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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리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하는 40코스는 육지로 넘어가 굴비로 도로를 따라서 수많은 굴비 전문 식당들을 지나쳐 간다. 시가지를 가로질러 숲쟁이공원 입구를 지나는 과정에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지만 이후로는 평탄한 들길을 걷는다. 검산마을을 지나면 홍농교 옛다리를 통해서 구암천을 건너고 월봉마을을 거쳐 홍농읍내에 진입한다.
39코스를 끝낸 우리는 법성 정류장을 떠나 인공섬 남쪽 끝자락에 있는 법성 3교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40코를 시작한다. 오후 1시를 바라보는 시간, 오후의 태양이 강렬하다.
법성 3교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인공섬과 육지 사이의 수로에는 갯벌에 구멍을 파고 마실 나온 게 들로 가득하다. 겨우내 동면하던 짱뚱어, 칠게와 같은 갯벌의 생물들이 봄을 맞아서 생기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갯벌의 개명사 짱뚱어의 이름이 잠꾸러기의 사투리인 "잠둥어, 잠퉁이"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추운 날씨에는 짱뚱어도 동면한다고 한다.
인의산 방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굴비와 함께하는 길이다. 도로 이름도 "굴비로"이고 다리 위 조형물도 굴비이고 굴비 식당들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이 많은 가게가 장사가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수많은 굴비 식당들을 지나쳐 가는 길, 다리 이름을 한 두름교로 붙여 놓았다. 굴비 한 두름이라고 하면 10마리씩 두줄로 엮은 것을 의미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기나 부세를 잡아서 잘 말리면 모두 굴비가 되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곳 칠산바다에서 잡혀서 이곳의 기후와 바람 속에서 건조된 것은 맛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굴비의 본 고장 법성면 하면 굴비도 떠올리겠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굴비와 함께 백제 불교의 최초 전래지라는 것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영산홍을 비롯한 봄꽃이 한창인 해안길을 따라 올라온 길은 인공섬을 잇는 법성 2교 앞에서 우회전하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39코스에서는 법성진성 성곽길에서 법성면 진내리의 마을길로 내려와 인공섬 뉴타운으로 들어갔다면, 40코스에서는 인공섬에서 나와서 법성면 법성리의 마을길로 인의산(165m) 자락의 고갯길을 올라가는 모양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는 골목길을 걷는다.
골목길 담장 아래에서는 잎사귀가 하트 모양이라고 사랑초라고도 부르는 자주 괭이 덩이밥이 예쁜 보라색 꽃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커다란 느티나무가 동네 어르신처럼 마을을 천천히 굽어 보고 있다. 마을에 이런 나무 한 그루쯤은 있어야 존경받는 마을 어르신 역할도 하고 마을이 중심을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변덕스럽고 언제든지 꼰대짓을 하는 유한한 사람보다 말은 없으나 늘 변함없는 어르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햇살을 받아 색이 더욱 영롱한 겹황매화를 만났다. 죽단화라고도 부르는 장미과의 관목이다. 황홀한 색을 가졌다.
마을길에서 만난 또 다른 반가운 존재, 탱자나무 꽃이다. 가시와 탱자 열매는 어쩌나 만난 적이 있지만 이 신록의 계절에 은은한 향기를 가진 탱자나무 꽃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법성리 마을길을 거슬러 올라온 길은 숲쟁이 공원 입구가 있는 고갯길로 향한다. 홍농읍으로 이어지는 도로이고 길 건너편은 39코스로 법성진성에서 내려온 곳이다.
연한 녹색의 새잎을 내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39코스에서 만났던 전통 그네도 보인다. 숲쟁이가 숲의 성이라는 의미라니 다시 접해도 예쁜 이름이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환상적인 숲길이었다. 필자는 영광 법성포에 다시 온다면 굴비를 찾기보다는 숲쟁이 공원을 다시 찾고 싶다.
도로 우측의 작은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벽화를 보니 머리를 감고 그네를 타는 모습이 단오의 풍경이 아닌가 싶다. 매년 음력 5월 5일 전후로 열리는 법성포 단오제는 5백 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니 참으로 유서 깊은 동네 맞다.
길은 굴비 전시 판매장 쪽으로 도로를 가로질러 들길로 나아간다.
검산제 저수지 인근 밭에서는 어르신들이 봄농사 준비에 여념이 없으시다. 젊은이는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으로 힘겹게 농사짓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짠한 마음도 든다.
들길을 걷는데 특이한 야생화를 만났다. 잎 모양은 토끼풀이라고도 하는 클로버를 닮았는데 작은 노란색의 꽃을 가졌다. 하얀 꽃을 가진 클로버는 많이 보았고, 가끔은 붉은빛이 도는 클로버 꽃도 보기는 했는데 앙증맞은 노란 꽃이 라니, 무슨 돌연변이인가? 하는 추측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애기노랑토끼풀이다. 잔개자리라고도 부른다. 클로버처럼 콩과 식물이다.
애기노랑토끼풀이 깔린 들길을 지나 검산마을로 들어간다.
검산마을의 마을길을 돌아가는 길은 멀리 홍농교 다리 향해 길을 이어간다. 이제 법성면 끝자락이다.
자동차들은 새로 놓인 홍농교로 다니지만 사람이 걷는 길은 1971년도에 완공했다는 1백 미터짜리 옛 홍농교를 통해서 구암천을 건넌다.
구암천을 지나면서 드는 생각은 홍농교를 세운 1970년대에 이미 다리 건너편의 제방이 있었고 그 당시에도 이미 수많은 간척지가 있었다는 것이니 서해안의 간척 역사는 정말 오래된 이야기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세월이 흔적이 깊게 남아 있는 홍농교를 지나면 논길을 걷다가 월봉마을 입구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이동하여 올라간다. 이제는 영광군 홍농읍 상하리를 걷는다.
푸릇푸릇 새순이 돋고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일품이다.
들판에 섬처럼 자리한 월봉마을은 예상대로 바가지 모양이라고 박도라는 섬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간척 사업으로 육지로 변한 곳이다. 길은 월봉마을을 돌아서 간척지 들판길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향한다.
이곳의 밀은 벌써 이삭이 올라왔다. 가을에 씨를 뿌려 겨우내 조용히 잠자듯 겨울을 지나온 우리밀이 열매를 맺고 있는 계절이 되었다. 채산성만 맞다면 우리밀이 더 많이 심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경제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니 사람 마음 같지가 않다.
멀리 홍농읍내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형 송전탑을 보니 원자력 발전소도 인근에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도 원전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사택이다.
이화, 배꽃이 새초롬하게 피었다. 영광의 들판은 봄이 절정이다.
들판을 가로질러온 길은 드디어 홍농 읍내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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