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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대를 지난 길은 도솔암을 거쳐 하산길에 접어든다. 완만한 내리막길로 계곡물을 옆으로 두고 아름드리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환상적인 숲길을 걸어 내려간다. 나무가 주인공인 길이다. 계곡 산책로는 선운사 옆을 거쳐서 선운산 입구에 이른다.

 

천상봉(295m)을 지나 능선을 걸어온 길은 낙조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파른 계단길을 보니 어후! 하는 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계단이 없었다면 험한 바위 길을 올라갔어야 했었을 텐데 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계단길 좌우로도 나무가 우거져서 여전히 숲길을 걷는 느낌이다. 계단을 오르고 나면 봉우리 아래에서 보았던 바위를 제대로 만난다. 산 아래로 탁 트인 경관도 한눈에 들어온다.

 

선운산 산행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낙조대에 (335m) 도착했다. 쌍둥이 바위가 있는 곳이다.

 

낙조대에서 바라본 서쪽 바다의 전경이다. 낙조도 아름답겠지만 탁 트인 전경이 가슴을 트이게 해 준다.

 

낙조대를 지난 길은 천마봉(279m)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낙조대에서 청룡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있는데 청룡산 등산로 중간에 있는 병풍바위로는 기다란 철계단도 놓여있다.

 

천마봉 쪽으로 향하는 길은 바위 지대가 이어지며 환상적인 조망을 선사한다.

 

하산길은 계단을 통해서 급격히 고도를 낮추어 간다. 명산이라는 명성답게 찾는 이가 많았다.

 

하산길에서 만난 산아래 풍경 또한 절경이다. 기암괴석과 신록의 에너지가 더해져서 와우! 하는 탄성의 연속이다.

 

바위 위의 얼마 되지 않은 토양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도 대단하다. 기암괴석이 아무리 멋진 들 초록빛의 나무들이 없었다면 그저 삭막했을 그림이었을 텐데 호남의 내금강이라는 별칭을 얻게 한 일등 공신들은 계곡과 바위틈에 자리 잡은 나무들이 아닌가 싶다.

 

직각으로 올라선 천마봉의 자태도 훌륭하다. 사람들은 저런 미물에 온갖 이야기를 덧입히고 이름도 붙여 보지만 그냥 저 자체로 아름다울 뿐이다. 신록의 계절은 바위조차도 아름답게 만든다.

 

정면으로 천인바위를 마주 보며 내려간다. 풍경을 즐기며 하산길에 나선 지 얼마나 되었을까? 산 아래 계곡이 보이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이어진 계단길도 어느덧 그 끝을 보이고 있다. 

 

산 아래로 내려온 길은 도솔암을 거쳐서 내려간다.

 

선운사 창건당시 새겨졌다는 도솔암 마애불을 지나 도솔암으로 향한다.

 

도솔암 주위 의자에는 울창한 나무아래에서 조용히 쉬고 계시는 분들이 여러분 계셔서 발걸음 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였다. 연한 잎을 내고 있는 울창한 나무 숲 아래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만 있어도 마음의 평화와 위안이 깃들지 않을까 싶다.

 

도솔암을 지난 길은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든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는 최고의 산책길이다.

 

산책길은 계곡으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서 북동쪽으로 이동한다.

 

전설이 스며있는 미륵바위도 지난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어렵게 통과한 봄 햇살이 계곡을 비추고 있지만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이 되면 과연 이곳은 어떤 풍경으로 변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 산책로 바닥에 야자매트도 깔아 놓고 쉼터와 표지판도 세워 놓았지만 이곳의 주인공은 사람도, 사찰도 아니고 이곳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다.

 

길이 선운사템플스테이까지 내려오면 선운천 건너편에 매점과 화장실도 있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우리도 이곳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도솔암 쪽에서 내려오던 계곡 물이 도솔제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선운천과 합류하는 곳이고, 선운산 도립 공원 입구도 얼마 남지 않은 곳이라 길도 넓어진다. 물론 사람도 많아진다.

 

선운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 얼마가지 않아 선운사 주변에 이른다.

 

사월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은 때라 사찰 주위로는 수많은 연등이 매달려 있다. 우리는 음력 4월 8일을 기준으로 공휴일을 삼고 있는데 동남아시아의 불교 국가들은 조금 다르다고는 하다.

 

선운사 입구를 지나면 문득 입안에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송창식의 "선운사"라는 노래다.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꽃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마음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꽃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마음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초봄에 꽃을 피웠으니 지금쯤이면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동백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동백숲을 보려면 사찰 안으로 들어가 사찰 뒤쪽 숲으로 가야 한다.

 

드디어 선운산 입구에 도착했다. 좌판을 펴신 할머니들,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촬영한 대장금과 같은 드라마도 있지만 영화 곡성, 남부군을 비롯한 여러 작품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선운산 도립 공원 입구 바로 옆, 선운천 건너편에는 바위에 붙어서 15미터 이상 자란 송악나무가 있는데 "삼인리 송악"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이다. 나무의 수령을 3백 년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흔히 아이비라고 부르는 덩굴 식물인데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한 것을 송악이라 부른다고 한다. 따뜻한 중부 이남에서 자라는 난대 식물이라 위쪽에서는 키우기 어렵다. 공원 입구에서 코스를 마무리하고 43코스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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