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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대종주 1코스도 어느덧 끝을 향하고 있다. 칭수이궁(清水宮)을 지나온 길은 마의 계단길을 올라야 한다. 경사도가 높은 길을 돌계단을 밟으며 고도를 250여 미터 올리면 750여 미터의 능선에 오르고 이후로는 완만한 능선길을 통해서 1코스 종점인 얼지핑(二子坪)에 닿을 수 있다.
또 다른 등산로 입구였던 칭티엔궁(清天宮) 이후로는 계단의 연속이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계단 덕분에 오르는 길이 조금은 수월하다. 11월 말에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걷는다는 것도 좋다.
길 표식에는 일부 구간 길이 무너졌으니 조심하라는 경고판이 사진과 함께 붙어 있다. 참으로 친절한 사람들이다. 길 표지판을 보면 화살표 끝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것이 있는데 타이베이 대종주 트레일에 대한 안내이다. 갈림길처럼 헷갈리는 경우 초록색의 대종주 표식을 보면서 이동하면 된다. 얼지핑(二子坪)까지 2.5Km가 남았다고 한다.
쭉쭉 뻗은 대나무 숲도 통과한다.
나무로 세워진 타이베이 대종주 화살표 표지판도 있지만 같은 길이라도 코스가 약간씩 다른 트레일이 있어서 다른 모양의 길표지 만날 수 있다. 칭티엔궁(清天宮)에서 출발하여 면천산으로 향하는 트레일 표지이다.
삼성궁이라는 작은 사원도 지나간다.
앞선 길에서는 "니하호" 하며 인사를 건네면 "니하호"라고 대답을 해주시기는 했는데 뭔가 어색했다. 때로는 "하이"라고도 해보았지만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알고 보니 중국어 첫인사로 "니하오", "니하오마", "닌하오", "따자하오" 등 다양한 어법이 있었다. 어르신에게는 닌하오가 맞기는 하지만 그것이 문제인 것 같지는 않고 산행 중에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문화가 아니라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에는 구름이 많은 날씨였지만 지금은 숲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감미로운 느낌이 가득한 아늑한 숲길이다. 급격한 높이로 끝이 날줄 몰랐던 계단도 서서히 완만해지고 있다.
어느덧 길은 계단길 대신에 완만한 능선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참 좋다.
숲 속에는 반음지 식물인 스트로빌란테스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다람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얼지핑(二子坪) 인근에 도착하니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아마도 이분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얼지핑(二子坪)에 도착하여 급격한 계단이 적은 완만한 코스를 걷고 돌아가시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처럼 MRT꽌두역에서 올라오는 사람은 드문 모양이었다. 하긴 산행을 한다면 도로 옆이나 마을길이 아닌 좋은 숲길만 걸으면 될 일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방인 입장에서 보면 타이베이 대종주 1코스는 도시와 마을과 숲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코스이다.
조금은 쉬었다 가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냥 계속 걷기로 했다. 면천산 입구를 지나 부지런히 걸으니 어느덧 사람들의 수다 소리도 귀에서 멀어진다.
면천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지나쳐 얼지핑(二子坪)으로 향한다. 딱 1Km 남았다.
아로마 트레일(梓園, 五感體驗場) 이란 이름이 붙은 장소로 가는 갈림길도 있었는데 이곳도 그냥 지나쳤다. 명상하는 사람들에게 딱인 공간이다.
평상시에 습기가 얼마나 많은지 돌길은 이끼가 가득하여 조금은 미끄러울 정도였다. 숲이 얼마나 울창한지 실감이 나는 풍경이다.
숲이 울창하고 약간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끝없던 계단길보다는 훨씬 좋다.
돌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간다. 지나는 사람이 없어 조용히 숲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나무에 붙은 이끼들을 보니 이곳은 안개가 일상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맑은 날씨를 누리는 우리가 복이 아닌가 싶다.
코스 종점 인근인지 평탄하게 다듬어진 길이 나타난다. 드디어 오늘의 산행도 끝이 나고 있다.
대둔산(大屯山)을 정면으로 보면서 얼지핑 공원(二子坪遊憩區)으로 들어선다. 이자산(二子山)은 길 좌측에 위치하고 있다.
얼지핑 공원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지인들이 산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처럼 어렵게 산행을 하지 않아도 타이베이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타면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는 곳이니 그럴 법도 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얼지핑 방문자 센터에서 이곳 공원까지는 얼지핑 트레일이라 해서 계곡을 따라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버스를 타려면 이 길을 따라 방문자 센터까지 나가야 한다.
차가 지날 수 있는 도로와 인도가 나란히 가는 편안한 길이다. 공원에서 약 2Km를 걸어야 한다.
포장된 인도와 도로가 나란히 가기는 하는데 공원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우리는 인도를 포기하고 그냥 편하게 도로를 걷기로 했다. 차는 거의 다니지 않았다.
드디어 얼지핑 방문자 센터에 도착했다. 주차장과 함께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이다. 어젯밤 폭설과 몇 시간의 비행기 지연, 새벽에 타이베이에 도착하여 잠도 자지 않고 시작한 산행, 끝이 없던 계단길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간다. 숲길을 걸으며 이미 한국의 일은 머나먼 옛일이 되었다.
주차장에서 양명산 종점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승차했다. 평일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주말은 어떨까? 하는 상상이 들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가는 버스는 거의 곡예와 같았다. 급하고 꺾임이 심한 산길에서도 도무지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다. 미니버스를 가득 채운 승객들도 자연스러운 듯 아무런 말씀들이 없다. ㅠㅠ. 버스는 중간에 다른 산행지의 주차장을 몇 개 들러서 산을 내려갔다. 사람들이 많고 출입문도 하나밖에 없는 미니버스였지만 사람들은 탈 때 내릴 때 차례차례 이지카드를 찍었고, 모두들 순서를 기다려 주는 여유가 보기 좋았다.
산을 내려온 108번 미니버스는 양명산이 종점이고 양명산 종점에서 260번 버스를 타면 타이베이 중앙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타이베이의 대중교통은 엄지 척이다. 방송도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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