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타이베이 대종주라는 이름이니 당연히 타이베이시에 속한 지역을 걷지만 신베이시와 타이베이시의 경계를 오락가락하면 조금씩 고도를 높인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충의산(忠義山)을 지나면 다시 도로로 나오면서 궈화(國華) 골프 클럽에 이른다.

 

도로변에 세워진 타이베이 대종주의 시작점 안내판을 만난 이후에도 한참을 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일단, 시작점에 눈도장 찍고 여정을 시작한다.

 

시작점 인근의 학원공원(學園公園)에서 배낭을 잠시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대종주 걷기를 시작한다. 두꺼운 옷은 배낭에 붙들어 메고 가벼운 복장으로 시작한다. 어제 한국 출발 때는 폭설에 간신히 출발하는 상황이었지만 이곳은  11월 말의 겨울임에도 마치 화창한 봄날씨이다. 대만 여행의 베스트 시점은 11월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 시기에 태국이나 베트남에 갔더라면 더위에 헉헉 거리고 있었을 텐데 정말 좋은 날씨이다.

 

충의산 자락으로는 국립 타이베이 예술대학(國立臺北藝術大學)이 자리하고 있다. 타이베이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이다 보니 학교들이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언덕에 위치한 학교를 다니던 여학생들은 무다리가 된다고들 하지만 이곳은 버스도 모토바이도 있어서 걸어 다니는 학생들은 보기 어렵다. 캠퍼스 내부로 들어가면 물소가 풀을 뜯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나무도 많아서 산책하기 좋다고 한다. 

 

오르막 도로는 좌측으로 타이베이시 과기대학(臺北城市科技大學)을 두고 이어간다. 이곳도 캠퍼스 풍경이 좋다고 한다. 아마도 지형상 바다가 보이는 뷰를 가질 것 같다.

 

잘 정비된 길이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은 몸에 조금씩 열기를 오르게 한다. 어제 한국에서 만났던 폭설은 이미 녹아서 사라진지 오래다.

 

도로변의 인도를 걷고 있으나 주변에는 우거진 숲 덕분에 새소리가 끊임없이 귓전을 간지럽힌다. 필자는 새에 그다지 깊은 관심이 없지만 새에 관심이 많은 동행자 덕분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탐조의 기회를 갖는다. 대만 오색조(Taiwan Barbet)라고 부르는 새다. 나뭇잎과 색이 비슷해서 처음에는 새가 있는 줄도 몰랐다. 머리와 목 주위로 아름다운 색을 가진 새다.

 

여정을 시작한 꽌두역 표지판과 앞으로 올라야 할 충의산 산책길 표지판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타이베이 예술대학의 조각공원(雕塑公園, The Sculpture Park)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지만 충의산 산책길 표지를 따라서 도로변을 계속 걷는다.

 

도로변 울타리 너머로 본 대학의 강의실 모습은 마치 우리네 중고등학교 교실의  모습과 비슷하다.

 

역시 따뜻한 지역이라 11월 말이지만 녹음이 가득하다. 

 

언덕을 하나 넘으니 아파트 단지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11월을 보내는 시기에 꽃을 보다니...... 검색해 보면 코튼로즈, 미국 부용과 가장 유사하다. 왜 코튼로즈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하는 궁금증에 목화꽃을 찾아보니 아하! 하며 공감이 되었다. 아름다운 색을 가진 목화꽃이었다. 우리의 삶에 깊이 연관되어 있지만 잘 볼 수 없는 목화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본다.

 

길은 에버그린 테니스 클럽(Evergreen Tennis Club)을 지나면서 도로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클럽 입구의 부조 조각이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테니스 클럽이 위치한 곳은 능선 위라서 북서쪽으로 바다를 살짝 볼 수 있었다. 대만에서 처음 만나는 바다로 타이베이항이 있는 방향이다.

 

테니스 클럽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충의산 산행을 시작한다. 이 지역은 타이베이시 베이터우구(北投區)에 속한다.

 

산행을 시작하자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 대만임을 알려준다. 토란도 아닌 것이 검색하기도 어려운데 필자의 결론은 알로카시아 마크로리조스(Alocasia macrorrhizos)가 가장 비슷했다. 토란과 형제사이라고 한다.

 

거친 오르막길 중간에 군데군데 "公業界"라 쓰인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마도 신베이시와 타이베이시의 경계임을 표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길은 한 가문의 묘소를 가로질러 간다. 인구에 비해 땅이 넓지 않은 대만임에도 불구하고 유교 문화의 배경 때문인지 여전히 호화 분묘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곳도 대만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명당에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멀리서 나마 대만 해협을 볼수 있는 곳이다. 바로 앞 쪽은 신베이시의 단수이구(淡水區)에 해당하고 단수이 강 너머에는 타이베이항이 위치하고 있다. 대만 해협은 중국 본토와 타이완 섬 사이에 위치하여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상 교통로 중 하나이다. 저곳이 막히면 우리나라에게는 치명적이다.

 

진가(陳家) 가문의 묘소라는데 규모는 우리나라의 왕릉 수준이다. 대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성씨는 진(陳) 씨이기는 하다. 우리나라에서 김이박 성씨가 많은 것과 비슷하다. 진씨 다음으로 임(林)씨가 많다고 한다.

 

진씨 가문 묘소를 지나면 충의산 자락도 끝나간다.

 

충의산 자락 걷기가 끝나면 다시 도로와 만난다. 대규모 공원묘지를 거쳐서 올라온 도로이다.

 

충의산 숲길을 나오면 우지꾸오(吳仔厝) 정류장을 지나며 도로를 따라 걷는다. 언덕에 자리한 전원마을이 위치한 곳이다.

 

골프장 입구까지 보행로가 따로 없어서 조금은 위험한 구간이다.

 

조금은 위험한 길이기는 해도 길가에 붉게 자태를 뽐내는 말바비스쿠스라는 꽃나무로 인해 기분이 좋다. 말바비스쿠스 아르보레우스라고 멕시코가 원산지라고 한다. 현령화라고도 부른다.

 

골프장 담벼락을 지나서 골프장 입구에 가까워지니 각종 광고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길은 궈화(國華) 골프 클럽 앞을 지나서 본격적인 산행을 앞두고 있다. 위치 상으로는 타이베이시를 벗어나 살짝 신베이시에 들어온 상태다. 18홀의 골프장인데 입구에는 일본 무사 동상도 세워져 있고 일본풍이 짙은 곳이다. 골프장 관리도 일본식으로 한다고 한다. 대만은 청일전쟁 직후부터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우리나라 보다 긴 50년간의 일본 식민 지배가 있었지만 반일 감정은 작고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에 더 우호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본토에서 넘어온 국민당 세력이 대만의 주류가 되면서 원주민을 탄압한 결과라는 분석에 조금은 공감이 된다.

 

골프장을 지나서 산허리를 따라서 칭수이궁(清水宮)으로 향하는 산책로 입구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으니 높은 산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모습은 한국이나 대만이나 다를 것이 없다.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