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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강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서 변산반도 국립공원 지역을 걷고 있는 서해랑길 47코스는 북동 방향으로 이동하며 수리봉과 산발이봉 아랫자락의 숲길을 걷는다. 그 옛날 해안 초소길이 있던 자리가 멋있는 해안 산책길로 바뀐 곳이다. 숲길을 벗어나면 성천항을 지나서 고사포해수욕장에 이른다.

 

변산해변로 도로를 따라서 올라온 길은 수리봉(125m) 아랫자락의 반월마을 인근까지 올라왔다. 바다로는 바로 앞으로 하섬이 시야에 들어오고 내륙으로는 반월마을 너머로 내변산의 봉우리들이 바다처럼 보이는 곳이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 해안 절벽길을 감상하면서 변산해변로 길을 이어간다.

 

하섬이 좀 더 가깝게 보이는 수리봉 아랫자락에 이르면 도로를 벗어나 해안 산책로로 들어간다. 변산해변로 도로 아래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해안 숲길이다. 전북천리길, 부안마실길, 서해랑길 표식이 모두 있지만 모두 같은 길을 간다.

 

해안초소길이 산책길로 바뀌어 누리고 있다. 길아래 해안도 바위 지대가 이어진다. 숲길과 함께 가끔씩 만나는 아름다운 해변은 덤이다. 굴곡이 있지만 지루하지 않은 산책길이다.

 

녹음이 가득한 숲 속을 걷다가 뻥 뚫린 공간으로 나와도 좋고, 터널 같은 숲 속으로 들어가 햇살을 맞이하는 것도 좋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쓰러진 철조망도 풍경의 하나가 된다.

 

숲 속 언덕길을 지나 도로변에 자리한 쉼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길을 이어간다. 쉼터에 자리한 우람한 단풍나무가 일품이다. 사람들과 자동차들은 무심하게 이곳을 지나가지만 단풍나무는 이곳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넓게 펼쳐서 나그네에게 훌륭한 쉼터를 제공한다. 어디를 가나 역시 나무가 주인공이다.

 

쉼터를 지난 길은 다시 성천항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북쪽 수평선 방향으로는 사당도와 석도가 자리하고 있는 풍경이다.

 

해안 절벽길로 이어지는 길은 어쩔 수 없이 도로 인근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휴일을 맞아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들의 고함소리에도 에너지가 넘친다. 산발이봉 자락으로 들어가는 길, 리이더들은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친다.

 

해안 산책길은 변산해변로 도로와 숨바꼭질하듯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길을 이어간다.

 

바다의 해무가 자주 생기는 까닭인지 아니면 숲이 깊어서 그런지 산책길은 푸른 이끼로 가득하다.

 

조릿대 터널도 통과하고 바다 풍경도 보고, 지루할 틈이 없는 길이다.

 

숲에서 공터로 나오면 샤스타데이지가 환하게 반겨주는 계절이라 더욱 좋다.

 

하얀 꽃잎도 노란 속꽃도  햇살을 받아 그 색상이 더 돋보인다. 

 

산책길은 해안선 인근까지 내려간다. 하섬이 코앞이다.

 

길이 해안선까지 내려오니 바다에서는 조개를 캐는 사람들이 작업에 열중이다. 인근에 민가가 없어서 그런지 조개 캐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전쟁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꺼내는 요즘 세태를 보고 있노라면 해안 초소와 철조망의 존재가 그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부디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기를, 이데올로기적 반목이 해소되고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랄 뿐이다.

 

길을 좀 더 이어가니 하섬과 육지 사이의 바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의아할 정도이다.

 

하섬과 육지 사이의 바다는 음력 1일과 음력 15일에 해당하는 대조기 무렵 이삼일 정도 바다 갈라짐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대조기에 썰물 때면 하섬까지 바닷길이 열리니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릴 것 같다. 어민들과의 갈등 없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보기 좋다. 걷기 여행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저 사람들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다.

 

길은 산발이봉 자락의 전망대 아래를 통과하여 지나간다. 

 

전망대를 지난 길은 산발이봉 끝자락을 돌아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성천항으로 향한다.

 

성천항으로 향하는 좁은 숲길에서 한 무리의 단체 여행객을 만났다. 길이 좁으니 잠시 기다려 양보하면 누군가는 고맙다며 인사하고 지나가지만 누군가는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당연한 듯 지나간다. 사람이야 제각각이지만 길에서 단체 여행객을 만나는 것은 늘 부담스럽다. 길은 산발이봉 자락을 빠져나간다.

 

산길을 나와서 성천항으로 가는 길, 유유동천에서는 한 아저씨가 물에 몸을 담근 상태로 낚시 삼매경이다. 유유동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맑은 물에 몸을 담그며 낚시를 하는 재미는 얼마나 좋을까? 부러움 한가득이다. 상류로 가면 유유동이라는 마을이 있어서 붙은 하천이름인데, 유유동은 선비들이 놀던 마을이라는 의미다. 지금은 뽕나무와 누에를 소재로 한 부안누에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성천항에 도착해서 건너편 산발이봉을 바라보니 숲길은 전혀 보이지 않고 바위 절벽 해안뿐이다. 해안 숲길이 얼마나 깊은지 실감이 난다.

 

산발이봉 자락을 뒤로하고 길게 이어진 고사포해수욕장 방향으로 이동한다.

 

고사포 해안에 발자국을 남기며 모래사장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고사포의 지금 이름에는 모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전 한자 이름의 의미는 풍수와 관련한 것으로 장구와 거문고의 실이라는 의미다. 지금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변 일부는 군훈련장으로 사용되던 곳이기도 하다.

 

모래사장을 걷던 길은 솔숲 안으로 들어가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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