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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16코스가 시작되는 구성삼거리는 어찌 보면 목포와 해남을 오가는 자동차만 있을 뿐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해남군 산이면의 영암호 둑방길을 따라 걷는 길은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들길이다. 둑방길이 끝나면 차도와는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인도와 자전거길이 솔라시도 대교를 통해서 영암호를 건너 해남군에서 영암군으로 넘어간다. 다리를 건너면 영산강과 영암호를 연결하는 수로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공도교를 건너고 수로 반대편에서 계속 수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세한대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옛날에는 달도였던 이곳은 식당도 숙소도 없으므로 삼호읍으로 버스를 타고 나가서 하룻밤 쉬고 다시 목포에서 출발한 해남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해남버스를 이용하려면 구성삼거리 정류장을 이용하면 된다.
두 가지 노선이 구성삼거리 정류장을 지나는데 화원을 경유해서 목포로 가는 버스는 위의 시간표의 화원에서 20분 내외 이후에 구성 삼거리에 도착한다고 감안하면 되고, 산이면(초송, 구성)을 거쳐서 목포로 가는 버스 시간은 해남 터미널을 기준으로 06:40, 10:00, 15:00, 17:30 버스가 있다. 장거리 노선이므로 실시간 검색이 되면 좋으련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삼호읍의 프리마모텔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인근에 식당과 편의점도 있고 깨끗한데 저렴해서 마음에 든 숙소였다. 길 건너 황도 정류장에서 노란 해남군 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는 그곳에서 타는 사람이 특이했는지 어디 가냐고 물으신다. 구성삼거리에 간다고 하니 별말씀 없으셔서 문제없다 싶었다. 버스가 구성삼거리, 다시 말해 달도 교차로 인근에 오자 직진하지 않고 좌회전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좌회전하자마자 우리를 내려 주셨다. 알고 보니 화원면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산이면으로 가는 버스였던 것이다. 여행은 늘 변수가 있기 마련인데 기사분이 행선지를 물어 주신 것이 참 다행이었다. 이른 아침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버스를 내리니 마음이 가벼웠다. 버스는 우리는 내려주고 산이면을 향해서 달려간다.
구성삼거리 정류장에 내리니 16코스 안내판이 우리를 반긴다. 동쪽 하늘은 아침 태양이 구름을 뚫고 오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동쪽 하늘은 오전의 태양이 붉게 타오르며 마치 석양을 보는 듯하다. 오전 9시를 바라보는 시간인데 태양을 가린 두꺼운 구름 탓에 독특한 경관이 펼쳐진다.
길은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솔라시도 개발사 앞을 지나서 영암방조제 쪽 남쪽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SOLASEADO라는 영문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태양광과 바다를 이름에 가져왔다. 여의도의 7배의 면적에 태양관 발전소와 정원등이 들어서고 있다. 미포장 도로를 보면 한창 건설 중임을 알 수 있다.
영암방조제 남측의 산이교까지 내려오면 이후로는 영암호를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영암호 남측 호반을 따라 동쪽으로 걷는 길, 아스팔트 포장은 아니지만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강한 찬바람이 유일한 장애물이다.
강한 바람에 모자도 푹 눌러쓰고, 장갑도 착용했지만 찬바람을 피할 길은 없다. 어린 소나무들은 그나마 바람막이라도 있는데 우리 뚜벅이들은 찬바람을 온전히 그대로 받아야 한다. ㅠㅠ
산이교와 영암방조제를 뒤로하고 뚜벅뚜벅 길을 이어간다. 예정에는 바다였을 곳이다. 송도, 뽕섬등을 연결하며 새롭게 생긴 땅이다. 석탄재를 매립했다고 한다.
영암호의 수문이 있는 산이교 우측, 즉 영암방조제가 시작되는 곳도 이전에는 문가도라는 섬이었던 곳이다. 영암방조제 뒤로는 삼호조선소와 큰 배들이 존재를 뽐낸다. 국내 3대 조선사 하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라 하는데 대부분 울산과 거제 등에 자리하고 있다. 삼호조선소는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이다.
세찬바람에 출렁이는 영암호보다는 흔들리는 갈대에 눈길이 머문다.
사진으로는 세찬 바람도, 흔들리는 갈대의 아름다움도 살을 에이는 차가움도 담을 수 없다. ㅠㅠ
700만 평의 거대한 땅을 9개의 정원으로 가꾼다는데, 지금은 큰 공터로 보일뿐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호수옆 들풀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장관이다. 사실 날이 덜 춥고 바람이 덜 불었다면 더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솔라시도의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 양쪽으로 큰 수로 두 개가 흐르는데 첫 번째 수로를 만나서 길을 돌아간다. 들풀들이 경관의 대부분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태양광발전소 입구에서 길을 돌아온 서해랑길은 다시 호수변으로 나간다. 이곳도 이전에는 증도라는 섬이었던 곳이다.
다시 호수변으로 나와서 동쪽으로 향하는 길, 멀리 기다란 솔라시도 대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호수 건너로 엄청난 자동차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바로 F1 경기가 열렸던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대회가 없으면 일반인도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사용료를 지불하면 주행할 수 있다 하니 끊임없는 자동차 굉음이 괜히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소음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 나무를 심겠다고 하는데, 그 효과는 모르겠다.
추위와 강한 바람, 호수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만 아니라면 참 좋은 트레킹 코스임에 틀림없다. 아무튼 갈수록 영암방조제와는 멀어지고 정면의 솔라시도 대교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구름을 뚫고 지면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은 보너스 풍경이다.
솔라시도 태양광 단지 양쪽으로 흐르는 두 번째 수로는 조금 길게 길을 돌아가야 한다.
방조제를 쌓아 담수호도 생기도 간척으로 땅도 넓어지는 효과가 있지만 바다에서 얻었던 수많은 자원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이곳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궁금해진다. 새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면 나무부터 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건너가야 할 솔라시도대교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구름이 물러가니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살에 흔들리는 갈대도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까지 손을 얼게 하는 찬바람을 거스르는 아름다움이다.
바람에 누운 갈대 뒤로 2.6Km에 이르는 솔라시도 대교가 장관이다. 해남군과 영암군을 연결하는 다리이다.
호수길 끝에 이르면 솔라시도 대교 위로 바로 오른다. 높은 계단을 오를 필요도, 쌩쌩 달리는 자동차에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는 다리이다. 큰 다리임에도 자연스럽게 인도를 연결해 놓은 다리는 처음이다.
다리에 올라서면 처음 만나는 다리 구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치 2층 구조의 다리처럼 위에는 4차선의 도로만 있고 아래에는 양쪽으로 자전거길과 인도가 있는 방식이다.
또한, 다리 양쪽 끝에서는 다리 아래로 양쪽을 오갈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는 동쪽으로 부는 바람을 피해서 반대쪽 길로 걸었다. 양달에 바람도 불지 않으니 너무 좋았다.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며 광활한 영암호를 감상한다.
솔라시도 다리 아래의 직선 통로는 미술시간에 배운 원근법의 정석을 만날 수 있는 그림이 펼쳐진다.
다리 중간의 교각 부분으로 가면 콘크리트길은 끝나고 다리 아래를 통과하는 강력한 바람을 받으며 통과해야 한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다리 중앙에는 다리 하부로 내려가는 전망대가 있는데 내려가는 길은 막아 놓았다. 찬바람 부는 환경에서 따뜻하고 깔끔한 화장실에 온수까지 나오는 공중 화장실은 우리에게는 호텔이나 마찬가지였다. 전망대를 지나면 다시 영암 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영암호를 비추는 정오의 태양을 뒤로하고 솔라시도대교 걷기를 마무리한다.
다리 끝에 이르면 영암군 삼호읍에 진입한다. 다리 아래 통로를 통해서 좌측 길로 가야 한다.
길은 다리 위로 올라가지 않고 영암호와 영산강을 연결하는 수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푸른 하늘에 뜬 뭉게구름이 마치 솜사탕 같다.
수로를 따라서 올라가는 길, 연결되지 않은 다리도 외로운 어선도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멀리 공도 1,2교와 전망 타워가 보이기 시작한다. 16코스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수로 남쪽의 건설 중인 다리도 솔라시도대교도 가물 거릴 정도로 멀어졌다. 수로 건너편으로는 탐조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코스 안내를 보면 철새가 많다고 했는데 바람 탓인지 의외로 거의 목격되지 않았다.
공도 1교와 전망 타워에 도달했다. 예전에는 15미터였던 수로의 폭을 140미터로 확장하면서 수로의 배수 갑문도 확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공도 1교 쪽 수문은 다른 배수 갑문처럼 위아래로 닫는 것이지만 공도 2교 쪽은 좌우로 열고 닫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공도교를 건너서 두 가지 수문을 돌아보니 수문 개폐 방식뿐만 아니라 외관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영산호와 영암호는 이 수로를 통해서 연결되고 영암호와 금호호 또한 9Km가 넘는 대진수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커다란 담수호로 사용할 수 있다.
수로를 따라 올라온 길은 육교를 통해서 대불공단과 삼호읍내를 잇는 도로를 건너서 세한대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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