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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벗어나 내륙으로 깊어 들어가고 있는 서해랑길 49코스는 부안군 하서면을 지나 상서면을 걷고 있다. 분장마을로 들어온 길은 농로를 따라서 장서마을 끝자락을 돌아서 광활한 들판길로 나간다. 보안면과 주산면 경계에서 발원한 주상천을 지나는 길이다. 이 하천 또한 바다로 직접 나가지 못하고 새만금으로 흘러들어 간다. 주상천을 건너면서 부안군 행안면으로 진입하는 길은 본격적으로 부안 읍내로 들어간다. 행안초등학교 앞을 지나며 읍내 도로변을 걷다가 매창공원을 거쳐 상소산 자락을 오르기 시작하고 산을 내려와 산 바로 아래에 있는 부안군청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분장마을을 지나서 농로를 걷는 길 수로에는 모내기를 위한 물이 가득 흐르고 들판은 모내기와 추수로 분주하다. 사실 봄을 추수의 계절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봄은 가을추수만큼은 아니지만 엄연한 추수의 계절이다. 가을에 심은 사료용 풀과 밀과 보리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어떤 논은 호수처럼 물을 대고  모내기 준비 중인데 바로 옆 논은 소먹이용 풀을 베어서 말리고 있다. 봄은 또 다른 추수의 계절이다.

 

장서마을 외곽을 돌아가는 길은 이제 광활한 들판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기 시작한다.

 

보통의 들판이라면 대부분은 한 가지 모습인데 이곳은 다양한 모습이 펼쳐진다. 어떤 논은 물을 대고 있고, 어떤 논은 써레질까지 끝내고 모내기 직전의 상태인 곳도 있다. 어떤 논은 이앙기가 한참 모를 심는 곳도 있고, 어떤 논은 모내기를 끝내고 물을 잔잔하게 받아 두었다. 그런 논들 사이에서 소먹이 풀이 키를 한참 세워 베기를 기다리는 곳이 있고, 풀을 베어 말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보리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다.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청보리는 이제 누렇게 익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독특한 보리 냄새와 황금빛 물결에 젖어 감탄을 연발하며 걷는다.

 

길은 새만금으로 흘러들어 가는 주상천을 건너면서 부안군 상서면에서 행안면으로 넘어간다.

 

이런저런 농사일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농사철에 농로를 가로지르며 간다는 것이 농민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행안면으로 들어온 길은 계화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가로질러 대초마을로 향한다.

 

길은 마을길로 대초마을을 북동쪽으로 가로지른다. 

 

5월은 빨간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다. 햇살을 받은 빨간 장미가 매혹적이다.

 

길은 행안중앙로 도로를 건너면서 신월마을로 들어간다. 담장을 점령한 보라색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등갈퀴나물이다.

 

신월마을을 지나 오르는 언덕길에서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하얀 꽃을 만났다. 찔레꽃이다.

 

이 계절, 걷는 이들의 후각을 즐겁게 하는 대표적인 꽃 중의 하나 찔레꽃이다. 누군가는 들장미라고도 하지만 나는 찔레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다.

 

작은 언덕길을 넘어온 길은 행안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광복이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초등학교이다.

 

행안초등학교를 지난 길은 농촌 지역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도시 지역을 걷는다.

 

매창로 도로를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매창공원으로 진입한다. 조선 선조 당시의 여류 시인이자 황진이와 자웅을 다투었다는 기생 이매창을 기리는 공원이라고 한다. 원래는 공동묘지가 있던 자리로 묘지들을 치우고자 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이매창의 묘는 기념물로 지정되고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게 되었다고 한다. 공중화장실도 있고 나무 그늘 쉼터도 있어서 쉬어가기 좋았다.

 

공원을 가로질러 이어가는 길, 이매창과 교분이 있었다는 허균의 시비가 세워져 있었다. "비취색 치마엔 향내가 아직 남아 있는데"하는 그의 시에서 매창의 죽음을 슬퍼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매창공원 주변은 아파트 단지이고, 공원 안에는 보훈회관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 지역으로 들어온 것이 실감 난다.

 

길은 매창공원 중앙을 서쪽으로 가로질러 간다.

 

길은 습지 공원을 벗어나 수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길은 도로를 가로지르면서 부안문화예술회관 옆을 지난다.

 

부안문화예술회관을 지난 길은 부안중학교 앞의 교차로를 거쳐서 서외 6구 마을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저 멀리 산 아래 자락으로는 조선 태종 당시 창건했다는 부안향교도 시야에 들어온다. 서림공원의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공원이기도 하다.

 

포장 임도를 걷던 길은 편백숲으로 길을 이어간다.

 

편백나무 사이를 가늘게 들어오는 햇살을 즐기며 한참을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숲 속에 잔잔하게 퍼지는 음악과 숲 향기를 맡으며 쉴 수 있는 최고의 휴식 공간이었다. 휴일에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부담 없이 쉴 수 있었다. 심지어 해먹도 걸려 있었다.

 

 

평상에 누워 편백숲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감상하며 남긴 그림을 첨부해 놓는다.

 

편백숲에서의 아쉬운 휴식 시간을 뒤로하고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이어간다. 바위산 위에 전망대를 세워 놓았다. 사방으로 막힘없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서쪽은 우리가 49코스로 걸어왔던 상서면, 하서면 쪽 풍경이다. 바로 앞으로는 요양병원과 경찰서가 자리하고 있다.

 

남쪽을 방향을 돌리면 바로 앞으로는 부안중학교, 전북베이커리고등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는 행안면 지역이다.

 

동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부안의 시가지가 펼쳐진다. 1960년대 말만 해도 17만 명에 이르던 부안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5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전망대를 지나온 길은 한 능선을 따라서 부안군청 방면으로 이동한다. 깔끔하게 정비된 산책길을 걷는다.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이어진 서림공원의 산책로는 훌륭했다. 산책로가 좋아서 그런지  드문드문 지나가는 시만들도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나무가 훌륭한 서림공원의 산책로는 사찰이 있는 쪽으로 계속 이어지지만 서해랑길은 갈림길에서 하산길로 접어든다. 벌써 그늘이 좋고 햇빛으로 나서기가 겁나는 계절이 왔다.

 

산을 내려온 길은 부안군청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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