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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 북쪽 끝자락의 춘장대 해수욕장까지 올라온 길은 부사 방조제를 지나면서 서천군에서 보령시로 넘어간다. 보령시로 넘어와서 계속 해변을 따라 이동하면 좋겠지만 웅천읍 소황리 및 독산리 일원은 군사 보호 구역으로 묶여 있어 우회해서 가야 한다. 우회하는 길은  소황리마을과 독산마을을 지나 독산해수욕장에 닿는다. 이후로는 열린바다로 해안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하여 무창포해변에 이른다.

 

서해랑길 58코스를 끝내고 59코스를 시작하는 우리의 원래의 계획은 부사 방조제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서천 읍내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길을 나서다 보니 다음 버스 시간까지 방조제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 시간도 촉박하고 꼭 다녀와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걸어가다가, 결국 다음 여행 때 부사 방조제 반대편에서 여정을 이어가기로 하고 서천읍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같은 충청남도에 속해 있으면서도 보령시와 서천군 간에 서로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보통 다른 지역에서는 지역 경계를 서로 오가는 교통편이 있기 마련인데 이 지역은 찾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연관된 수요가 없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서천은 남쪽의 군산으로 많이들 나가고, 보령시는 나름의 생활권과 함께 인근에 홍성이 있으니 보령과 서천이 서로 오고 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춘장대 버스 정류장 앞에 동백마루라 해서 서천군에서 관리하는 관광 관련 시설이라고 추측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 서천화력발전소 직원들의 사택 입구였다. ㅠㅠ  다시금 생각해 보면 개인적으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가볼까 하고 여러 번 생각했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동백나무 군락지 바로 옆이 화력발전소였다. 결국 서천군 버스를 타고 잠시 마량에 들를 수 있었다.

 

서천 읍내에서 출발하여 마량리 동백정으로 향하는 버스가 대부분 춘장대 해수욕장을 거쳐서 가기는 하지만 문제는 갈 때 또는 올 때 한 번만 이곳을 경유한다는 것이다. 서천읍내로 나가려면 어떤 것을 타고 상관없지만 마량리 동백정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 마량리 종점에서 출발 시간까지 대기해야 한다. 아무튼 종점에 이르니 마량리에는 동백 군락지도 있지만 마량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성경이 전해진 지역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1816년 영국의 함선 선장 맥스웰이 마량진 첨사 조대복에게 영어 성경(KJV)을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물론 영어 성경이니 읽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후 1백 년이 지나지 않아서 한글 성경이 배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춘장대에서 마무리했던 지난 여정을 이어가기 위해 일주일 후에 바로 다시 여행을 출발했다. 이번 여행은 장항성 웅천역에서 시작한다. 보령시의 가장 남쪽에 있는 웅천읍에 위치한 기차역인 만큼 59코스의 소황리로 가기에 가장 좋은 위치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웅천역에서 걸어 나와 보령시의 시내를 버스를 탔지만 버스는 부사 방조제까지 가지  않았다. 부사 방조제와 소황사구를 보면서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는 날아가 버렸다.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데, 내리는 사람도 없고, 타는 사람도 없으니 부사 까지는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포털 지도에는 버스 정류장 표시가 있어서 당연히 그곳이 종점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무성골이 종점이라니 버스 기사분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부사로 도로를 따라가서 주교천을 건너는 광암교를 지나면서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북쪽으로 이동한다.

 

길은 수로 수준으로 작은 주교천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일주일 전만 해도 막 모내기를 끝낸 상황이었는데 이제 들판은 잔디밭처럼 녹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중간에 갈림길을 만나지만 계속 직진한다.

 

농로를 가로지르면 북쪽으로 올라온 길이 독산로 도로를 만나지만 길은 도로 갓길로 가지 않고 농로를 돌아서 간다.

 

좁은 도로 갓길을 피해서 농로를 돌아온 길은 소황마을 정류장에서 다시  독산로 도로를 만나 도로변을 걷는다.

 

황교보건소를 지나며 도로변을 걷던 길은 도로를 벗어나 소황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소황마을 정자에 앉아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길을 이어간다. 마을이 새로 생긴 마을인양 바둑판처럼 정리가 되어 있었는데 1980년대 이곳에 공군사격장이 생기면서 집단 이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그네가 마을의 자세한 역사는 알 수 없지만 마을의 현재 모습은 공감하며 지나간다. 본능적으로 송아지를 보호하려는 어미소의 모습도 아름답고, 구불구불한 농로도 정감이 있다.

 

들길에서 또 다른 동물 식구를 만났다.

 

대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어미개의 모습이 짠하다. 새끼들에 물릴 젖은 축 처져 힘들어 보이고 장난꾸러기 강아지들은 천방지축이다.

 

소황마을을 지나 바닷가로 달려온 길은 어느덧 해안 풍경을 선사해 준다.

 

부사 방조제 쪽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소황사구 표식을 이곳에서 만난다. 해양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군사 보호 지역으로 묶여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만큼 보존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마치 DMZ와 같은 모습이다. 

 

멀리서 소황사구와 부사방조제를 조망하고 길을 이어간다. 주말에는 소황리 해변으로 사람들이 들어가는 모양인데 평일에는 철저히 제한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민간인이 굳이 소황리 해변을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북쪽으로 독산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와 모래해변 사이로 수많은 캠핑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도 조개 캐기 좋은 명소로 알려진 모양이다. 도로 주위로는 캠핑하는 사람들의 차량들로 빈 공간이 없다.

 

독산 해수욕장을 빠져나온 길은 열린바다로 도로를 따라서 무창포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도로변 갓길을 걷다가 길 건너 화사한 꽃밭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분홍 낮달맞이꽃을 사진에 담고 길을 이어간다.

 

열린바다로 도로를 따라가는 길 낙조공원을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를 만나면서 길을 이어간다. 독산 해수욕장에서 시작한 열린바다로 도로는 해안선을 따라 북쪽 남포면 용두마을까지 이어진다.

 

드디어 무창포 도로표지판을 만났다. 길은 리조트 뒤를 돌아서 해변으로 나간다.

 

호텔이나 펜션에서 묵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당일치기로 무창포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모래사장에 텐트들이 상당하다. 해밴 가까이에는 닭벼슬섬이 조금 떨어져서는 석대도가 보이는 전경이다. 석대도는 한 달에 약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섬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런 흔적조차 없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모래사장이 북쪽으로 쭉 이어진다. 유명한 곳은 그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1928년 서해안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무창포는 오랜 역사가 증명하는 아름다운 풍경도 있지만 백미는 석대도는 한 달에 약 두 번 열리는 1.5Km의 바닷길이 아닌가 싶다. "신비의 바닷길"이라 했으나 사실 자연스러운 자연 현상이고 우리는  주위에 수많은 자연의 신비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거나 알 수 없을 뿐이다.

 

해수욕장에 가면 신비의 바닷길을 볼 수 있는 1년 치 시간표가 게시되어 있다. 5월부터 7월까지는 볼 수 없다. 무창포에 갈 예정이라면 이 시간표를 확인하고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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