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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해제면을 들어온 서해랑길은 물암마을을 지나며 해제지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남서쪽으로 걷는다. 백동마을, 창선마을, 창매마을을 지나고 중매산을 돌아 매당마을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들길을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탄한 길이다.

 

무암마을에서 해제지도로 도로로 다시 나온 길은 도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평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자동차가 많지 않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겨울이지만 움이 돋고 잎이 무성한 계절이 오면 가로수가 일품이 길이겠다 싶다.

 

40여 미터의 마실산를 감싸며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산 아래 길로 좌회전하여 해변으로 나간다. 마실산을 돌아 해변으로 나가는 길은 어쩌다 보니 정동향이 되었다. 자연스레 눈부신 아침 태양을 정면으로 영접한다.

 

일출 시간이 한참 지나기는 했지만 물 빠진 갯벌을 반짝이게 하는 비추는 아침의 태양은 동해의 일출과는 전혀 다른 맛을 선사한다. 

 

푸른 하늘, 눈부신 태양, 태양에 빛나는 은빛 물결, 마치 점토 작품 같은 갯길과 갯벌을 덮은 푸른 감태까지 이 시간 자연이 주는 최고의 풍경화 한 폭이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갯벌, 감태로 초록빛을 옷을 입은 갯벌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길은 금산방조제 둑방길을 걸어간다. 

 

당장이라도 이젤을 걸쳐놓고 이 순간을 남겨 보고 싶은 풍경이다.

 

길은 작은 선착장을 지나 다음 방조제로 향한다. 마실산과 죽도를 연결한 방조제를 지나왔다면 이제는 죽도와 천장리를 연결한 방조제 길을 걷는다.

 

죽도를 지나서 다시 천장리로 향하는 방조제 길을 걷는다.

갯벌 위를 푸른 감태가 가득 덮었다. 마치 잔디밭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멀리 남쪽으로 24코스의 종점이 있는 중매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해제면 읍내가 있을 텐데 시야에는 간척지만이 들어온다. 무안을 걸으며 느끼는 것은 간척지는 논이나 염전, 나머지 약간의 경사가 있는 구릉지는 모두 밭이라는 것이 거의 공식이 아닌가 싶다. 계단식 논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해안길을 이어가다 우리가 지나온 금산방조제 쪽으로 돌아보니 방조제에 들어설 때 만났던 환상적인 풍경과는 조금 다른 그림이다. 위치와 방향, 시간, 심지어 마음에 따라 자연의 풍경이 전혀 다른 그림이 되어 내게로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다. 삶도 때로는 익숙한 장소와 환경에서 떠나야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해안을 이어가던 길은 백동마을 인근에서 농로를 가로질러간다. 해안길이 중간에 끊어지기 때문이다.

 

밭 사이로 지나는 농로 좌우로는 검은 비닐을 둘러쓴 양파밭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무안의 겨울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양파밭을 보면 정말 엄청난 규모라는 것에도 놀라지만 모종을 파종하고 수확하는 과정은 과연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대량으로 키우다 보니 씨앗을 확보하고 파종, 이식, 수확, 보관, 판매, 가공까지 모든 과정에 규모의 경제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사람인데 외국인 근로자 만으로 과연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을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성장을 기다리고 있는 양파밭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통통하게 잘 큰 양배추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해변으로 나오니 갯벌 너머로 24코스의 종점이 있는 중매산이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해안선을 끼고돌아 저 산 뒤로 가면 코스의 종점이다.

 

해안 둑방길 안쪽 농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그늘진 곳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다. 그만큼 날씨는 화창하지만 손이 시려서 스틱을 양손으로 번갈아 잡으며 손을 녹여 주어야 했다.

 

다시 둑방길로 접어드니 멀리 창산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둑방길을 지나온 길은 창산마을 인근에서 창매로 도로를 만나서 창매마을까지 도로를 걷는다. 

 

창매마을로 가는 도로에서는 수확한 양배추를 차에 싣느라 여념이 없었다. 창매마을을 지나면 길은 다시 도로를 벗어나 중매산을 좌측으로 돌아서 간다.

 

경사진 구릉지 밭은 양파 아니면 양배추로 빈 공간이 없다.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이 많은 양파가 팔려 나간다니 정말로 상상이상이다. 가격 등락이 심하다고 하는데 양파 농사가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중매산을 좌측으로 돌아가는 길은 산 중턱의 농로를 가로지르는 길이다.

 

한창 수확 중인 양배추의 모습. 수확 과정에서 버려지는 겉껍질이 아까워 보였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도착한 양배추를 다시 또 까서 버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너무 아깝다.

 

그야말로 해풍을 맞고 자란 양배추와 양파 맞다.

 

산 중턱을 돌아가는 길에도 밭들이 있지만 관건은 물로 보였다. 소규모 웅덩이를 만들고 호스를 설치하지만 이런 구릉지에서 농사짓는 것이 녹록지 않겠다 싶다.

 

바다 건너편은 우리가 지나온 홀통 해변이지만 시야에는 분명치가 않다.

 

중매산을 돌아온 길은 매당마을로 진입한다. 중매산 주위의 마을이 창매마을, 매안마을, 매당마을이니 모두 중매산을 마을 이름의 소재로 삼은 모양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을들이 산이름을 딴 것이 아니고 산이 매안과 매당 중간에 있다고 중매산이라 부른 것이라 한다.

 

매당마을에서 코스를 마무리하고 바로 이어서 25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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