸 요우티아오(油条)가 나름 입맛에 맞았다. 요우티아오는 꽈배기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르고, 또우장도 두유 같으면서도 약간 다른 느낌이다. 두 명 합쳐서 86 NTD를 지불했다. 가벼운 아침을 저렴한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

 

지우펀으로 가는 965번 버스를 타기 위해서 베이먼(北門) 지하철역 2번 출구 앞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베이먼 정류장 인근은 철도 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역사 유적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서울의 숭례문, 동대문처럼 타이베이도 청나라 당시 타이베이성이 있었고 북문, 남문, 소남문, 동문, 서문이라는 5개의 성문을 두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성곽 대부분이 사라졌고 한다. 성문들을 복원했는데 그나마 이곳 북문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965번 버스에는 주말을 맞아 도시 외곽으로 나가는 현지인들로 가득하다. 차창 밖으로는 어제저녁 다녀왔던 타이베이 101 빌딩도 스쳐 지나간다. 대만의 1번 국도인 중산고속공로를 달린다. 타이베이 시내 구간은 고가도로를 달린다.

 

고가도로를 달리는 버스 덕분에 버스 창가로는 훌륭한 전망을 선사받는다. 대만 남부의 가오슝에서 시작한 1번 국도는 타아베이를 거쳐서 직선으로 대만 북동부의 지룽 지역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이 도로와 함께 가는 강이 있었는데 바로 지룽강이다. 지룽 지역에서 서쪽으로 구불구불 내려온 지룽강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단수이강과 합류하여 바다로 나간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출발한 지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버스는 루이팡지역으로 진입한다. 고속도로 덕분인지 25여 분 만에 루이팡(瑞芳)에 도착했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루이팡까지 우리가 타고 965번 버스는 시외버스 비슷한 느낌이었다. 고속도로를 들리기는 하지만 시내 구간에서는 정차하는 곳이 많으므로 내리려면 하차벨을 눌러야 한다. 루이팡 기차역 주변이 중심지인데 역 북쪽으로는 루이팡 옛 거리도 있다. 우리는 지룽강변의 산책길인 용천길(龍川歩道)을 걷기 위해 루이팡역 남쪽으로 내려간다.

 

강변 산책길을 찾아가는 길에 루이팡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왠지 학교가 학생들로 붐빈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가 있는지, 아니면 그냥 학교에서 놀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2004년 이후 주 5일제가 정착되다 보니 토요일에 일하거나 학교 가는 것이 이제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대만은 2001년부터 주 5일제가 법제화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만은 법제화 이전부터 기업들이 먼저 주 5일제를 실행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업들이 다름 아닌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TSMC가 들어서 있는 신주과학산업단지에 있던 기업들이라고 한다. 요즘 한창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주 5일제 예외를 두자고 난리인 기업들과 정부의 모습이 비교가 되는 것은 왜일까? 그냥 한숨만 나온다.

 

루이팡의 지룽강변에 조성된 용천길은 1Km가 조금 넘는 길지 않은 산책로이다. 대도시 외곽의 대만 중소 도시의 모습은 이렇구나 하며 조용히 걷기 좋다.

 

산책로 바로 옆 초등학교의 모습과 주거지 모습을 보며 걷다 보면 용천길 로고가 있는 놀이터를 만나고 우리는 여기에서 길을 돌려 다음 여정을 위한 길로 나섰다. 지우펀과 지룽까지 아직 남은 여정이 많다.

 

걸어왔던 용천길을 다시 돌아서 다리 인근에 있는 루이팡 푸드 코트(瑞芳美食廣場)로 향한다. 루이팡 푸드코트는 다리를 지나서 골목길을 조금 들어가면 위치해 있는데 아기 고양이가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아들이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마다 예사로 지나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대만 여행 첫날 타이베이 대종주 산행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타아베이와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도 지붕마다 스테인리스 물탱크는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이다.

 

강변에서 멀지 않은 루이팡 푸드코트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원래의 계획은 시내에서 요우티아오와 또우장으로 조식을 가볍게 먹고 루이팡 이동과 산책길 걷기가 끝나면 어느 정도 시장기가 있어서 이곳에서 뭔가를 먹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들도 나도 전혀 사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어, 한국어, 일본어까지 적어 놓은 메뉴판도 훌륭하고 깔끔해서 뭔가를 먹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직 시장기도 없고 손에 잡히는 메뉴도 없었으니 할 수 없었다.

 

루이팡 푸드코트를 돌아 나와 지우펀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길에는 꽤 큰 규모의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통 시장 분위기 딱 그것이었다. 우리나라에 없는 것이라면 생소시지와 육고기를 잘라서 파는 트럭 정육점은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시장은 루이팡역과 지룽강변 사이의 두 번째 길에서 열린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신 분들은 오토바이에 탄 채로 주문하고 결제한 다음에 건네주는 비닐봉지를 들고 사라지는 풍경도 재미있었다. 사람 사는 곳이고 기후도 우리나라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니 채소 가게에 진열된 상풍들도 낯설지 않다.

 

생선가게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생선이 나오는 바다가 다르니 당연히 진열 방식도 그 내용도 다르겠지만 아주 깔끔하고 깨끗하다는 것에 마음 확 당긴다. 루이팡에 요리할 수 있는 숙소를 잡고 이곳에서 생선을 사다가 해 먹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번에는 과일가게 이곳 또한 깔끔하다. 대만은 동남아만큼 과일이 싼 곳은 아니지만 여름에 대만에 가면 용과가 제철로 저렴하고 맛있는 용과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대만 야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고깃집. 돼지꼬리, 닭발, 족발 등 애주가라면 쉽게 유혹당할 수 있는 메뉴들을 깔끔하게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게가 숙소 인근에 있었다면 이미 한 봉지 채워져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에서 여러 군데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신선육 판매장. 얼리지 않은 생고기와 익히지 않은 생소시지를 이런 매장에 파는 것이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낯설지 않다. 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났던 푸줏간이 떠오르는데 그곳의 모습은 거의 도살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채소 매장에 붙은 가격표를 보면서 세계 어느 곳을 가든 대부분 기초적인 음식 재료들은 저렴하다는 것이 이곳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시장 끝자락은 교차로와 만나는 곳에 있는 소방서 자리였다. 이곳을 돌아 다시 루이팡역 인근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에서는 12월이면 등장하지 않을 채소 모종들을 보니 정말  반갑다. 딸기 모종도 있고 허브 모종도 있다. 활기가 넘치면서도 깨끗했던 인상적인 루이팡 시장을 뒤로하고 지우펀으로 가기 위한 시내버스를 타러 루이팡역 앞으로 이동한다.

 

인파들로 붐비는 루이팡역 광장을 보니 이곳이 여러 관광지로 가는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루이팡역에서 지우펀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자주 있고 거리도 멀지 않아 이동하기 편리하다. 그리고 요금도 시내버스 기본요금만 내면 된다.

 

시내버스를 타고 지우펀으로 향하는 길, 루이팡 제1시장을 지난다. 입구에 수박 모양을 새겨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금 전에 보았던 재래시장을 루이팡 제2시장이라고도 한다. 정식 명칭은 루이팡 중정로 야외시장(瑞芳區中正路戶外市場)이다. 버스가 루이팡 시내를 벗어나면 곧바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차창 밖으로 바다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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