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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박물관 관람을 끝낸 우리는 원래는 박물관을 다시 나가서 도로를 따라 황금 폭포로 가는 계획이었지만 지도앱을 보니 산책길을 포함하여 조금 더 짧은 경로를 통해서 황금 폭포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모험을 해보기로 한다.

 

황금 박물관 끝자락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특이하게 생긴 바위 봉우리가 있는데 이름하여 차주전자산(茶壺山, Teapot Mountain)이다. 신기할 정도로 차주전자와 닮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물관 관람을 끝내면 왔던 길을 되돌아서 나가지만 우리는 박물관 끝자락에서 이어진 산책로를 통해서 황금 폭포를 찾아 나선다. 황금박물관 내부의 전시관을 들어가지 않는 다면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주변 관람은 무료로 가능하다. 실제로 전시관에 들어갈 때만 바우처를 검사하거나 손목에 찍힌 도장을 확인한다. 황금박물관을 뒤로하고 계곡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서 산책로로 진입한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서 걷는 길 건너편 지우펀의 뒷산 공원묘지는 엄청난 개수의 묘지들로 산 전체를 덮었다. 멀리서 보면 작은 집들처럼 보이지만 모두 묘지이다. 커다란 화려함 뒤에는 늘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산책로가 끝나고 도로를 걸을 무렵부터는 권제당(勸濟堂)이라는 사찰이 이 동네의 주인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12미터의 거대한 관우상이 앉아 있는 곳이다.

 

권제당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책을 나선 사람들도 보이고 차주전자산(茶壺山)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도 지난다.

 

권제당 주차장 끝자락으로 가면 계곡과 인양하이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좋은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내려간 물 때문에 인양하이 해변 인근 바다의 바닷물 색깔이 다르다.

 

주차장 구석에서는 아저씨가 생소시지를 구워서 팔고 있었는데 맛이 훌륭했다. 버거처럼 싸주는데 빵이 아니라 밥 버거였다. 70 NTD였는데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사 먹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아무것도 거치는 것이 없는 탁 트인 태평양을 잠시 감상하다가 길을 이어간다.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산책하시는 현지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권제당 주차장에서는 임도로 향하시는 분들, 전망대로 향하시는 분들, 권제당으로 향하시는 분들 등 다양한 경로를 선택하여 산책할 수 있는 참 좋은 장소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 황금폭포를 향하여 직선으로 산을 내려가는 경로를 통해서 내려가기로 했다. 광산케이블카가 오가던 유적지의 철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이름하여 천차간유적(天車間遺址)이다. 길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 길이 과연 우리가 내려갈 수 있는 길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아주 멀리 한분이 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이곳을 통해 산을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폐허가 된 케이블카 철로를 내려가는 것은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산을 직선으로 내려가는 길이니 당연히 경사는 급했고 철로를 지지하던 침목들도 대부분이 상한 상태였다.

 

위대한 자연은 폐허가 된 케이블카 철로를 하나, 둘 천천히 자신의 영역으로 넓혀가고 있었다.

 

급한 경사의 케이블 카 철로를 거의 다 내려오면 다른 트레일의 표식도 만나고 을씨년스러운 옛 건물도 지난다.

 

이끼가 가득하고 무너진 건물을 보며 길을 걷는 것이 음습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멕시코 정글에서 발견한 마야 문명처럼 숨겨진 유적지를 통과하는 느낌도 있다. 계획에 없던 경로를 선택한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한다.

 

트레일 표식과 지도앱을 점검하며 황금 폭포를 향하여 길을 이어간다.

 

황금 폭포로 향하는 트레일은 이제 가파른 절벽길로 들어선다. 건너편 바위 산은 절벽 위에서 선 필자의 다리를 후들거리게 한다.

 

절벽 아래로는 인양하이 해변과 슈이난동 마을 그리고 황금 폭포와 황금 폭포를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인양하이 바다가 왜 저런 색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답을 주는 산의 모습이다. 식물들이 뿌리를 내지 못한 산은 벌거숭이이고 이런 산을 타고 내려간 물은 바다를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트레일은 밧줄을 붙들고 내려갈 정도로 거칠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우리는 황금폭포를 이루는 물의 원천인 상류 계곡을 건넌다. 물이 마치 땅속에 솟아 나오는 모습이다. 동영상으로 남겨 보았다.

 

 

 

 

황금폭포를 상류에서 바라보는 호사를 누린다. 강이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냇물이 흘러서 폭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치 땅에서 스며 나오는 형태로 폭포가 떨어진다.

 

폭포 아래에서 황금 폭포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에서 바라보는 것도 그렇고, 바로 옆에서 폭포를 보는 느낌도 아주 특별하다. 왠지 모를 쾌감이 있는 것 같았다. 옆에서 본 폭포의 모습을 담았다.

 

 

 

 

길이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아주 좋은 전망과 계획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특별한 경험을 하는 이 순간이 정말 좋았다.

 

트레일은 어느덧 도로와 합류한다. 도로에서 트레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트레일 경로를 알려주는 리본들이 달려 있었다.

 

도로로 내려온 우리는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도로에서 황금 폭포를 감상한다. 상류부터 폭포와 같이 산을 내려와서 그런지 왠지 동지를 만나는 것처럼 친근한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구룡폭포나 북미의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황금 폭포는 나름의 멋이 있었다. 만약 도로에서만 폭포를 보았다면 그저 그런 폭포였겠지만 폐허가 된 케이블카 철로와 폭포 상류를 가로지르는 트레일을 거쳐서 황금폭포를 만나니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황금 폭포를 떠나서 도로를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폭포를 내려온 물과 함께 길을 가는데 물에 포함된 광물질 때문인지 바위도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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