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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42코스는 선운산 자락의 산을 넘어가는 산행코스이다. 개이빨산과 소리재를 넘어서 천마봉 인근의 낙조대까지 가는데 견치산이 347 미터 정도인데 위의 그림처럼 완만한 오르막이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산 능선길에 이른다. 설악산과 같은 큰 산은 아니어도 그것들에 견줄만한 아름다움을 가진 산이다.

 

정읍에서 흥덕을 거쳐서 심원면 신기마을에서 버스를 내린 우리는 바로 서해랑길 42코스를 시작한다. 4월 중순에 이곳을 지나며 봄기운을 만끽했던 지난 여행 이후 2주가 지나니 벌써 4월 말이다. 쾌청한 하늘 아래 선운산을 넘어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심원로 도로를 따라서 이동하던 길은 심원초등학교 앞을 지나서 연화교 다리를 건너기 전에 우회전하여 월산천 하천을 따라 올라간다. 학교 입구에 "참, 힘, 꿈"이라는 슬로건을 걸어 놓았는데 순간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여러 학교에서 사용하는 문구로 그치지 말고 모든 학교에서 진정으로 아이들이 "참, 힘, 꿈"을 갖도록 가꾸고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 선생님, 부모님, 사회 구성원들이 아들을 그렇게 키울 수만 있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 나도 아이들도 이웃들도 "돈만 밝히는 머리 검은 짐승"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고 싶다. 

 

월산천을 따라 계곡 안으로 들어가는 길, 동쪽에서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은 이른 아침의 산행길을 가볍게 해 준다.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서니 곳곳에서 봄꽃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 길가에 심은 아로니아가 하얀 꽃을 피웠다. 폴리페놀, 안토시아닌과 기능 성분 때문에 슈퍼푸드라고 알려졌지만 자주 비교하는 블루베리, 복분자, 포도 등과 비교하면 좋은 성분은 월등히 많지만 다른 열매와 달리 떫고 신맛 때문에 한때 블랙베리, 초코베리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조금은 인기가 시들해진 것 아닌가 싶다. 상업적인 성공이나 유행과는 상관없이 생존력이 좋고 병충해도 많이 없어서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나무이다. 

 

계곡 안으로 들어가는 길, 이른 아침에는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들판은 신록이 가득하여 봄기운이 완연하다.

 

금산마을 앞을 지난 길은 금산교 다리로 월산천을 건너서 화산마을로 들어간다. 화산마을로 들어가는 길 양쪽으로는 가로수도 훌륭하다. 어느 동네를 가면 도로 양쪽으로 조금이라도 더 콩이나 들깨를 심겠다고 제초제를 뿌려대서 있는 가로수도 죽이는데 이곳 가로수를 보니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가져본다.

 

선운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화산마을은 마을 입구에 아름드리나무들이 서 있고 고인돌도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었다.

 

마을에 있는 아름드리나무들을 보니 자연스레 감탄이 터져 나온다. 아무리 비싸고 훌륭한 인공 조형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경관이자 이곳의 역사를 만난다. 

 

화산마을을 마을길을 걸으며 완만한 오르막 걷기가 시작된다. 마을길은 아기자기한 돌담길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길은 화산마을 입구에서 시작한 화산연천길 도로를 따라서 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언덕 위에 자리한 펜션 단지도 지난다.

 

예쁜 돌담 아래로 앙증맞은 하얀 꽃들이 피었다. 이게 뭐지? 처음 보는 식물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름은 그렇게 친근한 둥굴레였다. 담벼락 아래 빛이 강하지 않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예쁜 돌담이 있는 마을 끝자락을 지나면 벌레 조심, 야생동물 주의 표지판과 함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을 지나서 신록 가득한 숲 속으로 들어가며 산행을 시작한다. 

 

해를 가리던 모자도 벗고 오르막길에서 늘 함께하는 땀을 닦아내며 숲길을 오른다. 거친 산길이라기보다는 조금 강한 산책로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능선길에 오른 길은 선운산 정상인 수리봉 반대편으로 향한다. 개이빨산이라고도 부르는 견치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산행길 바닥에서 만난 작은 꽃, 줄기와 꽃 전체의 자태도 예쁘지만 선명한 노란색이 예쁜 금난초다.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자생난이다. 옮겨서 심으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능선길이지만 때로는 바위와 때로는 원시림 같은 숲과 함께하는 걷기 좋은  숲길이다.

 

나무 숲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길을 이어간다.

 

어느덧 길은 견치산 입구에 이르렀다.

 

암봉인 견치산에서 주위를 돌아보는 맛이 있다. 견치산, 개이빨산은 국사봉이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서쪽과 북쪽은 해리면 앞바다와 부안군을 마주하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동쪽과 남쪽으로도 거치는 것 없이 내륙의 전경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견치산을 지난 길은 내리막 능선길을 따라서 소리재 고개로 내려간다. 조릿대 터널을 통과하는 길이다.

 

화산마을이 있던 심원면 연화리에서 시작했던 산행길은 능선을 따라 도천리로 넘어왔는지 도천리 고인돌도 지난다.

 

소리재 고개는 선운사에서 능선으로 올라올 수 있는 또 다른 고개로 이곳을 지나면 선운산 등산로는 다시 오르막길을 통해 천상봉을 오른다. 낙조대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면 된다.

 

천상봉 바위에 올라서니 선운산이 아주 높은 산이 아님에도 유명한 산이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기암괴석과 숲이 어우러진 산 풍경이 절경이다.  호남의 내금강이라는 별명이 허언이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모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곳의 경치는 걸어 올라와서 봐야 한다.

 

천상봉을 지나면 다시 내리막 능선길에 접어든다. 

 

천상봉을 지나 낙조대로 향하는 길은 능선 주위로 바위들이 많은 구간으로 마치 용의 허리를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홍콩 드래곤스 백 트레킹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낙조대로 가는 길은 용문굴 바로 위를 통과하는데 재미있는 설화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6세기경 백제 위덕왕 당시에 검단선사가 절을 세우려고 선운산을 찾아왔는데 이곳에 살고 있던 용 한 마리가 스님에게 쫓겨나다가 바위 부딪혀 굴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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