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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를 걷고 있는 서해랑길은 보령의 핵심과도 같은 대천해수욕장을 지나 북쪽 해안선을 따라 대천천을 건너 대천방조제가 있는 주교면에 이른다. 보령시 신흑동에서 시작하는 길은 주교면에 진입할 때까지 남곡동, 내항동, 대천동과 같은 도시 지역을 차례로 지난다.
대천 해수욕장의 저렴한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부지런히 짐을 챙겨서 60코스와 61코스를 이어서 걷는 여정에 나선다. 어제 오후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대천해변은 아침을 맞아 조용하다.
머드 광장을 출발한 길은 어느덧 분수광장에 도착했는데 짚라인, 스카이워크와 같은 탈거리부터 갈매기 조형물, 간절곶의 우체통 보다 크다는 빨간 우체통 조형물까지 관광객들을 위한 갖가지 시설들로 넘쳐난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더욱 파랗고 맑은 하늘과 바다는 부지런한 일부 사람들의 몫이다. 북적이는 오후의 해변을 보다가, 아침의 한적한 대천 해변을 만나니 참 좋다.
대천해수욕장 스카이바이크가 가는 길 옆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물이 맑고 군데군데 바위가 있으니 이곳이 동해 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2.3Km에 이르는 스카이바이크가 운행하는 시간이 아니라서 조용하게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었다. 사실 스카이바이크와 산책로 돌아가고 있는 산 아래로는 보령 해저 터널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원산도까지 6, 927m로 우리나라에서 가징 긴 해저터널이다. 원산도에서 안면도까지는 다리로 연결된다.
스카이바이크와 산책로를 걸었던 길은 신흑동 마을길을 가로질러 대천항으로 향한다.
길이 대천항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외곽으로 지나쳐 간다. 밖으로는 수산물 시장이 있고 안쪽으로는 보령의 삽시도, 장고도, 외연도와 같은 섬들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여객선 터미널이 있다. 국도 36호선 기점이라는 표식이 있는데 한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국도로 대천항에서 출발하여 동해안의 울진읍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해파랑길 26코스가 시작되는 양정항이 있는 곳이다. 2년 6개월 전에는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서해안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아직 갈길이 멀다.
36번 국도는 대천항에서 보령 해저 터널 앞쪽으로 내려가고, 우리는 해안로 도로를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도로변이기는 하지만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어 있어서 걸을만하다.
강당 마을을 지나니 한창 공사 중인 대천항 현장도 지나고 푸른 바다를 만난다.
갯벌 없는 맑은 서해바다를 만나고 보니 서해 바닷물이 이렇게 맑았었던가? 하는 생각에 서해를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물때에 따라, 바다 지형에 따라 서해의 물 색깔도 제각각이다.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는 길, 바다 안개 너머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나는 대천 2교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간에 보령 군헌 갯벌체험장을 만나서 잠시 쉬어간다. 해안로 길건너에 체험장의 쉼터가 있었는데 넉넉한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다. 해안길을 걸으면 휴식 장소를 만나기 어려운데, 참으로 반가운 장소였다.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우리는 다시 해안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내리쬐는 태양빛에 이제는 여름이구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삭막하고 지루할 수 있었던 도로변 걷기가 6월 중순에 만난 장미 터널 덕분에 향기롭게 변모한다.
5월의 장미가 절정의 아름다움이었다면, 6월 중순의 장미는 원숙함이 엿보이는 아름다움이라 표현하는 것이 알맞을지 모르겠다.
장미 터널 아래에는 보랏빛의 송엽국이 아침 햇살을 받아서 더욱 찬란한 빛을 뽐낸다.
밤골마을 앞으로 지나는 길에는 온갖 음식점과 카페들이 이어지며 군침을 돌게 한다. 군헌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며 요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곳의 식당 중 하나에 쑥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장미 터널로 위로하며 길을 이어간다. 길은 보령시 신흑동에서 남곡동으로 넘어왔다.
대천천을 건너는 다리,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나는 대천 2교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은 길도 보령시 남곡동에서 내항동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대천천을 건너기 직전에 바라본 바다 건너 북쪽의 모습에는 보령 화력 발전소의 거대한 굴뚝이 마치 등대처럼 서있다.
길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나는 대천 2교 바로 앞에 있는 세월교 다리를 통해서 대천천을 넘는다.
물때에 따라 물에 잠기는 세월교 다리를 건너는데, 차량이 다리를 지날 때는 한쪽으로 비켜서 있어야 하니 조금은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다리 상판에 붙어서 흐르는 물을 보면서 마냥 태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리 이름처럼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걷기에는 무리가 있다. ㅠㅠ
위험하기도 하고 가끔 사고도 있어서 상류 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다리를 대체할 다리를 건설하고 있었다. 무사히 세월교를 지나온 길은 주교면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이동한다.
대천방조제 위로도 산책길이 있지만 길은 대천방조제로 도로 옆의 자전거길을 따라서 주교면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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