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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산 입구에서 시작하는 43코스는 선운천을 따라서 계곡을 빠져나온다. 고창읍내에서 흘러 내려오는 주진천을 건너면서 고창군 아산면에서 부안면으로 넘어간다. 소요산 자락의 완만한 고갯길을 임도로 넘어가야 하는데 연기제 저수지를 돌아가는 길이다.

 

42코스에 이어서 서해랑길 고창 43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다양한 조형물이 서 있는 선운산 도립공원 입구를 출발한다. 

 

선운산 일대는 생물권 보전 지역이기도 하고 국가 지질 공원이기도 하다. 주차장 옆에 지질 공원 관련 조형물을 세워 놓았는데 낙조대, 천마봉, 용문굴 등 서해랑길 42코스에서 지나왔던 암석 지대가 지질공원의 주요 포인트이다.

 

선운산 입구를 벗어난 길은 공원길을 걷다가 선운사로 도로를 따라 조성한 인도를 걸어서 계곡을 빠져나간다.

 

삼인리라는 명칭은 42코스를 끝내면서 공원 입구에 있는 천연기념물 삼인리 송악나무를 보며 처음 접했지만 사실 선운사를 포함한 계곡 일대가 모두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에 속해 있다. 그리고 선운산으로 들어가는 계곡 입구, 삼인리 끝자락으로는 길 양쪽으로 대형 풍천 장어 식당들이 즐비하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식당들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곳곳에서 풍겨오는 장어 굽는 냄새가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지만 우리는 갈길이 멀다.

 

장어 식당 이름에도 풍천이 들어가 있고 교차로 이름에도 풍천이 들어가 있으며 심지어 이곳 가로등 모양에도 풍천 장어가 들어가 있지만 사실 풍천이란 지명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을 일반 명사로 풍천이라고도 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는 풍천장어 하면 고창의 풍천장어로 브랜드 이미지가 고착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연구에 의하면 이곳 계곡을 흘러 내려온 선운천 수계를 풍천이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길은 삼인 교차로를 지나서 연기교 다리를 건넌다. 고창군 아산면에서 부안면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부안군이 아니라 고창군에 부안면이 있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런데 한글은 같지만 한자가 다르다. 부안면은 논이 많아 부유하고 편안하다는 의미로 부자 부(富) 자를 사용해서 부안(富安)이지만 부안군은 도울 부(扶)를 사용한다.

 

연기교 다리는 고창읍내에서 흘러오는 주진천을 넘는다. 그리고 다리 남쪽에서 선운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선운천이 합류하는 곳이다.  그리고, 바다에서 들어오는 풍천장어들이 잡히던 곳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이 양식이다. 2월에서 5월은 양식장으로 넘겨질 새끼 뱀장어를 잡느라 난리인 시기이다. 바다에서 민물로 올라가는 길목마다 곳곳에 그물이 설치되어 있다.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적법한 실뱀장어 잡이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이찌 되었든 수요가 있으니 벌어지는 일이이 아니겠는가!

 

고창군 부안면 연기마을에 들어선 길은 연기길 도로를 따라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소요산 자락에 있는 연기제 저수지로 향하는 길이다. 식도락 연기마을이라는 안내판을 보니 대표 음식이 콩나물밥이라는데 장어에 이어 입맛만 다시고 떠난다.

 

강렬한 햇빛이 쏟아지는 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늘에 있으면 추웠는데 이제는 햇빛을 피해 자연스레 나무 그늘을 찾아 걷는 계절이 되었다.

 

그래도 연기저수지로 향하는 길은 나무들이 있어서 좋다. 키가 큰 이팝나무도 하얀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뿜고 있다.

 

단풍나무에 올망졸망 빨간 열매가 맺혔다. 떨어지면 헬기콥터처럼 날개가 돌아가며 멀리 씨앗을 퍼트리는 신기한 모양의 열매를 가졌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길을 이어간다.

 

연기제 저수지로 올라온 길은 저수지 둑을 가로질러 저수지를 우측으로 감싸며 돌아간다. 저수지를 돌아가면서 완만하게 고도를 올린다.

 

저수지 아래로 보이는 것은 고창 용산리 분청사기요지로 저수지 건설 과정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15세기에서 16세기까지 만들어진 분청사기, 백자, 흑유자기 등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물이 상당히 맑아 보인다. 산에서 내려온 물을 모아 놓은 것이라 역시 간척지에 만들어진 담수호와는 차원이 다르다. 여수로 입구에 뿌리를 내린 나무 한그루가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신기하다. 아마도 물이 빠졌을 때 자리를 잡았는데 지금은 물이 불어난 상태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무 그늘을 밟으며 저수지 우측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저수지 옆의 임도를 걷다 보면 산림경영모델숲이라는 안내판이 등장하는데 전국 곳곳에 수행되고 있는 사업으로 산림을 목재 생산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임산물을 재배하고 기타 연구하는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란다.

 

깔끔하게 정비된 임도는 연기재 고개로 오르막길을 이어간다.

 

소요산(逍遙山, 445m) 자락의 고개를 넘으면서 자꾸 드는 생각은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逍遙山)과는 어떤 연관성이나 하는 호기심이다. 한자는 똑같다. 소요(逍遙)의 단어적인 의미는 정처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천천히 걷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덧 길은 연기재 고개를 넘어선다.

 

연기재 고개를 지나면 하산길에 접어드는데 원래의 코스는 질마재로 도로 위쪽에 있는 산행길을 걷지만 지도를 보니 질마재 고개에서 원래의 길과 합류할 수 있으니 그냥 편하게 임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질마재 고개로 내려가는 길, 동쪽으로는 창내저수지가 보이고 산을 파내고 있는 커다란 채석장도 보인다.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의 대규모 주택 공급은 모래, 자갈을 비롯한 골재를 필요로 하는데 하천 골재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니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석산 개발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필수 불가결과 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과 달리 촘촘한 허가제 관리가 이루어 지고는 있지만 깊은 산속에서 하얀 속살을 드러낸 산을 보면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질마재 고객 갈림길에 도착하면 좌측 임도를 따라 이동하여 원래의 길과 합류한다.

 

연기재 고개를 넘으며 시작하는 산행길을 우리는 이제야 시작한다. 길은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모양인지 가끔씩 길을 잃어버릴 때가 있을 정도였다.

 

원시림 같은 숲길을 오로지 서해랑길 리본에 의지하여 길을 찾아 내려간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소요산 자락을 내려가는 길, 어느덧 나무 사이로 산 아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산아래로 선운제 저수지가 보인다. 이미 선운산을 벗어난 지가 한참인데, 또 선운제라니 했지만 이곳은 부안면 선운리에 해당하는 동네다. 미당 서정주 생가가 위치한 동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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