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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포마을에서 시작하는 서해랑길 15코스는 화원 반도를 벗어나 해남군 산이면으로 들어간다. 당포를 출발하면 당포마을 앞의 월하마을을 관통하여 77번 국도로 나가고 도로를 통해 진등산 자락의 고개를 넘는다. 원래의 길은 도로를 벗어나서 마천마을과 마산제 저수지를 거쳐 다시 도로로 올라오는 것이지만 중간에 마을로 내려가는 표식을 놓쳐서 그냥 도로를 계속 걸었다. 우리는 그냥 도로를 계속 걸었지만 이곳은 국도답게 오가는 자동차가 많고 도로폭도 넓지 않아 원래의 경로대로 걷는 것이 좋다. 마천마을을 지나 해안으로 내려가면 금호갑문을 지나 금호도에 이른다. 금호도를 지나고 다시 방조제를 걸어 구성삼거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서해랑길 15코스가 시작하는 당포마을 앞으로는 77번 국도가 통과한다. 좌측은 조선소길로 화원반도 끝자락에 있는 대한조선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대한조선은 유조선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견 조선사로 최근에 불고 있는 조선업의 훈풍이 지속 가능한 환경으로 잘 다져지기를 바란다. 길은 우측 남동 방향, 목포로 향한다.

 

길은 국도를 건너서 월하마을로 향한다. 이른 아침 쌀쌀한 날씨 때문인가, 마을 곳곳에서 군불을 때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나에게 오는 온기는 따스한 햇살뿐이지만 살살 피어오르는 연기도 훈훈함을 더해준다.

 

길은 월하마을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고 마을 회관을 지나 우회전하여 국도 방향으로 나간다.

 

월하마을에서 국도로 나가는 길, 멀리 우리가 지나온 당포마을이 산 아랫자락으로 펼쳐있다.

 

도로에서는 배추 수확과 상차가 한창이었다. 큰 트럭이 큰길에서 대기하고 있고, 작은 트럭이 밭에서 가져온 배추를 옮겨 싣는 방식이다. 물론 옛날처럼 배추 한 포기씩 던져서 싣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대부분 망에 배추 3포기씩 담은 망을 차곡차곡 쌓는 방식이다. 수확이 끝난 배추 밭에서 겉잎을 모아둔 톤백을 보니 정말 그 용도가 궁금해진다. 좋은 용도로 잘 쓰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월하마을을 빠져나와 국도를 따라 걷는 길은 진등산 자락의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기온은 서늘하지만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는 이 길이 참 좋다.

 

이른 아침부터 배추 수확이 한창인 수동마을을 지나니 멀리 완만한 오르막길 끝에 고갯 마루가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서 일하러 나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두건에 장갑까지 나름 방한 준비를 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추운 모양이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이들에게 한겨울 1월에 배추 수확이라는 일거리가 있는 것도 좋은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고개를 넘으니 가깝게는 마천마을, 멀리는 월산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77번 국도는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지만 마을로 가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이 근방에서 원래의 서해랑길은 좌측으로 도로를 벗어나 마천마을로 가야 하지만 우리는 그만 길을 지나치고 말았다. 아마도 배추 수확 현장을 보느라 서해랑길 표식을 놓친 모양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마천마을을 돌아오는 서해랑길과 나중에 도로에서 합류하니 그냥 도로를 걷기로 했다. 하지만 도로도 넓지 않고 자동차가 많은 편이라 할 수만 있다면 원래의 경로로 걷는 것이 좋다.

 

멀리서 배추 수확 현장을 지켜보니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었다. 선두의 두어 사람이 칼을 들고 배추를 잘라내면 뒤따라 가며 다른 사람들이 녹색망을 거치대에 걸고 배추를 담고 묶는 방식이었다. 누군가는 트로트 음악을 들으면서 누군가는 자신의 고국 음악을 들으면서 나름 최선을 다하는 삶의 현장이었다. 멀리 바다 건너 삼호 조선소도 보이기 시작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이곳은 논보다는 구릉지대가 많아 넓은 배추밭이 가득하다.

 

길은 교차로에서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원래의 경로를 걷는다. 도로는 고개를 넘어 내려가서 계속 직진하면 화원읍내를 거쳐 진도와 해남 읍내로 갈 수 있고 반대방향으로 가면 목포로 이어진다.

 

고개를 내려가는 길에서는 도로를 벗어나 저상마을 쪽으로 농로를 따라 내려간다. 금호호 호수와 금호도의 금성산(188m)을 보면서 내려간다.

 

농로를 따라 지령산(294m) 아래에 자리 잡은 저상마을을 향해 내려간다. 산세가 좋아 보인다.

 

길은 저상마을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마을 앞을 흐르는 작은 수로를 따라서 금호호 방면으로 내려간다.

 

당포마을 이후로 쉬지 않고 걸어온 길, 저상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길을 이어간다. 햇빛이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추워서 배낭을 벗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오니 정류장에 있어도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냥 계속 걷는 것이 오히려 낫다.

 

길이 잠시 별암마을을 거쳐 가지만 이내 도로로 다시 나온다. 화원반도 끝자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도로변이라 주유소와 낚시점도 있었는데, 우리는 등대편의점이라는 무인 편의점에서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갔다. 자동판매기 몇 대가 전부인 곳이었는데 컵라면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품이 매진이었다. 물품이 없어 커피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었는데, 음식보다는 따뜻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 바람을 막아주면서도 햇빛은 그대로 받아들이니 히터를 틀지 않아도 푸근했다.

 

길은 금호방조제까지 쭉 직진하여 방조제 위로 올라가서 길을 이어간다.

 

금호방조제 위에서 바라보는 별암선착장 풍경 뒤로 멀리 바다 건너 삼호조선소도 보이고 영암방조제의 화려한 장식도 보인다.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을 감상하며 금호방조제 위를 걷는다. 이곳은 금호도와 영호리를 잇는 금호 1 방조제이고, 금호도와 달도를 이어주는 것이 금호 2 방조제, 달도와 영암군 삼호읍을 연결하는 영암방조제가 차례로 이어지고 이들은  모두 1996년에 완공되었다. 이들 방조제로 국내 최대의 인공담수호와 함께 엄청난 간척 농지가 생겨 났다.

 

금호 1 방조제 끝에 이르면 우회전하여 횡단보도로 국도를 건너서 금호도 안을 걷기 시작한다.

 

길은 금호호 기념비를 끼고 금성산 앞으로 돌아간다. 금호도에 버티고 있는 금성산(188m) 바깥으로 돌면 길 경로이겠지만 국도 인근으로 짧게 돌아간다.

 

국도 인근 공터로 가던 길은 잠시 국도로 나왔다가 다시 마을길로 들어간다. 국도변 가게에 무화과 판매 문구를 발견한 옆지기는 지금 자신이 뚜벅이로 걷고 있는 것을 잠시 있었는지 쇼핑객으로 변신하여 무화과 가격을 알아보려고 한다. 해남 여행을 하며 곳곳에서 무화과나무를 만난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무화과는 8월부터 11월이 제철이다. 전국 무화과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영암이 지척이니 무화과가 제철이 아니어도 가격이나 알아볼걸 그랬나 싶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변에 있다가 조용한 마을로 들어오니 이것 자체로 푸근하고 좋다.

 

길은 금호마을을 가로질러 가는데 폐교한 산이서초등학교 금호분교 앞을 지난다. 주민공감쉼터라는 이름으로 깔끔하게 가꾸어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학교 앞에는 까까머리 효자상도 세워 놓았다. 어린이 동상이 세워진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마을의 오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금호마을을 지나온 길은 보건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도로를 통해 마을을 빠져나간다.

 

금호마을에서 나온 길은 해남 화원면과 목포로 갈라지는 국도와 만나서 길을 이어간다.

 

길은 다시 국도를 건너서 금호 2 방조제를 향해서 걷는다.

 

금호 2 방조제 위로 올라가니 세차게 부는 바람에 몸을 가누기 조차 어렵다. 삼호조선소 전경과 푸른 바다를 감상할 겨를이 없다.

 

고개를 숙이고,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단단히 붙들고 세찬 바람을 가르며 방조제 위를 걷다 보니 우측으로는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한 간척지 논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섬이었을 공간은 이제는 방조제로 연결되어 우리에게 절경을 선사한다. 동글담도라는 섬이었다고 한다.

 

섬에서 잠시 방조제를 내려온 길은 섬을 지나 금호 2 방조제의 나머지 구간을 걷는다.

 

금호 2 방조제 나머지 구간에서는 차마 방조제 위로는 올라갈 수 없었다. 차갑고 세찬 바람을 피하기 위해 방조제 아래에서 둑에 붙어서 걷는다.

 

길 건너 광대한 금호호에 눈길 한번 주고 길을 이어간다.

 

금호 2 방조제 끝자락에서 바다 건너 해남 화원반도를 둘러보니 좌측으로는 저상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지령산이 제대로 보이고 우측으로는 화원반도 끝자락에 있는 대한조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금호 2 방조제를 지나면 달도 교차로로 우회전하면 해남군 산이면으로 연결된다. 해남군의 목포로 가는 군내버스가 이곳을 지나는데 이곳 정류장의 이름은 구성삼거리이다. 이곳에서는 해남에서 화원면을 거쳐서 목포로 가는 버스와 산이면을 거쳐서 목포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므로 나름 시간을 잘 맞추면 삼호읍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도 삼호읍으로 나갈때, 그리고 다음날 아침 삼호읍으로 이곳으로 돌아올때 모두 해남군의 군내버스를 이용했다.

 

구성삼거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삼호읍으로 건너가 하룻밤 쉬고 내일 16코스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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