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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대천동을 지나 주교면으로 진입하는 서해랑길은 북서방향으로 이동하며 대천방조제를 지나 은포리에 닿고 이후로도 해안도로를 걸으며 송학리, 고내마을을 차례로 지나서 안산마을에 닿는다. 안산마을 이후로는 해안을 벗어나 고정리의 고갯길을 넘는다. 고개를 넘어서면 보령시 주교면에서 오천면으로 진입하고 깊은 골, 발전소 앞 정류장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대천방조제를 따라 걸으며 길은 보령시 대천동에서 주교면으로 넘어간다.

 

봉당천과 신대천 하구를 막아 거대한 간척지를 만든 대천방조제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2년에 건설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산의 방조제를 만들 때 완공 시점에 물막이 공사가 어렵자 정주영 회장이 유조선을 침몰시켜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했는데 이곳도 방조제 공사 마무리 시점에 돌을 가득 실은 어선 열한 척을 좌초시켜서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물을 막으면 상류에서 수질 관리가 되지 않으면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없다. 정주영 회장이 유조선을 동원해 막았던 부남호도 수질 악화 때문에 둑을 무너뜨리는 역간척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보령에 있는 대천 방조제와 남포방조제, 부사 방조제 건설을 맡았던 동아건설이 이것을 바탕으로 재벌의 반열에 오른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국 곳곳에서 수행한 방조제 건설은 건설사와 재벌의 배를 불리는데 한몫을 하는데 이로 인한 수질 악화에는 또다시 세금이 투입되고 수질 정화와 정비와 관련한 사업에 또다시 건설사가 투입되는 악순환은 끝이 없다. ㅠㅠ

 

긴 대천방조제 길도 은포리 앞의 배수 갑문을 지나면서 끝난다.

 

방조제를 벗어나면 송학항이라는 작은 포구가 있는데 포구 뒤 정자 앞에는 황금 바지락 마을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연간 5천 톤이 넘는 바지락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바지락 양식의 역사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서천의 갯벌체험로 인근 해변에서 자유롭게 조개를 캐는 모습을 보다가 어장 출입 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다는 경고판을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다. 사실 우리나라 해변은 대부분 이런 경고판이 붙어 있고 자유롭게 조개를 캘 수 있는 해변이 더 특이한 것이 현실적이다. 멀리 보령 화력 발전소의 굴뚝을 보면서 북서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정면으로는 화력발전소의 굴뚝을 보면서 바다 쪽으로는 작은 대섬을 보며 걷는 길이다. 해변 모래사장이 유독 하얗게 보이는 것이 조개껍질이 많아서인 모양이다.

 

남쪽으로는 바다 건너 대천항 쪽이고 서쪽으로는 원산도 아래로 아무것도 없는 수평선이 펼쳐진다. 먼바다에 큰 배 한 척이 유유히 떠 있을 뿐이다.

 

길은 송학 2리 버스 정류장 앞을 지나는데, 정류장에 인상적인 사진이 붙어있다. 동네분들이 갯벌에서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장면으로 소위 "머드 맥스"라고도 불리는 갯벌을 질주하는 경운기들의 행렬이다. 지금이 물이 들어온 상태라 갯벌이 별로 보이지 않지만 이곳도 물이 빠지면 광활한 갯벌이 열리는 곳이다. 

 

송학 2리를 지나서 안산, 고내 정류장에 이르면 원래의 서해랑길은 도로를 벗어나서 마을 안쪽 길을 통해 고개를 넘어가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안산마을에서 길이 합류하므로 우리는 그냥 도로를 따라서 걷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이라고 그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쉬어 간다.

 

도로를 따라가면 언덕 위에서 산고래 하늘 공원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앞바다의 대섬을 비롯하여 그 뒤로 원산도와 효자도 등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고개를 넘어서니 화력발전소가 더욱 가까이로 다가선다. 도로의 갓길이 넓지 않은 것을 보니 왜 서해랑길 경로를 마을 안쪽으로 돌아가게 했는지가 이해가 된다. 안산마을까지는 길지 않은 거리이므로 부지런히 걸어 도로를 벗어난다. 안산 마을 앞의 모래 해변도 일품이다.

 

원산도와 효자도, 안면도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 속에서 국내 최장이라는 보령 해저 터널의 흔적이라도 있나 찾아보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을 관통하는 채널 터널이 약 50Km 길이이고 최저 해저 수심이 75미터 평균 수심이 45미터라면 보령 해저 터널은 6.9Km의 길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저 터널이지만 최저 수심이 80미터에 이르는 U자형 구조로 경사가 심한 편이라고 한다. 이 해저 터널을 통해서 대천 시내에서 원산도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안산마을로 들어온 길은 해안을 벗어나 내륙으로 들어간다. 발전소로 연결되는 도로를 향하는 길이다.

 

산 아랫자락을 따라서 돌아가는 길 끝에는 송학천을 가로막은 방조제가 있었는데 한참 도로 공사 중이었다.

 

방조제를 벗어나면 610번 지방도 토정로 도로를 따라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송학천 하구를 지나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송도 표식도 있고 보령시민체육공원도 있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신 보령발전본부가 위치한 곳이라 포털 지도에서도 가림 표시가 되어 있다. 이곳은 사당골이라는 동네인데, 무슨 사당과 연관된 것인가 싶었지만 사당과 연관된 것이 아니라 서당이 있었던 곳이라고 붙여진 동네이었고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은 한산이씨 찬성공파의 고만제라는 문중 건물이었다. 바로 인근에 토정로라는 도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토정비결을 만든 토정 이지함의 묘소가 있다.

 

 

길은 토정 이지함을 포함 문중의 묘소를 지난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토정 이지함이 주역을 기본으로 한 토정비결을 쓰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토정비결을 가지고 누군가는 운세를 점치고 누군가는 소설이나 수필로 대하지만 후대에 이렇게 이름이 널리 회자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길은 언덕길을 넘으며 고만 마을과 고정 마을을 차례로 지나서 간다. 도로변을 걷지만 갓길이 넉넉해서 걸을만하다.

 

6월은 밤꽃이 절정인 계절이자 밤꽃이 절정이면 곧 여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벌레처럼 생긴 밤꽃이 지면 성게 같은 밤송이 속에 알밤이 맺힌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고개를 넘어온 길은 발전소 입구에 있는 깊은 골 버스 정류장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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