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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암포로 진입하면서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로 들어온 서해랑길은 학암포를 떠나 서쪽으로 이동한다. 태안 화력 발전소를 보면서 걷는 길이고 이 과정에서 태안 해안 국립공원의 북쪽 끝자락인 학암포 습지를 지나게 된다. 태안 해안 국립공원과 태안 해변길과도 안녕이다. 발전소로 이어지는 느르재산 자락을 넘어서 방갈리를 벗어나면 원북면 황촌리의 간척지 논길을 가로지른다. 광활한 간척지를 가로지르는 길은 원북면 황촌리에서 이원면 포지리로 이어진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가 학암포에 도착한 날은 때마침 학암포 붉은 노을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안내 부스에서 이름을 적고 간단한 설문조사에 응하면 마을 부녀회가 준비한 매점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상품권도 주고 간단한 기념품도 받을 수 있었다. 설문 조사 중에 태안의 어떤 곳이 가장 인상 깊었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우리 부부의 공통된 의견은 몽돌 해변이 아름다웠던 파도리 해변이었다.

 

축제 덕분에 특이한 경험을 했던 학암포 여행은 인상적이었다. 학암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숙소에서 하룻밤 쉬고 다음날 여정을 이어간다.

 

이른 아침 쾌청한 가을 하늘과 눈부신 아침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서해랑길 71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학암포 해변 너머 태안 화력 발전소의 굴뚝을 보면 걷는 길이다.

 

분점도에 자리한 학암포항을 뒤로하고 동쪽으로 태안 화력 발전소를 향해서 걷는 여정을 시작한다. 지금은 흔적이 없지만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에 걸쭉하고 검은 기름은 이곳까지 밀려왔었다고 한다.

 

서늘한 공기 떡분에 더 상쾌한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갈매기들과 깨끗한 해변을 즐기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아름답다. 눈부신 태양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지난밤 바닷물이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모래 해변 위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해변 끝자락으로 이동한다.

 

학암포 해수욕장 중간에서 해변을 나오면 학암포 해안 사구와 사구 습지 지역을 지나게 된다. 태안 해안 국립공원의 북쪽 끝자락이다. 태안 해변길 1코스, 바라길도 이곳을 돌아서 가므로 바라길과도 안녕이다. 이제는 학암포 습지를 우측에 두고 학암포길을 따라서 서해랑길 홀로 길을 가야 한다.

 

화력 발전소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의 비포장 도로이다. 느르재산의 끝자락으로 향하는 길이다.

 

길은 발전소 앞에서 우회전하여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태안 화력 발전소의 1~6호기는 석탄 화력 발전소로 2025년부터 차례로 폐쇄되는데 지역에서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인구 감소를 염려하는 모양이었다.

 

언덕길을 넘으며 남쪽으로 향하는 길은 방갈리 마을로 접어든다.

 

마을길로 내려와 발전소에서 나오는 도로와 합류한 길은 한동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도로 이름도 발전로이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던 길은 방갈리-3 정류장에서 좌회전하여 도로를 벗어나 농로로 진입한다. 간척지 길로 향하는 길이다.

 

길은 본격적으로 간척지 내부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에 지역을 살린다는 취지하에 원북면과 이원면을 연결하는 이원방조제를 건설하기 시작하여 2009년 완공했다고 한다. 광활한 들판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간척지 들길 걷기에서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전봇대들이 길을 함께한다. 전봇대를 보니 이원호주민형  수상 태양광 전기를 위한 시설인 모양이다. 시끌시끌한 뉴스가 연관된 것을 보니 돈과 사람이 얽혀 있는 곳에는 늘 말썽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가을 풍경에는 역시 억새와 갈대가 빠질 수 없다. 지루할 법한 간척지 논길에서 나그네의 발걸음에 즐거움을 더해 준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갈대의 자태가 참으로 곱다.

 

간척지 논을 가로지르는 길은 태양광 전봇대, 수로를 장식하는 갈대, 눈부신 가을 태양, 옅은 흰구름이 있는 푸른 하늘과 함께한다.

 

수로를 따라서 논길을 가로지르며  동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멀기는 하지만 북쪽으로 나란히 서있는 태안 화력 발전소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시대 흐름에 따라 석탄 발전소가 폐쇄되면 먼 훗날 저곳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멀리서 보니 태안 화력 발전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류의 유한한 자원과 환경 이슈로 석탄 발전소들은 폐쇄되어 가지만 발전소 폐쇄와 함께 사람이 떠날 것을 걱정하는 지역의 문제가 지혜로운 방안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본다.

 

길은 큰 수로를 건너면서 원북면 황촌리에서 이원면 포지리로 넘어간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있는 들판은 철새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가을 하늘을 수놓은 철새들의 군무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아름답다!

 

간척지 중에 아직 농사를 짓고 있지 않은 빈들을 채우고 있는 들풀들도 풀씨를 맺으면서 나름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농지가 아니므로 제초제 공격의 대상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계속 이대로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않을까! 

 

길가 잡초밭에서 특이한 식물을 만난다. 땅꽈리라는 식물이다. 그냥 잡초로 보이지만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특히 바이러스성 염증에 특효라고 한다. 알고 보면 자연에서는 쓸모없는 것이 없다.

 

간척지 논길을 걷다고 신재생로 도로를 만나면 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수상 태양광 시설 때문에 만들어진 도로라서 신재생로라는 길이름을 붙여 놓은 모양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바다이고 섬이었을 공간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느낌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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